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now]117 [지금,여기] 두 손 모아 경건함으로 “소원을 빕니다” 「2박3일, 교토여행③」 ❹청수사·니넨자카·산넨자카·은각사 자연을 재편집하는 섬세한 손길과 애절함 관광지의 정수였다. 청수사 그러니까 기요미즈데라(清水寺)에 이르자 새빨간 사찰 건물 앞에서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청수사는 매년 12월 12일 일본 ‘올해의 한자’를 발표하는 곳이다.인왕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신비로운 눈빛으로 인왕문을 구경하거나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노송나무 껍질로 만든 본당 지붕은 나조차 익히 알고 있는 교토의 유명한 건물이다. 높은 지대를 감추고 있는 파릇파릇한 가을의 나뭇잎이 우드톤 본당의 지붕과 대조적이었다. 자연 속 사찰로 더욱 살아나는 분위기였다. 사찰로 향하는 길목에는 니넨자카와 산넨자카가 늘어섰다. 일관된 목조건물과 절제된 간판이 교토다운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무척 많.. 2025. 11. 1. 12:45 [지금,여기] 단정한 제복, 섬세한 인사… 이치조지에서 느낀 일본의 감각 「2박3일, 교토여행②」 카페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허탈했다. 하필 우리가 방문한 때가 ‘추분(秋分)의 날’이었다. 우리에게 추분은 평범한 날이지만, 일본에서는 공휴일인 모양이다. 오늘 낮에 방문했던 ‘도쿠라 교토 산조점(手づくりハンバーグの店 とくら 京都三条店)’에서 세트 메뉴 주문이 어쩐지 불가했다. 도쿠라 교토 산조점은 함박 스테이크를 파는 곳이다. 내가 먹은 명란 마요 함박 스테이크를 젓가락으로 자르자 쏟아져 나오는 육즙에 놀랐다. 40분을 바깥에서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굳게 닫힌 카페 문 알고 보니 ‘추분’ 허탈해진 발걸음 ❺무시야시나이 카드 결제 물으니 한국어로 “아, 네!” 달콤 디저트 카페 ❻센나리 새침한 접객 태도 허나 풍성한 식탁 평범 일본 가정식즉석 데코레이션 디저트 카페 ‘무시야시나이’, 푸짐한 일.. 2025. 11. 1. 12:42 [지금,여기] 아라시야마, 압도하는 ‘교토의 풍경’ 「2박3일, 교토여행①」 버스에서 내리자 눈앞 펼쳐진 광경에 문자 그대로 압도당했다. 질서정연한 지붕과 모두가 비슷한 톤, 어느 하나 톡 튀지 않는 풍경에 오히려 개성을 느꼈다. 그리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탄을 내뱉고 말았다. “여기가 교토구나!” 도쿄와 다른 매력, 교토의 심장에 들어간 기분이 들었다. 말 그대로 다른 도시의 매력을 앞두고 첫눈에 반한 것이다. 이제 막 도착한 아라시야마(嵐山)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보트를 타거나 가스라 강가(桂川)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정겨운 우드 톤. 어느 하나 어색하지 않은 간판. 비교할 수 없는 교토의 고유한 시퀀스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리 연인은 대나무 숲을 거닐었다. 해가 져가는 와중에도 올곧게 뻗은 대나무 사이에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금방금방 눈가에 비치는 고요한 사당(祠.. 2025. 11. 1. 12:40 [지금,여기] 뜨듯한 온천과 시원한 맥주 “캬, 이 맛이지” 끝없는 ‘오사카의 밤’ 「2박3일, 오사카여행③」 우드톤 단색의 고즈넉한 도시가 교토였다면, 오사카는 그저 화려하고 젊은 분위기의 도시였다. 우리는 나가호리바시를 기반으로 오사카의 도톤보리와 난바, 우메다, 나가자키초를 돌아다녔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은 큐카츠 토미타(牛かつ 冨田)다. 각자 구워 먹을 수 있는 큐카츠 전문점이다. 다행히 우리는 기다림 없이 바로 입장해서 저녁을 즐길 수 있었다. 와, 문자로 표현할 수 없는 맛. 달달하고 고소하며 담백한 맛. 입 안에서 녹는 육즙이 끝내줬다. 현금만 받는 가게라 카드로 결제하지 못했다. 곧이어 낮에 예매해 둔 리버 크루즈를 타고 우리는 도톤보리 강을 누볐다. 베테랑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며 웃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했다. 주변 관광객들이 선사하는 손인사에, 우리도 손을 흔들었다. 가까운 타지에서 느끼는 이.. 2025. 11. 1. 12:35 [지금,여기] 나가호리바시 이에케이 라멘 「2박3일, 오사카여행②」 오사카 숙소 근처에서 라멘 집을 발견했다. ‘이에케이 라멘 이타다키야 나가호리바시(家系ラーメン 頂㐂家 長堀橋店)’. 면의 굵기와 맛 강도를 선택할 수 있고 다진마늘과 양념으로 기호에 맞게 먹으면 된다. 여자친구는 이에케이 라멘과 미소 라멘을 먹었다. 이에케이 라멘의 흰 돼지국물은 국물이 묵직해서 맛있지만 다소 느끼해서 물렸는데 미소 라멘은 얼큰해서 느끼함이 없었다고 한다. 보통 여행에서 식당은 한 번만 갈 텐데 이 집은 두 번을 갔을 정도로 맛집이다. 2025. 11. 1. 12:32 [지금,여기] 다채로운 빛깔 여기는 오사카 「2박3일, 오사카여행①」 ❶신세카이·도톤보리 북적이는 젊은 도시의 활력 여행의 묘미 크루즈와 온천 절대로 아깝지 않은 가격과 언제나 간직하고 싶은 추억 오사카의 밤은 백색 노이즈 같았다. 손바닥으로 가려지지 않을 인산인해를 바라보며 이 도시의 화려함에 취했다. 독창적인 간판은 거대했고, 영원히 꺼지지 않을 불꽃처럼 타닥타닥 튀었다. 사람들의 북적임은 도시의 활기를 가리켰다. 우리는 도톤보리(道頓堀)와 신세카이(新世界)를 돌아다녔다. 알록달록 간판 사이에서 술 한 잔 기울이는 사람들, 붉은 조명에 비치는 관광객들. 걷는 것만으로도 기운찼다. 일본 도시 특유의 내음이 정겨웠다. 하마터면 우리는 도톤보리 리버 크루즈를 타지 못할 뻔했다. 걸어서도 볼 수 있는 풍경을 굳이 2만원을 주고서라도 타야 하느냐는 의문이 앞섰기 때문이다. 하지.. 2025. 11. 1. 12:30 [팔짱만 껴도 좋은걸②] 펭-귄, 페----ㅇ귄, 뽀뽀 ---- 우 작년 9월 어느 날 생각하지 못했던 애착인형의 입양 새로운 가족으로 여자친구는 어느 날 갑자기 한 애착인형을 데려왔다. 정확히 몇 월 며칠에 왔는지를 서로가 모르는 걸 보면 처음엔 별 감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갤러리에 저장된 걸 보면 애착인형의 첫 사진은 지난해 9월 20일이다. 9월 전후로 애착인형을 데려온 것이다. 인형을 산 건 10년도 더 됐다고 한다. 여자친구가 동생에게 부탁해 에버랜드에서 사 왔다는 것.영혼 없는 눈망울, 무표정한 얼굴, 입을 여닫을 수 없는 부리. 여자친구는 애착인형더러 “킹 받는다”고 표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친구가 출근하고 집에 없는 동안, 장난끼가 발동했다. 여자친구가 벗어놓은 잠옷을 내가 애착인형에게 입혀 놓고 나간 것이다. 저녁, 여자친구와 함께 집에 도착했다.. 2025. 10. 29. 21:29 [지금,여기] 오전 7시, 아침을 여는 ‘코메다커피’ 「3박4일, 도쿄여행⑥」 ⑦ 아카사카아침엔 학생 낮과 밤에는 관광객으로 한국 식당도 즐비한 동네 도쿄에서의 마지막 아침, 동이 텄다. 셋째 날까지 알차게 여행한 덕분에 단잠에 빠질 수 있었다. 오전 6시, 우리는 일찍 기상해 세탁에 나섰다. 세탁할 동안 우리는 코메다커피로 향했다. 아침 7시에 문을 여는 숙소에서 가까운 카페는 코메다커피밖에 없었다. 여지없이 점원은 친절했다. 행동 하나하나에 섬세함이 깃들었다. 우리는 자리에 앉아 브런치를 먹었다. 달달한 팥앙금을 바삭한 빵에 발라 한입 베어 물었다. 나는 중간 중간 커피에 우유를 섞어 마셨다. 뭔가 쓰면서도 달달한 끝맛이 믹스 커피와는 달랐다. 커피를 즐기면서 코메다커피만의 엔틱한 분위기가 뒤늦게 시야에 들어왔다. 구획을 나눈 단단한 나무 파티션, 빨간색 소파의 푹신함. 코메타.. 2025. 9. 13. 16:30 [지금,여기] 섬세한 헌책방, 모네의 작품들… 일본, 마지막 저녁 「3박4일, 도쿄여행⑤」 오늘의 브런치를 우에노역에 있는 와이어드 카페(Wired Cafe Atre Ueno Store)에서 즐겼다. 우에노역으로 향하는 계단을 앞둔 창가 자리가 무척 인상적인 곳이다. 이른 아침부터 간다강을 거닐며 산책하다 근처 브런치가 가능한 카페를 발견하지 못해, 끝내 우에노역으로 이동한 것이다. 아침 9시임에도 꽤나 손님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우리는 내일 타고 갈 스카이라이너를 예매했다. 근처에 있는 일본국립서양미술관에서 클로드 모네의 작품을 보러 갔다. 평소에도 여자친구는 모네의 작품을 보고 싶어 했다. 우리는 미술관 마당에서부터 유명한 작품을 마주했다. 오귀스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본 것이다. 그 옆에 세워져 있는 ‘지옥의 문’도 인상적이었다. ⑤ 우에노 예술 작품과 철다리 술집 인상.. 2025. 9. 13. 16:28 [지금,여기] 세키구치 대성당, 손수 계단 닦던 주임 사제의 낮은 자세 「3박4일, 도쿄여행④」 ④ 세키구치그저 자리에 앉아 읊조린 짧은 기도 침묵, 하느님의 전 환대, 신자의 인사 미소, 사제의 겸허 사진을 촬영하면 안 된다고 한다. 명백한 팻말에 좌절하는 듯했다. 그러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경배가 내게 힘이 되었다. 자리에 앉아 하느님에게 짧은 기도를 남겼다. 무교인 여자친구도 성당의 압도적인 풍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곳 도쿄 주교좌 세키구치 대성당(東京カテドラル聖マリア大聖堂)에서 우리 커플은 경건한 파고 앞에 압도당했다. 아스라이 서로를 지탱하는 사람인(人) 지붕, 예수의 십자가를 비추는 빛, 아무말 없는 고독과 침전. 언제나 가톨릭교회는 하느님의 안아주심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한 신자분이 건물 안에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외부인인 내게도 친절한 미소를 건네는 데에서 따뜻.. 2025. 9. 13. 16:26 이전 1 2 3 4 ···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