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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시대성의 창

오피니언/시대성의 창 자격 없는 것들 남성과 여성의 신음으로 이루어진 ‘게로게리게게게(ゲロゲリゲゲゲ)’ 두 번째 정규 앨범은 기미가요 전주와 히로히토 일왕의 근엄한 표지에서 황당함을 더한다. 이름부터 ゲロ(게로)=구토, ゲリ(게리)=설사를 뜻한다. 두 개 트랙으로 나눠진 이 곡 쇼와(昭和)는 18분59초, 19분8초 내내 신음소리와 오토바이나 숨소리, 여성에게 상태를 묻는 남성과 갈 것 같다는 여성의 목소리가 중간에 삽입되어 이질감을 표현한다. 그 외에 노래는 볼일 보는 소리, 소리 지르거나 치찰음을 섞어 노랜지 소음인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히로히토가 사망하고 발표한 앨범이니 만큼 전체주의에 대항해 설사와 구토로 우스꽝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목적인지는 모르지만 히로히토의 근엄함이 주는 실소만은 분명하다. 교회와 섹스라는 단어도 이질.. 2021. 7. 12. 더보기
오피니언/시대성의 창 교회 바깥 나서면서 시작되는 것 채플하기 싫어서 대강당을 나가려던 차에 동급생과 눈이 맞았다. 점심을 먹자기에 식사했고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워 대학원 카페에서 2차를 보냈다. 세 시간 이어진 대화는 지난 번 이야기의 연장선이었다. 신학교에 입학해도 무얼 해야 할지 모른다며 한 숨 지었다. 기나긴 대화는 하나님이 어떻게 당신을 이끌어 가셨는지 재차 확인하던 자리였다. 그러나 그 뒤에 찾아오는 빈 공간, 다음 인생사 이야기를 어떻게 써내려가야 할지를 모르는 막막함이 느껴졌다. 촉. 그 때의 촉은 빗나가질 않았다. 미소는 밝지 않았다. 일찍이 자퇴한 친구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까지 보여주며 소개시켜 주겠다고 말했지만 한사코 거절했다. 영적인 세계에 몰두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은 내 앞에 앉아서 곱상하게 웃기만 하던 이 자매는.. 2021. 3. 31. 더보기
오피니언/시대성의 창 [시대성의 창] 가해자 文法 입력 : 2021. 03. 01 19:38 | A29 모든 사람을 두 부류로 분류할 수는 없다. 인간의 다양한 결을 관찰하다 마주치는 아름다움이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 내 편과 네 편으로 구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인은 비정상이고, 나는 정상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문법을 발견했고, 이 문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고등학교 1학년 입학하고 실장으로 자처한 녀석도 같았다. 나보다 훤칠한 키에 잘 생긴 미모가 누가 봐도 호감을 주었고 선생님의 신임을 받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와 사이가 틀어졌다. 실장이란 녀석이 특정 과목 선생님을 왕따 시키려고 모의하질 않나, 철없는 친구들의 주먹 다툼에도 아랑곳 않으며 말리지도 않으니. 그 녀석의 인간적.. 2021. 3. 1. 더보기
오피니언/시대성의 창 [시대성의 창] 대안격 사랑의 죽음 입력 : 2021. 01. 23 23:51 | A29 갑자기 발생한 고열에 죽을 뻔 했다. 코로나는 아니었다. 올 겨울 한 번도 틀지 않은 전기장판 급하게 펴놓고 이틀 종일 앓아 누웠다. 내게 가장 어려운 일은 피아노 배우는 일도,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공부도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삶에서는 비로소 몸살에 걸려서야 주의를 기울인다. 피로가 누적된 만큼 생활 패턴이 올바르지 않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일에 중독된 듯 ‘이 밤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감정이 거짓말 못하는 몸의 언어인 몸살로써 제동이 걸려서야 깨달을 만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잘 못한다. 한병철이 아렌트의 ‘활동적 삶’을 지적한 것처럼 할 수 있음의 세계에서 타버리는 영혼은 사람을 망가뜨린다. 할 수 있음의.. 2021. 1. 23. 더보기
오피니언/시대성의 창 [시대성의 창] 신연수 동아일보 논설위원 사표를 바라본다 입력 : 2020. 12. 29 06:30 | 수정 : 2020. 12. 29 06:50 | A29 4년 전 겨울에도 논설위원이 사표를 내고서 신문사를 떠났다. 그의 마지막 칼럼 ‘아버지, 지지자, 국가에 상처를 준 박근혜’는 허상의 공포심을 완화하게 해주었다. 사람들은 “저런 사람이 중앙일보에 남아 있었냐”고 힐난했다. 사람들은 같은 편이 되어주지 않은 그를 비난했다. 대통령의 불통(不通)을 지적하자 침몰하는 박근혜호(號) 갑판의 생쥐로 비유했다. 멀찍이서 바라보면 다르다. “모든 정권이 다 엄청난 잘못을 저지른다”고 비호했다. 지금에까지 박근혜 향수에서 머무른 그를 바라본다. 달라지지 않은 존재는 김진 뿐만이 아니다. 중앙일보가 그렇다. 편집방향은 신문사 어디에나 존재한다. 기자윤리강령상 취사선택도 .. 2020. 12. 29. 더보기
오피니언/시대성의 창 [시대성의 창] 나라가 망하길 바라는 어른들 입력 : 2020. 08. 18 | A33 4·15 총선 때가 마지막이었다. 미래통합당에 건 아주 실낱같은 희망이 짓밟힌 건 차명진 막말 덕분이었다. 불과 작년만 해도 자유한국당원으로서 마지막 당원 투표를 마쳤고 황교안이 당대표로 선출되자 곧바로 탈당했다. 이제 더는 어른한테 기댈 것도 없고, 20년 보수 정당에 기대할 미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내게 보수 꼴통이라 욕을 해도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올해 총선을 기대했다. 친박(親朴)이 쫓겨나고 김종인 말처럼 당명까지 뜯어고쳐 체질 자체가 바뀌지 않을까. 실낱같은 희망을 믿었건만. 코로나가 득실대는 형국에 광화문 네거리에 모여든 사람들을 보면서 이제는 희망도, 미래도 발견할 수 없었다. 무슨 통합이란 말인가. 광화문 네거리에 모여든 보수단체를 보면서 .. 2020. 8. 18. 더보기
오피니언/시대성의 창 [시대성의 창] 홍콩을 지지합니다 입력 : 2019. 08. 19 | 수정 : 2019. 08. 23 | A27 자국민 억압하는 당국 지금 當國이 정상인가 홍콩의 自由 실현되길 지난 18일, 홍콩 시민은 유수식 집회(流水式集會)로 도로를 행진했습니다(2019. 8. 18). 거대한 우산들로 가득 메운 빅토리아 공원 오색 빛깔은 어둡고 칙칙했고, 자유를 위한 주말 투쟁이 열한 번째 주(週)를 넘겼다는 사실에 조금도 즐겁지 않았습니다. 시위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2월, 한 홍콩 청년이 대만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망 온 사건이 발생하자 범죄인을 인도하라 홍콩에 요청했지만 범죄인을 인도할 근거가 없으므로 송환하지 못했습니다. 속지주의(屬地主義)인 탓이지요. 홍콩 정부가 이 때문에 송환법을 개정하려 한 겁니다. 문제는 정치범.. 2019. 8. 23. 더보기
오피니언/시대성의 창 [시대성의 창] 너의 힘으로 날아간 두루미는 기억을 넘어 입력 : 2019. 03. 01 | 수정 : 2019. 03. 01 | A29 그동안 갇혔다는 표현을 줄곧 사용하다 자신에게 돌아간다는 말도 금기시하고 말았다. “자신이 정의하지 않은 남이 만들어 놓은 행복을 추구하려고 정진하지 말라”는 말에 움츠리고 고개를 마음속으로 휘젓고 말았으니. 폐기된 ‘자폐’ 뒤에 우리 세대의 박탈감이 자명하고 또렷하게 보였다. 어느 20대가 힘들지 않겠냐만 커뮤니티를 떠도는 90년대 생만 공감할 유머들은 허공에 웃음과 함께 흩날렸고, 머지않아 “뭘 해야 하지?” 물음이 들렸다. 만연한 패배감이 어디서든 등장했다. 모두가 불편하단 말에 희생자 의식은 논리로 둔갑해 시대를 덮었다. 꼰대와 개새끼는 쌍 벽을 이루어 386과 2030으로 양분되어 만연한 패배감을 더욱 완벽하게 감싸 .. 2019. 3. 1.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