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우[now]

[지금,여기] 단정한 제복, 섬세한 인사… 이치조지에서 느낀 일본의 감각 「2박3일, 교토여행②」

자유의새노래 2025. 11. 1. 12:42

추분의 날, 오늘 쉽니다/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의미를 가진 일본의 공휴일이다. 따라서 우드노트(Wood Note)는 하루 쉬었다.

 

카페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허탈했다. 하필 우리가 방문한 때가 ‘추분(秋分)의 날’이었다. 우리에게 추분은 평범한 날이지만, 일본에서는 공휴일인 모양이다.

오늘 낮에 방문했던 ‘도쿠라 교토 산조점(手づくりハンバーグの店 とくら 京都三条店)’에서 세트 메뉴 주문이 어쩐지 불가했다. 도쿠라 교토 산조점은 함박 스테이크를 파는 곳이다. 내가 먹은 명란 마요 함박 스테이크를 젓가락으로 자르자 쏟아져 나오는 육즙에 놀랐다. 40분을 바깥에서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이치조지에 있는 카페 ‘무시야시나이’의 모습. 무시야시나이는 웹사이트가 숫자 ‘648471’로 구성돼 있는데 무시야시나이의 발음을 일본어로 숫자로 읽을 때 소리 나는 첫 음절(6(む)+4(し)+8(や)+4(し)+7(な)+1(い))이라고 한다. 무시야시나이 자체의 뜻은 ‘시장기 달래는 간단한 간식’이라는 교토 방언이다.

 

 

굳게 닫힌 카페 문
알고 보니 ‘추분’
허탈해진 발걸음

❺무시야시나이
카드 결제 물으니
한국어로 “아, 네!”
달콤 디저트 카페

❻센나리
새침한 접객 태도
허나 풍성한 식탁
평범 일본 가정식


즉석 데코레이션 디저트 카페 ‘무시야시나이’, 푸짐한 일본 가정식 ‘센나리’

다만 우리의 발걸음이 잠시 중단돼야 했다. 오래도록 걸었기 때문이다. 은각사와 철학의 길을 걷다가 평범한 동네 이치조지(一乗寺)로 향했다. 우리가 방문할 카페 우드 노트(Wood Note)는 추분의 날이라 쉬었고 쓰바메(つばめ)는 현금 결제만 가능해 방문하지 못했다. 그렇게 정처 없이 떠돌다 트램이 지나가는 선로를 지나쳤고 우리의 발걸음은 카페 ‘무시야시나이(むしやしない)’에 다다랐다.

“아노, 쿠레짓토 카-도와 쓰카에마스카?(クレジットカードは使えますか)”

나는 카드 결제가 가능한지를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한국어였다.

“네!”

 



한국어가 가능한 카페라는 데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카페를 둘러보았다. 생크림 케이크를 비롯해 다양한 디저트를 판매하고 있었다. 자리에는 작은 알림판이 서 있었다. ‘주문→장식→제공’ ‘10~15분’ ‘주문을 받고 난 뒤 케이크 장식을 만들기에 자리에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즉석 데코레이션을 하는 곳이었다.

우리는 이 근처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으므로 커피만 마셨다. 다음에 다시 교토에 온다면 이곳에서 디저트를 먹고 싶었다. 교토를 방문할 예정의 독자라면 누구든지 이 카페를 방문하면 좋겠다. 맛과 직원의 친절함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여자친구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는 동안, 나는 점원에게 물었다.

“어떻게 한국어를 이렇게 잘 하시나요?”

대답이 궁금하다면 직접 찾아가보시라.

그러나 모든 점원이 다 친절한 건 아니었다. 무시야시나이 근처에 있는 식당 ‘센나리(せんなり)’는 생각만큼 친절한 공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불편한 곳도 아니었다. 그저 일본의 가정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적당히 무심한 점원은 오히려 부담스럽지 않았다.

저녁 시간에 맞추어 한 사람씩 식당에 들어온 중년의 남성들은 신문을 보기도 했고,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영어 메뉴판이 없어 허둥지둥 했지만, 우리는 풍성한 식탁을 맞이할 수 있었다. 밥도 넉넉하게 주어서 오히려 대접 받는 기분이 들었다.

 

일본 동네 식당 ‘센나리’의 모습.


컴컴한 저녁, 숙소로 향하는 길에서

돌아가는 길은 든든했다. 생각하지 못한 공휴일에 놀라기도 했지만 친절한 카페와 풍성한 식탁이 우리에게 힘이 되었다. 우리는 이치조지에서 숙소로 향했다. 버스를 한 번 갈아타야 했는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설마’ 했지만, 다행히 맞을 수 있는 정도로만 내렸다. 교토예술대학과 조도지를 지나쳐 긴린샤코마에(錦林車庫前) 환승했다. 무척 컴컴했다. 맞은편에는 교토 시티 버스 차고지가 보였다. 근무를 마무리하는 버스 기사의 옆모습을 구경했다.

한편, 여자친구와 일본의 골목을 걸으며 놀란 지점이 있었다. 바로 갓길 주차가 한 대도 없었던 점이다. 주차 공간에 세워진 차들은 아담하게 보였다. 일본과 한국의 자가 비율은 유의미할 정도로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한국보다 일본의 건축물이 개성 있게 보이는 이유가 궁금했다.

카드 결제가 가능한 카페를 찾아 헤매던 중, 우리는 트램이 지나가는 선로를 보았다. 지나가는 승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가야할 길을 안내하는 기사가 무척 인상적으로 보였다. 단정한 제복을 입고 절도 있는 제스처가 무척 멋있었다. 오늘 낮에 갔던 도쿠라 교토 산조점이 떠올랐다. 여자친구가 3년 전에 갔을 때도 주문을 받던 사람이 그대로 있던 점, 이제는 한국어까지 능통해졌다는 점원에 대한 칭찬이 생각난 것이다.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동경심이 피어났다. 외국인에게도 미소를 잃지 않는 사람들, 자신의 고장을 사랑하고 아끼는 이들. 나에게는 한국이 더는 일본과 비교해야 할 나라로 보이지 않았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도, 일본 특유의 좋은 모습에 덧대어 살아가고 싶은 열의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