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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205

[돌아보는 사건] 겨울의 언어와 한강의 위로 1>신문 1면을 도배한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영예는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많은 신문들은 키워드를 ‘한국 첫’ ‘최초’ 그리고 ‘한강의 기적’으로 잡았더군요. 윤 대통령과 이시바 일본 총리가 만난 사건, 김건희 여사의 기소는 둘째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가장 눈에 띄는 제목은 매일경제 1면이었습니다. ‘심장 속, 불꽃이 타는 곳 그게 내 소설이다’ 하필 매일경제는 한 작가와 여러 차례 인터뷰를 주고받던 중이었다고 합니다. 단독 인터뷰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한 작가는 ‘채식주의자’로 2016년 맨부커상을 받았고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 제주4·3 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 등을 썼습니다.2>애석하게도 국가 권력은 한 작가를 블랙리스트로 포함한 전례가 있습니다. .. 2024. 10. 12. 09:14
[사진으로 보는 내일] 노을이 스미는 여자친구의 집에서 기나긴 여름이 지나갔다. 금세 추워진 아침 공기에 낯선 감정을 느낀다. 가을 공기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한 해가 지나 다시 경험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견딜 수 있게 도와준 여자친구 덕분이었다. 다시 낯선 감정을 느낀다 해도 괴롭지 않은 이유다. 올해 여름은 역동적이었고 진취적이었다. 수십 만보를 걸으며 여자친구와 닿은 여행지만 수십 곳에 달한다. 당신이 아니었으면 지나치지 않았을, 오히려 당신이어서 당신 덕분에 닿을 수 있었던 공간들. 이곳 여자친구가 사는 곳도 여자친구가 아니었으면 쳐다도 보지 않았을 동네다. 여자친구 네에서 해 먹은 요리만 수십 가지. 집에서는 도무지 해 먹을 수 없는 기똥찬 메뉴들은 맛집을 넘나드는 그런 맛을 내었다. 부추전을 해 먹는 어느 날이었다. 노을이 져가는 여자친구.. 2024. 10. 11. 18:00
[일과속기록] 작은 거인과 ‘문장의 힘’ 선배의 다급한 요청을 외면할 수 없었다. “학부 3학년임에도 수습기자부터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페이스북 메시지에는 절절한 사정이 담겨 있었다. ‘오죽하면 나 같은 사람까지도 필요하단 말인가’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학보사는 학생실천처장과 정치적 싸움에서 밀리던 상황이었다. 지원이 끊겼고 인쇄비마저 없어 허덕이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거절했다. 대학원 진학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결과적으로 진학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2010년 침신대학보는 이사회와 싸움을 벌여야 했다. 한 구약학 교수를 지키려고 학보사가 나선 것이다. 이사회는 자유주의 신학과 학력위조라는 핑계로 재임용에 반대했다. 이 사실을 보도하기 위해 기자들은 붓을 들었다. 사실을 그대로 보도하려 했다. 그러나 편집의 손길은 끝내.. 2024. 10. 1. 22:00
[시대성의 창] 4년 만에 다시 ‘ㅅ’ 교회로 돌아간 이유 담임목사가 설교 중 고함을 질렀다. “전도해야 합니다! 대상자의 이름을 적으세요! 만일 이름조차 적어내지 못한다면 여러분의 신앙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목사는 과거에도 이런 극단적인 주장을 펴곤 했다. 나는 어이없는 수준의 설교에 분노했고, 6년간 몸담던 ㅅ교회를 떠났다. 그러나 4년 만에 돌아갔다. 떠돌던 3곳의 교회는 모두 비슷했지만, 직전의 교회는 더 심각했다. ㅅ교회의 목사가 양반으로 보일 정도였다.직전의 교회는 1950년 무렵에 개척한 작은 교회였다. 코로나19가 발생한 때였다. 어느 날 담임목사는 설교 중 방역 때문에 시청 직원과 싸운 이야기, 방역 지침의 허점과 본인이 고안한 꼼수를 설파했다. 그러다 이어진 망언.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나노 칩이 혈관을 타고 뇌에 도착합니다. 그러다 나.. 2024. 9. 24. 03:00
[현실논단] “변화를 기다리던 때는 이제 지나갔기에” 심심하면 문학광장 글틴에서 청소년 작가들이 쓴 수필을 읽곤 한다. 청소년 작가의 글에서도 완성도 좋은 글을 발견할 때면 즐거움이 배가된다. 글틴에는 재미난 글들이 많다. 오탈자 많거나 줄바꿈 하나 없이 아웃사이더 같은 글에서부터 ‘와 이건 진짜다’ 싶은 정도로 폼 들인 글에 이르기까지. 자의식을 강하게 느낀 나머지 소설 같은 수필을 써도 사랑스럽다. 웹사이트가 괜찮은 디자인으로 구성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야들야들 밥 한 톨 같은 음절의 모음이 귀엽기도 하고 꽤 젊은 작가의 포스가 느껴지기도 했다.한때 매주 목요일 저녁이면 문정동 스타벅스에서 청소년 작가들의 글을 정독했다. 한 단어, 한 문장도 놓치지 않았다. 때로는 밑줄 긋기도 했고 내 생각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잘 쓰고, 못 쓰고를 평가하지는 않.. 2024. 9. 7. 20:00
[에셀라 시론] 파수꾼의 마지막 등불 10년 만에 다시 만난 가영이 누나는 달라진 게 하나 없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 날 만난 게 정말 반가워서 웃는 미소는 여전히 행복하게 만들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어서가 아니었다. ‘지금 여기’ 꿋꿋하게 서 있는 당찬 누나의 모습이 여전했기 때문이다. 달라진 외형 하나 있다면 양손 꽉 쥔 두 아이. 이제는 아이 엄마라는 게 믿기지 않을 나이다. 누나를 다시 만난 이유는 단순했다. 누나의 시선에서 바라본 과거의 내 모습이 궁금했다. 솔직히 말해 학창 시절 누나에게 빚진 마음은 둘째였다. 누나는 나와 10년 전 새능력교회를 함께 다닌 교우였다. 어렸을 시절 나의 민낯을 그대로 본 사람인 것이다. 기록가로서 눈망울이 빛나는 이유였다.누나를 위해 나는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었다. 점심을 대접하는 일과 키즈카.. 2024. 9. 7. 14:00
여자친구네에서 세 달 살기 퇴사는 갑작스러웠다. 여자친구네 집으로 달려갔다. 서울에서 광주까지 약 3시간이 걸렸다. 도착한 건 저녁 늦은 시간이었다. 여자친구는 혼자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떡볶이를 같이 먹으며 악몽 같았던 직장 이야기를 매듭지었다. 여자친구를 끌어안고 단잠을 잤다. 나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이제 시작이었다. 개운한 마음으로 새 아침을 열었다. 직장에 간 여자친구를 두고 집에서는 글을 썼다. 한동안 밀린 일기와 기사를 써 내려갔다. 하고 싶은 일을 리스트로 정리했다. 여자친구와 주말에 놀러 갈 장소들도 적어 두었다. 오후에는 스타벅스에 들렀다. 개인 작업을 진행했다. 여자친구의 퇴근 시간에 맞춰 회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자친구 손잡으며 퇴근하는 길이 가벼웠다.여자친구는 요리를 할 줄 .. 2024. 9. 6. 19:00
[사설] 스무 살 청춘의 죽음과 대통령의 수사 외압 " 채수근 일병이 2023년 7월 19일 경상북도 예천군 내성천에서 13명의 해병대원과 폭우 실종자를 수색하는 작전에 투입되어 급류에 휩쓸려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채 상병은 포병이었고 댐 방류 중인 상황에서도 구명조끼 하나 없이 수중 수색 작업을 벌였다고 한다.당시 해병대 수사단은 30일 90여명의 장병 진술과 현장조사를 토대로 사단장 등 관계자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기재된 수사 기록을 경찰청에 이첩하기 위해 이종섭 국방장관에게 결재받았다. 그러나 다음날 이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의 언론 브리핑을 돌연 취소했고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8월 2일 수사를 지휘하던 박정훈 수사단장이 ‘집단항명의 수괴’ 혐의로 입건되었고 보직해임 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수사 외압 논란이 불거졌다.박 전 .. 2024. 8. 14. 16:41
[돌아보는 사건] 미주의 임시조치 1.“안녕하세요. 카카오입니다”라는 내용의 메일은 언제나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권리침해 당사자가 명예훼손 게시물이나 댓글 삭제를 요청한 임시조치를 담았기 때문입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 정보의 삭제요청 등에 의거한 조치인데요. 게시 중단되면 즉각 본문을 확인할 수 없게 됩니다. “해당 글은 권리침해신고에 의해 임시조치된 글입니다”라는 문구만 뜨는 것이죠. 복원 신청해도 게시 중단을 요청했다는 이유로 무려 30일 동안 게시 글을 읽을 수 없습니다. 어떤 단체는 무차별 게시중단을 요청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여론을 입막음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입니다. 2.이 글이 명예훼손이 아님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복원 신청 과정은 까다롭고 귀찮습니다. 명예훼손이 아.. 2024. 4. 15. 14:56
[사설] 범야 192석… 여소야대 尹과 국민의힘 참패가 의미하는 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내 여소야대인 첫 대통령이 됐다.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참패한 배경에는 수많은 이유가 거론되지만 불통 그 자체인 대통령이 한몫했다. 도어스테핑 중단과 기자회견 없는 신년사, 반복되는 전 정권 탓, 입틀막 경호, 심지어 야당 지도부와 소통도 없으며 김건희 특검법도 거부했다. 이제 이 정부는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상실할 식물 정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이 정부가 보여준 국정 운영은 황당무계할 지경이다. 역대급 세수 펑크에 무차별 R&D 예산 깎기, 지난해 나라살림 적자는 87조원에 이르렀다. 예산안보다 29조원이나 늘었다. 그런데 대통령은 “대파 한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했다. 외치를 잘한 것도 아니다. 대통령은 취임하고 작년 12.. 2024. 4. 11. 1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