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소년, 결혼식 준비하다 울었다
담임목사가 중요하다며 신신당부한다. 결혼식. 외삼촌 이후로 처음이다. 고등학교 1학년, 혼자 방송실에서 바쁘게 일하던 차에 “우리 교회에서 결혼할 테니 잘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하달 받았다. 전체실황 녹화해서 신랑·신부에게 전달해야 하나 싶었다. 방송 자막을 띄울 뿐만 아니라 사진에 동영상 촬영까지 해야 할 참이다. 누구에겐 하나 밖에 없을 결혼식일 테니까. 발레단 누나들의 공연엔 동영상도 포함됐다. 세상에 빠져 살던 청년 남성이 방황하다가 어렸을 적 힘들 때마다 찾아간 교회에서 생활하던 과거를 기억하는 내용의 영상이다. 밤하늘, 생각에 잠긴 아이 곁엔 부모도 어른도 없었다. 어른도, 목사도, 친구도 없었던 방송실에서 소년은 혼자 울분을 삭히며 고등학교 1학년이 풀 수 없는 문제 앞에 주저앉아 있었다.


가해자 문법: 무능한 실장이야 말로 탄핵했어야 했다
진리를 갈급하던 누나와 끈끈한 관계, 그리고 교회
얼어붙은 마음, 솜이의 얼굴을 보자 녹아버린 기적
아이돌 세타나인을 둘러싼 네 명 고등학생의 시각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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智愛문학
[지애문학] 퇴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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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성의 창] 가해자 文法 입력 : 2021. 03. 01 19:38 | A29 모든 사람을 두 부류로 분류할 수는 없다. 인간의 다양한 결을 관찰하다 마주치는 아름다움이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 내 편과 네 편으로 구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인은 비정상이고, 나는 정상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문법을 발견했고, 이 문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고등학교 1학년 입학하고 실장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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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기억모음] ② “교회 누나를 지키지 못한 내가…” 입력 : 2021. 02. 28 22:25 | A22 진리를 알고 싶고 따라가고 싶었던 교회 누나와 옛날의 나 누구보다 애틋하고 고마운 특수 관계에서 싹튼 마음 연민 하나님에게 집중하기 어려운 관계 향하자 멀어진 우리 둘 체계적으로 진리가 열어 밝혀졌다면 아파하지 않을 텐데 누나에게 마음 문을 연 건 순진했기 때문도 맞지만 계속해서 나에게 다가온 덕분이다. 매년마다 갱신하듯, 헌법상..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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