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205 좁은 사고방식의 그런 지구, 정복할 이유라도?:『우리 미나리 좀 챙겨 주세요』 차별과 편견 가득한 지구별공존이 해결책이라 하지만작은 별의 멸망 필연일지도 우리 미나리 좀 챙겨 주세요듀나 지음 | 창비 | 80쪽 | 1만원 한 번 읽고는 도통 이해하지 못했다. 웹사이트 이곳저곳을 뒤져야 했다. 간단한 도식을 보고 나서야 또 하나의 편견이 깨지고 말았다. 인간과 비(非)인간의 구분 말이다.메카 공룡인 당근이를 괴롭히는 십 대 중반의 남자아이들과 따돌림을 당하는 기분의 진짜 공룡과 가짜 공룡의 구분은 차별적인 지구별의 행태를 폭로한다.차별의 문제는 지구에서 사는 인간의 오랜 문제다. 언제나 차별은 존재했고 어디에서나 차별은 작동했다. 작가가 SF 장르를 통해 차별을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좀 더 상상력을 가동해 보았다.바로 메가 공룡과 생물학적 공룡의 차이를 구분하는 게 어리석은 일인.. 2024. 11. 18. 15:34 ‘전쟁·기후위기·인류의 끝’ 아티스트, 심규선의 경고 ‘우린 어디에서 왔으며/이제 어디에로 가는가/한때는 집이라고 부르던/낙원에서 추방된 난민’아티스트는 누구보다 우리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지구를 위한다는 말은 결국 종의 생존이라는 미명(美名)일 뿐이라는 것. 우리 문명의 존속이라는 슬로건일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작년 10월 9일 발매한 심규선의 정규 4집 ‘#HUMANKIND’(#휴먼카인드)의 타이틀곡 ‘Question’이 이목을 끌었다. 가사만 있는 영상을 보았을 땐 그저 물음을 던지는 아티스트의 노래쯤으로만 생각했다. 영상과 함께 울려 퍼지는 멜로디에 다른 차원의 감정을 느꼈다.화면은 끝을 향해, 아니 죽음과 파멸을 향해 내달리는 인류의 서글픈 이면을 과감히 드러낸다. 얼굴을 갈아치우는 듯 바뀌는 인류의 동상과 킹을 처치하는 퀸의 체스 장면, 지.. 2024. 11. 3. 15:44 이달의 운세 2024년 11월 I 끊임없는 용기 타오르는 불꽃 그럼에도 너는E 아픔도 슬픔도 이젠 모두 안녕 잘 가라 과거여N 네 숨결로 따뜻한 낙엽으로 익어갈 군고구마 굽는 밤S 터벌터벌 걸으며 문뜩 뒤돌아보니 벌써 겨울이구나F 뒷담에 험담하고 트집이나 잡으니 고약한 미운 심보T 의지하지 않아도 가능성 있다고요 믿으세요 자신을J 넘어지고 깨지고 되돌아가더라도 희망이라는 이름P 사방이 가로막혀 절망적인 때라도 건져냄 받으리라★ 애매한 대답보다 선명하고 분명한 색채가 정답이다♥ 값비싼 약보다도 대자연의 풍광에 흠뻑 빠져 봄직도1 너의 이름에 담긴 깊이와 능력, 의미 가능성을 믿는다2 숨겨진 진실 주의 바람에 담긴 의미 한뜻만은 아닌데3 세상이 모질어도 회색빛 머금어도 웃어요 그대만은4 그대 말하는 대로 그대 꿈꾸는 대로 반대로 이뤄질 .. 2024. 11. 1. 03:00 세상이 미쳐 돌아가도 너에게 전해줄 마지막 멜로디: ‘그래도 돼’ 정겨운 영화의 한 장면 [괴물] 앞에서 가수 조용필의 뛰어난 위력을 느꼈다. 영화의 변주를 그저 패러디쯤으로 여겼다.아날로그 텔레비전을 바라보는 배우 이솜의 장면과 갑자기 등장한 영화 속 낯선 이솜에게서 한 가지 의아한 감정을 느낀다. ‘당신이 저기에 있어서는 안 되는데.’ 머지않아 이솜의 흔들리는 눈빛에서 알츠하이머라는 불편한 진실을 떠올리고 말았다.장면의 변주는 [부산행]과 [응답하라 1997]을 떠올리게 했고 마냥 패러디처럼 보이던 파편화된 장면들은 곧 한 여인의 인생임을 깨닫는다. 전 인생을 아날로그 텔레비전으로 다시 보는 병실 속 이솜은 알츠하이머 환자인 것이다.이름조차 없는 6·25전쟁과 어쩔 수 없는 아들의 군 입대, 여인은 말없이 미소를 가득 안은 채 사랑하는 이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기.. 2024. 10. 25. 18:00 [밑줄 긋고] Fly, daddy, Fly 外 비공개 기사입니다. 2024. 10. 10. 07:25 가면 껴도 변함없이 우울하고 불안한 삶:『가면생활자』 가면생활자조규미 지음 | 자음과모음 | 240쪽 | 1만5000원 열여덟 소녀 진진은 우연히 아이마스크의 신제품 베타테스터에 선정되었다. 아이마스크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특수 물질 ‘판게아’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사용자의 얼굴에 맞게 변하는 물질이다. 가면은 외모를 바꿔주고 신분을 상승시켜주는 도구다. 잘 사는 사람들은 사교 공간인 정원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고 한다. 진진이 오랜 시간 가면을 흠모한 이유다. 작중에서는 가면을 반대하는 ‘안티마스키드’라는 단체가 등장한다. 이들은 묻는다. “왜 그들은 가면을 쓰는가? 누가 그들에게 가면을 쓰게 하는가? 가면은 있는 자와 없는 자, 보호받는 자와 보호받지 못하는 자, 행복한 자와 불행한 자로 가른다.”(45쪽2문단) 과연 가면은 정말로 윤리적이지 못한 도구.. 2024. 10. 10. 07:25 잘못 보낸 야한 사진에 여자애 가방셔틀 된 이야기:『열일곱, 최소한의 자존심』 열일곱, 최소한의 자존심정연철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8쪽 | 9800원 야한 사진을 잘못 보낸 태용이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다섯 명의 이야기를 묶은 단편소설집. 야자를 빼먹는 수호 이야기가 이 책 제목의 내용이다. 가장 마음에 든 에피소드는 ‘너에 대한 소문’이었다. 실수로 보낸 야짤에 태용이 식겁한다. 같은 반 몬스터에게 비키니 사진을 보낸 것도 모자라 야한 말까지 덧붙였기 때문이다. “어때? 맘에 들어?” “꼴리지?” 눈을 비비고 다시 본 카톡방엔 건희 대신 여자애 몬스터가 있었다. 몬스터가 황당해할 만했다. 친한 사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보란 듯이 아버지를 데려온 몬스터 앞에서도 실감나지 않았다. 담임은 잘못했다고 석고대죄라도 하라지만 몸은 움직이질 않는다. 건희는 ‘김태용’을 ‘변.. 2024. 10. 10. 07:25 [마음 속 그 사람] 같은 반에 발달장애라니, 반장으로서 얼마나 부담 되겠니:『괴물, 한쪽 눈을 뜨다』 괴물, 한쪽 눈을 뜨다 은이정 지음 | 문학동네 | 251쪽 | 1만2500원 네가 반장이 된 일만으로도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을 거야. 초등학생 때와는 달리 중학생 아이들의 입은 더욱 거칠고 과격하고 괴상하기 때문이지. 하지만 세상은 너의 처음 무관심한 태도처럼 영섭이의 왕따에도 침묵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해.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생각하겠지. ‘상처가 나도록 심하게 때린 것 또한 아니었다. 나는 담임한테 말할 만한 사건은 아니라는 결론을 재빠르게 내렸다.’(38쪽6문단) 맞아. 그렇게 생각하는 게 더 속이 편할지 몰라. 그렇지만 만일 영섭이가 초식동물이 아니라, 천성이 육식동물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런 아이가 강한 힘으로 아이들을 나쁘게 대했더라면 너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그런 강한 영섭이가 적당히 거칠고,.. 2024. 10. 10. 07:25 중학교 2학년 3반, 사바나에 사는 동물농장 이야기:『괴물, 한쪽 눈을 뜨다』 괴물, 한쪽 눈을 뜨다은이정 지음 | 문학동네 | 251쪽 | 1만2500원 발달장애를 가진 주인공 영섭은 반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얼떨결에 반장이 된 태준이는 이를 묵고하고 마는데. 교실의 문제에 누구보다 관심을 기울이는 담임교사, 이렇게 세 명의 시점으로 각각 전개하는 소설이다. ‘황라사마귀’ ‘아프리카맹꽁이’ ‘기린’ ‘사자’ ‘혹맷돼지’ ‘얼룩말’ ‘카멜레온’ ‘늑대부엉이’ ‘관모호저’ ‘숲개’ ‘시베리아호랑이’ ‘가시두더지’……. 이야기 내내 영섭이가 변신하는 동물들의 종류다. 왕따를 당하는 현실을 견디기 위해 영섭이는 갖가지 동물로 변신하기 바빴다. 영섭이네 2학년 3반은 초식동물과 육식동물로 나뉜다. 순하고 착한 아이들을 초식동물로 분류하고, 영빈이와 민우(204쪽)를 비롯한 패.. 2024. 10. 10. 07:25 같은 고등학교 가자던 그 약속 이뤘을까:『귤의 맛』 귤의 맛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8쪽 | 1만2500원 다윤, 소란, 해란, 은지.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네 명의 소녀들은 다 같이 신영진고등학교에 입학하자고 대뜸 약속해버린다. 헤어지기 싫다는 이유에서 저지른 충동적인 선언이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기까지 다양한 사건·사고로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입학이라는 거대한 사건이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는 건 좋다. 각자의 이야기가 산발적으로 흩어지는 바람에 한 사람의 이야기를 쉽게 잊고 말았다. 너무도 많은 사건들 속에 잊히고 만 개개인의 사건들. 이 또한 저자의 의도였을까. 은연한 학교폭력, 고등학교 입학을 위한 위장전입, 가부장적인 가정환경, 심지어 중년 남성 특유의 병신력까지 다 괜찮았다. 한 가지 모자란 게 있다면 늘 죽음의 무게를 진 여학.. 2024. 10. 10. 07:25 이전 1 2 3 4 ··· 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