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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ㅁㅅㅎ

오피니언/ㅁㅅㅎ [ㅁㅅㅎ] 5년 전 오늘의 기록물을 읽으며 숨이 턱 막혀 건조한 눈망울 감았다 뜨기를 말없는 나의 방 쉼 없이 내달리는 초침 그 때의 너라면 어땠을까 그리 물었어 터벅 걷는 너의 발걸음 흐름을 쫓아가 조용히 터벅터벅 나지막이 걸으면 느껴지는 너의 냄새 뒤따라가 붙어서 네 외로움에 맞서줄래 사막의 철학자, 수도자처럼 너에게만 집중할래 5년 전 오늘의 기록물을 읽으며 슬픔이 몰려왔다. 주체할 수 없는 아픔을 견뎌내며 시간만 흐르기를 기다렸다. 시간만 흐른다고 될 성질의 고통이 아니었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주체하기 어려운 아픔을 겪을 때, 시간만 흐르면 될 줄 알았던 슬픔을 겪을 때 그저 할 수 있는 일은 감내하는 일 뿐이다. 기다리던 고통이란 괴물이 잠잠해지던 순간 떠올랐다. 가장 힘들었던 5년 전의 아픔도 오늘과 같았을까. 그 때의 기록물을 .. 2021. 10. 3. 더보기
오피니언/ㅁㅅㅎ [ㅁㅅㅎ] 반성문 반성문 귀찮단 감정을 힘들단 말들로 덮어버린 점 질투의 상태를 유일하단 말로 거짓말한 점 붙어있던 집착 순애보 단어로 옭아매던 점 미안해 한마디 말 못하고서 눙쳐버린 점 . . . , 잘못했어 혼내줘 말 잘 들을 게 관계에서 지친다는 의미를 곱씹어보면 미안하다는 말이 의미를 잃는다. 많이 미안해서, 수없이 미안해서, 할 말 없이 미안해서 내던진 단어가 “바보”라는 말과 함께 잊힌다. 사랑하기 때문에 힘들어지고 사랑하기 때문에 유일한 존재이길 바라고 사랑하기 때문에 순애보를 내세워 말 못한 채 옭아맨다. 그리고 절벽에 내딛은 마음으로 한 마디 꺼낸다. “잘못했어.” 기회를 요청하는 화자(話者)가 아니라 잘못했단 말을 들은 상대에게 선택의 여지가 주어졌다. 그는 화자의 사과를 받을 것인가. 받아주지 않는다 .. 2021. 9. 29. 더보기
오피니언/ㅁㅅㅎ [ㅁㅅㅎ] ~ 문제, 속 시원하다 구질구질 질척질척 네가 먼저 정리해서 이렇게나 기분 좋아 운명인가 꿈인걸까 정리하니 너무 좋아 이제 안녕! 탈 교회, 철취엑시트(church-exit)는 당연했던 전통과의 상존(常存)을 무너뜨림으로써 당연하던 시대가 당연하지 않을 수 있음을 가리킨다. 전통과의 상존은 현재에도 유효하다. 가부장 사회와 권위주의, 성엄숙주의……. “구질구질”할 지경으로 치달은 관계 역시도 전통이라는 이제껏 그래왔던 터부(taboo)시 된 당연하던 시대였음에 해방감을 느낀다. 오히려 당연하지 않음이 당연한 게 아니었을까, 당연하지 않은 분위기와 당연함을 경험하는 해방 속에서 즐거운 감정을 느낀다. 2021. 5. 15. 더보기
오피니언/ㅁㅅㅎ [ㅁㅅㅎ] 야훼의 눈물 입력 : 2021. 01. 17 23:35 | 디지털판 야훼의 눈물 때로는 저 벽을 허물고 싶었는데 단단하게 서 있어 볼 수 없더구나 나의 마음이 가닿지를 않으니 무엇을 생각하는지 무엇을 사랑하는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지를 못 하는구나 나병으로 아파하는 내 백성이 쫓겨난다 바깥세상 낯선 공기 마셔야만 내 마음을 아는구나 여전히 나는 성벽 바깥에 서 있는다 신은 질투를 느낄까. 일단 인간 예수는 눈물도 흘리고 분노도 드러내듯 야훼도 그렇다. 노아의 홍수에서 후회를 말한다. 탈출기에서 배신당한 백성들을 쓸어버리고 싶은 서운함, 왜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지를 선지자를 통해서 격렬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알아듣지 못한다. 신의 질투를 느끼지 못한다. 벽은 단절을 만든다. 그 벽을 절절하게 바라보는 신의 시선, 신의.. 2021. 1. 17. 더보기
오피니언/ㅁㅅㅎ [ㅁㅅㅎ] 정신운동활성증가(Psychomotor retardation) 입력 : 2021. 01. 08 | 디지털판 첨엔 느리게 움직이는 줄로만 알았어 굼뜨고 질척이고 게으른 나 말야 입맞춤하고부터일까 한 발짝 내딛듯 가벼워진 몸과 마음 발바닥이 따뜻해 멀어진 건 이 무렵이었을까? 정류장처럼 네 이름 지나치고 비로소 느리게 움직이는 널 보니 눈물이 나 미안. 정신운동활성증가(Psychomotor retardation) 경험하지 못하면 이해하지 못하는 게 타인의 마음이다. 지적과 비판, 한 숨은 굼뜨고 질척이던 게으른 화자를 향해 “느리다”고 말한다. 느린 모습을 지켜봐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날 때. 비로소 느림의 시간 속 초침은 조금씩 움직이며 발바닥을 데울 만큼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늪이라는 공간에서 벗어난 것처럼 몸이 가벼워진 경험으로 시간에 속도가 붙자 화자는 .. 2021. 1. 8. 더보기
오피니언/ㅁㅅㅎ [ㅁㅅㅎ] 말없이 바라보다 입력 : 2021. 01. 01 | 디지털판 말없이 바라보다 슬픔은 만날 수 없다는 데에서 시작한다 만날 수 있음은 너와 나의 바라봄을 의미한다 바라봄은 지금의 너 오늘의 나 내일의 봄 같은 우리다 우리는 만날 수 있어서 기쁘다 그런데 너가 없다. 시작은 만날 수 없다는 데에서 슬픔으로 밀려온다 바라봄의 의미는 너와 나의 만날 수 있음이라는데 우리는 내일도 오늘도 지금도 너와 내가 바라는 봄이라 슬프다. 만날 수 없어서 우리는. 네가 없는 이천이십년 파동으로 젖어버린 내 얼굴 불신과 증오와 불안과 슬픔이 내 어깨까지 차오른다. 너를 만날 수 없다는 지금이 너를 바라볼 수 없다는 오늘이 너와 봄을 꿈꿀 수 없다는 내일이 슬픔이다. 슬픔이다. 슬픔이다. 그런 너를 찾아간다 바라본다. 발을 뗀다 정의(定意)는.. 2021. 1. 1.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