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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피니언/에셀라 시론 [에셀라 시론] “다 부질없는 일이었는데” 입력 : 2020. 07. 04 | 수정 : 2020. 07. 04 | A34 10년 전 일이다. 강경한 근본주의 신앙을 견지하던 내 입에서 울려 퍼진 세대주의 종말론 신앙은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다”는 메시지 그 자체로 요약할 수 있다. 내용인 즉은 곧 전쟁이 임할 테니 모두가 회개하고 예수를 믿으라는 예언이다. 알다시피 2010년 3월 북한에 의한 천안함 피격 사건과 나라 잃은 슬픔을 기억하려 시청 앞 광장에 10만 명이 넘는 교인들이 강사로 세운 조용기 목사의 설교를 들으며 아멘하던 시절이다. 때 마침 미디어의 실체라는 동영상에 심취하며 유럽연합이 정치적으로 통합하면 적그리스도가 출현함으로써 지구상 완전한 종말이 다가오니 휴거를 대비하라를 진지하게 믿었던 때였다. 예언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무.. 2020. 7. 4. 22:56 더보기
오피니언/현실논단 [현실논단] 기억은 슬픔과 기쁨만을 말하지 않는다 입력 : 2020. 06. 18 | A34 사학자 임지현은 자신의 저술 『역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흥미로운 질문을 주도한다. 2007년 어느 날 신문들이 일제히 보도한 『요코 이야기』를 둘러싼 이상한 현상들 때문이다. 한반도 북부 나남 지역에서 일본으로 귀환하는 과정을 담은 일본인 거주민 이야기를 담은 책인데. 문제는 조선인이 아닌 일본인 관점에서 일본인 거주민이 겪었던 고통을 당시의 11살 소녀였던 작가가 술회한 내용이다. 일본이 침략해 강점했던 시대를 마주하면, 미처 생각지 못한 지점에서 헤매곤 한다. 문자로 전시된 당시 조선인이 겪었던 아픔을 되짚어 보노라면 일본제국이 조선과 동아시아에 끼친 행각 앞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동시에 위안부 피해자들이 겪었던 수많은 이야기들 앞에 충격.. 2020. 6. 18. 23:13 더보기
오피니언/돌아보는 사건 [돌아보는 사건] 그 아이가 당신의 물건이 아니잖소! 입력 : 2020. 06. 13 | A33 고등학교 입학한 그 해 무렵 세상이 달라졌다. 하루아침에 야간자율학습이 정말 자율로 바뀌었고, 체벌 금지는 현실로 다가왔다. 교사들은 몽둥이 대신에 벌점 카드를 들고 다녔고 6시 20분, 마지막 7교시를 마치고 가방을 싸매어 도서관에 입성하던 시간까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석식 대신 다이제·커피 인연이 시작된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에 남는 이유다. 선생님 말씀처럼 가장 천방지축 아이들의 소란들은 생각보다 크지는 않았다. 2학년, 3학년, 어렵게 수업을 진행하던 날들은 줄었고 혹여나 무질서한 소리가 들리거든 불편한 눈빛들로 상황은 쉽사리 정리되고 말았다. 어느 대학을 가야할지 고민하던 한숨들이 늘어났고 친구 등짝에 선생님의 등짝 스매싱은 조금도 어색하지 않았다... 2020. 6. 13. 18:12 더보기
오피니언/사설 [사설] 여론조작 온상으로 전락한 실시간 차트 입력 : 2020. 05. 31 | C11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리 잡은 총공의 토대인 실시간 차트가 일부 개혁된다. 카카오가 음악서비스 멜론의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고 순위 경쟁보다 다양한 곡을 제공하기 위한 명목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2020. 5. 19). 차트 순위 조작은 공연히 알려진 총공의 일종이다. 아이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무명 가수가 순위권에 오르고 마케팅 견적서가 나오면서 실체를 가늠하게 됐다. 사재기는 오래된 마케팅 방법이다. 거대 팬덤의 경우 순위 조작은 어렵지 않다. 자발적으로 모은 여러 계정을 이용해 ‘총공팀’을 결성한 후 여러 번 여러 곡을 재생하면 순위를 올릴 수 있다. 팬덤을 구축하기 어렵다면 바이럴 업체를 이용해 누구든 조작할 수 있다. 돈만 있으면 1위가 될 수 있는.. 2020. 5. 31. 01:05 더보기
오피니언/돌아보는 사건 [돌아보는 사건] 지옥도 간다는 마음으로 입력 : 2020. 05. 30 | 디지털판 교회 밖에서 코로나를 맞다보니 교회 안 사정을 생각지 못했다. 마스크 풀어놓고 휘핑크림 올려놓은 초콜릿 한 잔에 온 몸이 녹아버리자 작지도 크지도 않은 중형 교회 전도사 입에서 나온 말들은 걱정뿐이었다. 지금만큼 교회 사역이 중단된 일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이제 막 예배당에 몰려든 교인들에게 돌아가 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생 처음 신앙생활을 쉬어본 교인들 뒷모습을 보면서 걱정을 이어갔다. 전도사 선배가 걱정한 부분은 애매한 중형교회가 오래가지 못하리란 점에서 출발한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형교회들은 역사와 전통 뿐만 아니라 나름의 강점을 가진다. 예를 들면 오순절 교회라든지 콘서트형 예배라든지, 제자훈련에 강점이라든지, 목사님 설교가.. 2020. 5. 30. 22:57 더보기
오피니언/사설 [사설] 어른들이 책임지지 않는다니 입력 : 2019. 12. 20 | 수정 : 2019. 12. 31 | C11 엠넷이 방영한 프로듀스 101 모든 시즌에서 투표 순위 조작이 드러났다. 국민 프로듀서가 시즌4에서만 1,363만 표를 행사했는데 이는 전 국민의 27%인 적지 않은 숫자다. 순위에서 밝혀낸 특정 숫자의 배수를 이상하다 느낀 팬들이 고발했고 수사 끝에 이 같은 혐의를 포착한 것이다. 핵심 인물을 접대한 정황도 드러나 울림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MBK, 스타쉽에 대한 압수수색이 벌어지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아이즈원을 비롯해 엑스원은 미리 멤버들을 내정한 채 방송을 진행했고 시청자를 기망했다. 관계자들은 업무방해와 사기, 배임, 청탁 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CJ ENM 허민회 대표이사가 공식 사과하는 일까지 .. 2020. 5. 21. 21:35 더보기
오피니언/사설 [사설] 다시, 덕질을 告한다 입력 : 2020. 05. 19 | C11 반년의 코로나 파동(波動)을 겪으며 당연하게 생각했던 햇살을 고마워하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경이(驚異)에 차 감탄한다. 지극히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일상이 침해되자 소중한 것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철학자 한병철은 저서에서 ‘하지 않을 수 있음’을 힘으로 정의한다. 할 수 있음이란 긍정의 세계에서 하지 않는 것은 부정이란 힘이다. 그만큼 보편적이고 일상적이라 생각한 것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는다. 새능력이란 공동체에서 빠져나와 행위 중독으로 변질된 신앙 활동을 중단한 6개월은 금단증세를 넘어 당연하게 생각했던 행위 중독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극단적인 개신교인들에게 성수주일(聖守主日)을 비롯한 십일조, 봉사, 찬.. 2020. 5. 21. 21:30 더보기
오피니언/에셀라 시론 [에셀라 시론] 부끄러움의 해방적 역할 입력 : 2020. 05. 10 | 디지털판 보면대를 내리치는 강마에 모습에서 10년 전과 다른, 역설(逆說)적 부끄러움을 느꼈다. 정확한 대사는 이렇다. “한 가지만 물어봅시다. 내가 여러분들을 실력 외적인 걸로 부당하게 야단친 적 있습니까? 아니면 내가 준비를 잘 못해 와서 여러분을 헤매게 만들었나요? 없지요? 도대체 뭐가 문젭니까!” 사과 받으려던 악장의 표정은 굳었고, 주인공과 다름없던 연구단원들 표정은 싱글벙글 웃음꽃이 피었다. “사과 못하겠습니다!”로 운을 띄운 강마에가 일갈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단원들을 불리하게 대하거나 불공평한 지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과를 주도한 악장도 더는 할 말을 잇지 못했고 자리에 앉아 덤덤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게 여우비 내리던 어제.. 2020. 5. 10. 23:57 더보기
오피니언/사설 [사설] 한국교회의 종말(終末)을 앞두고 입력 : 2020. 05. 06 | 디지털판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빛과진리교회가 신앙훈련을 목적으로 위력(威力)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교회는 자발적 참여라고 해명했지만 피해자들은 “인분(人糞)을 먹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폭로했다. 자발적인 활동이라 해도 교회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 불편한 일들을 감수해야 한다니. 이런 곳이 어떻게 교회 인가. 있을 수 없는 훈련들의 배경은 신약성서를 기록한 사도 바울의 고난을 체험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고린도후서 6장을 근거로 성령의 감화의 경우 ‘산(山) 기도 3시간 이상 4회’를, 갇힘의 경우 ‘음식물쓰레기장 3시간 갇히기’ 등을 실시했다. 사실 성경에는 사도 바울의 고난을 당해야 한다는 구절이 없다. 시편에는 “내가 고난을 당한 것이 나에게 유.. 2020. 5. 6. 22:41 더보기
오피니언/현실논단 [현실논단] 예장뉴스님, 빛과진리교회 보도가 과장됐다고요? 입력 : 2020. 05. 06 | 디지털판 감춰진 것이 환히 나타나다 예수는 이렇게 말했다: “숨겨 둔 것은 드러나고, 감추어 둔 것은 알려져서 환히 나타나기 마련이다.”(누가8,17) 빛과진리교회는 내부 입장문을 통해 “문제로 제기된 훈련과정의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평화나무는 제보자들 증언을 통해 “채팅방에 (훈련에 관한) 샘플 사진이 올라왔고 남성의 경우 LTC 훈련 참가자들이 모인 구글 드라이브에 올라왔다”고 반박했다. 예장뉴스 보도부 이름으로 기사 하나가 올라왔더군요. “빛과 진리교회 보도는 과장돼”(2020. 5. 1). 직접 취재한 건지, 우라까이 한 건지 모르지만 복수의 참가자 증언을 빌려 과장됐다는 논변을 더하셨는데 거창하고 분명한 제목과 달리, 기사 내용은 속 .. 2020. 5. 6. 20:58 더보기
오피니언/사설 [사설] 바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랑이지 제사가 아니다 입력 : 2020. 03. 21 | 디지털판 사순절 기간을 맞은 한국교회에 어두운 침묵이 드리웠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가톨릭을 비롯한 개신교회도 예배당 대문을 걸어 잠그는 상황에서 곳곳의 교회들은 침묵 속 온라인 예배와 미사를 이어가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무려 236년 만에 한국의 미사를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2020. 2. 25). 전쟁 중에도 미사를 집전한 가톨릭 교계는 결코 가벼운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개신교회도 주안장로교회를 시작으로 명성, 소망, 사랑의, 여의도 순복음교회까지 온라인 예배로 대체하며 국가적 위기에 동참했다. 코로나19는 초기 증상부터 감염력이 매우 높다. 무증상자에게서 감염될 위험은 매우 낮지만 가벼운 증상에서 일반 감기와 구분하기 .. 2020. 3. 21. 19:00 더보기
오피니언/일과속기록 [일과속기록] 조선일보 100주년 입력 : 2020. 03. 05 | 수정 : 2020. 03. 12 | A7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디지털로 남겨 놓은 조선일보. 매년 조선일보가 창간 기념일을 맞이할 때면 100면을 발행한다. 신문의 절반이 ‘Advertorial section’이란 점은 흠이지만 대한민국 이 땅에서 신문 100주년은 희귀한, 문재인 대통령 표현으론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임은 부정하기 어렵다. 어제는 공교롭게도 “왜 조선일보를 보느냐”고 질문을 받았다. 이유는 많다. ①신문 디자인 ②기초 독해 ③지면 신문의 강점 ④신문이 가져다주는 재미 ⑤추억으로 남은 기억. ①본지도 조선일보 지면신문 디자인을 카피한 요소가 많다. 활자부터가 조선일보명조체란 사실에서 알 듯이, 조선일보 신문 디자인은 일관성을 갖췄다. ②“독자.. 2020. 3. 5. 19:0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