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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now]

나우[now] [교회는 요지경] 발레하던 누나들의 편지 받은 사건 입력 : 2021. 02. 28 22:35 | B2-3 교회에서 열린 큰 사건마다 뛰어가 촬영하고 기록물로 남기던 시간 속 소년에게 기운 내라 응원한 누나들 담임목사가 중요하다며 신신당부한다. 결혼식. 외삼촌 이후로 처음이다. 고등학교 1학년, 혼자 방송실에서 바쁘게 일하던 차에 “우리 교회에서 결혼할 테니 잘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하달 받았다. 전체실황 녹화해서 신랑·신부에게 전달해야 하나 싶었다. 방송 자막을 띄울 뿐만 아니라 사진에 동영상 촬영까지 해야 할 참이다. 누구에겐 하나 밖에 없을 결혼식일 테니까. 카메라는 두 대였다. 지금이야 스마트폰 들고서 촬영하면 그만이지만 피처폰 사용하던 시절이라 80만 원 캠코더와 일본서 수입한 소니 카메라가 전부였다. 천장에 매달린 소니 카메라로 결혼 예배 전체.. 2021. 2. 28. 22:35 더보기
나우[now] [주마등]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입력 : 2021. 02. 15 19:00 | B1-2 엄마와 싸우고 나서도 냉기가 여전했다. 손바닥에 호호 불자 드라이아이스 연기처럼 퍼져갔다. 신호 바뀌었다고 생각할 찰나에 뛰어든 횡단보도 앞, 따가운 경적을 째려보자 기사 놈의 호통이 이어졌다. 싸가지? 싸가지 없는 건 너였다. 어른들의 모든 말들이 싫었다. “내 생각에는” “내 생각에는” 씨발. 어른들 관심은 오로지 몸뿐이다. 고차원적 언어에서 말초적 신경에 이르기까지. 다 너 잘 되라는 말 사이에 숨은 웃기지 않을 문란한 문법이 미풍양속 네 글자로 집약된다. 교복 배지 아래 아크릴 명찰 뜯어 버렸다. 이것도 만들어진 이름이다. ‘해를품은달보호소’ 질풍노도 딱지도 모자라 모든 걸 품어준다던 구라 섞인 역겨움이 어딜 가도 같았다. 어른들 언어의 이중.. 2021. 2. 15. 19:00 더보기
나우[now] [주마등] 코로나가 바꾼 우리들 풍경 입력 : 2020. 06. 10 | 수정 : 2020. 12. 26 | B2-3 2020년 1월 20일. 코로나바이러스 첫 확진자가 한국에서 발생하고 130일이 지났다. 신종플루 때도 학교는 다녔고, 마스크를 쓰지는 않았다. ○○○ ○○ ○○을 경험하기 전까진 이번 봄을 넘길 수 있을는지 넘겨짚었고 기어이 ○○○의 ○ ○ 한 번에 만국을 소성(笑聲)시키자 서늘함이 엄습했다. 구로구 콜센터와 이태원 클럽, 쿠팡 물류센터에 이르자 비로소 이번 여름 뙤약볕 쬐는 더위 속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짜증이 피부에 와 닿은 것이다. 전 국민이 ‘난생 처음’ 겪는 코로나에 새 파란 봄은 순삭 됐다. 아직도 뇌가 느끼는 느낌은 겨울 저 언저리에 서 있지만, 축 늘어진 몸만이 여름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모든 것이 .. 2020. 12. 26. 18:12 더보기
나우[now] 지면으로보는 나우(Now) 19호 입력 : 2020. 12. 03 | 디지털판 2020. 12. 3. 20:07 더보기
나우[now] [ㄹㅇ루다가] ③15년 전, 나는 일기에 뭐라고 적었을까? 입력 : 2020. 11. 30 | B7 6학년 담임선생님이 내주신 일기는 이제껏 일기 중에서 독특했다. 하루 일과 마치면 50인치 넘는 프로젝션 텔레비전 화면에 “오늘의 일기”를 띄우고서 오늘 쓸 일기 주제를 정해주었고 그걸 알림장에 받아 적었다. 아주 가끔 자유 주제로 일기를 쓰도록 내주기도 하셨는데 정해진 주제가 자유롭다보니 가장 하고 싶은 말을 쓰게 되었다. 그 일기들을 모아보면 나는 정치와 사회, 재밌게 갖고 놀던 프로그램에 무한한 관심을 보인 초등학교 6학년 소년으로 보였다. 처음 발 디딘 위성사진, 콩나물과 구글어스로 바라본 화려한 세계 각국의 도시, 911테러 음모론보다 월드트레이드센터(WTC)가 무너진 기술적 이유에 주목했고, 독도가 한국 영토인 사료,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반대했던 나라 .. 2020. 12. 1. 22:44 더보기
나우[now] [ㄹㅇ루다가] ②기막힌 표절 일기, 그래도 일기는 쓰기 싫어 ! 입력 : 2020. 11. 26 | B6 1년이 지나도 발전없던 일기 10년 지나서야 웃으며 보다 소거된 기억을 꺼내온 기록 논리가 부실해도 응원하던 선생님의 일기 테이프 손질 쓰기 싫어 표절을 일삼기도 일기 쓰기가 귀찮던 걸까. 예전에도 발견하고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3학년, 새 학년 맞이해 첫 일기를 썼는데, 그 일기가 자기표절이란 사실 말이다. 2학년 담임은 엄했다. 공부를 지지리도 못하던 나를 혼자 남겨 당신과 나머지 공부하게 했을 만큼 열의를 가진 분이다. 끝까지 더하기 빼기, 세 자리 계산이 가능하도록 가르치셨다. 그런 엄한 분이 일기장 2권 발간에 축하 메시지와 함께 손수 두 권을 테이프로 감아 한 세트로 만들어 주었는데. 세심한 관심이 내겐 두려움보다 정겨운 칭찬으로 다가왔.. 2020. 12. 1. 22:44 더보기
나우[now] [ㄹㅇ루다가] ①하루의 기록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기까지 입력 : 2020. 11. 25 | B6 엄마한테 얻어터지고 울면서 쓴 일기엔 다짐이 적혀있다. “다음부터는 일기 열심히 쓰거다.” ‘게’도 아니고 ‘거’라고 써놓은 일기 말미엔 “그래요, 열심히 쓰세요”와 함께 쌍시옷이 덧 쓰였다. 쓰기 싫던 일기지만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던 6학년에 이르러 일기는 7권을 맞이했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지금까지 하루 일과를 기록했으니, 대략 17-18년 기록을 이어온 셈이다. 일기는 하루 있었던 사건을 나열하며 감정, 사건, 인물, 생각, 장소 등 그 시절 경험한 토대 위에 기술한 기록물이다. 강제로 쓰던 일기는 초등학교 2학년, 첫 권을 시작으로 6학년까지 총 21권을 적고 또 적었다. 기록 욕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스케줄러, 사진, 의미 있는 기사를 담아내고 싶.. 2020. 12. 1. 22:44 더보기
나우[now] [커버스토리] 어쨌거나 밤이 되면 써야만 했던 일기 녀석! 입력 : 2020. 11. 30 | B1 오로지 내 손으로 적은 일기 아, 미리 써두지 않으면 후회한다. 종례 시간 “오늘은 일기 안 써도 된다”는 말씀만 입에서 나오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또 기도했지만, 끝끝내 현장학습을 다녀온 피곤한 날에도 상냥하게 웃으시며 주제까지 정해서 내달라고 말씀하실 때라면……. 일요일 밤 개그콘서트 밴드 음악을 듣고서 쓸 때라면 이미 늦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야 든든히 아침 먹고 학교 갈 테지만 30분도 족히 걸릴 일기 쓰기에 매진하며 라디오까지 듣다보면 새벽을 넘기기 일쑤. 일기 미리 써두는 게 주말이 든든해지는 이유다. 그 일기 녀석 다시 들여다봤다. 15년 전, 삐뚤빼뚤 마음에 드는 구석 하나도 없지만. 소년이던 내가 생각하던 습관, 생각, 사고방식, 필체까지 오늘의 나.. 2020. 12. 1. 22:42 더보기
나우[now] [어린왕자와 사막여우] 나가는 순간까지도 발목을 붙잡았던 예수님의 이름으로 씌워졌던 미신들 입력 : 2020. 12. 01 | B11 오래 발 딛던 세계가 토대부터 무너질 조짐을 보이자 이곳 세계의 존재들을 놔두고 떠나야 했다. 오래 발 딛던 이유로 이곳에 남으려고 고집 부릴 순 없었다. 지켜만 볼 수도 없었다. 그걸 보는 순간 나와 이 세계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용기를 가지고 바깥 세계에 한 발자국씩 내딛다보니 네 번째 해를 맞이했다. 여러 행성을 돌면서 만난 저 세계 사람들은 그렇게 되어버린 배경을 물었다. 현학적인 단어를 나열하며 설명했지만 오랜 시간이 걸려야 했다. 이 세계의 붕괴, 신의 죽음을 설명하기엔 단어와 몇 가지 문장만으로는 부족했다. 다시 한 번 되짚고 생각들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적었다. 아직도 어려운 설명들은 그러려니 넘겨주길 바란다. 여러 가지 떠오.. 2020. 12. 1. 22:42 더보기
나우[now] [주마등] 초등학교 6학년 7교시 입력 : 2020. 11. 14 18:43 | B2-3 똑같은 복장 교시 건물 기분 학교를 벗어나 오르던 후문 따뜻한 떡볶이 종이컵 들고 걸었던 머나먼 이 거리에서 막상 6학년이 되어 봐도 학교는 여전하게 보였다. 오후 넘어 6교시를 마쳐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얼마 전의 충격은 더는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학교는 싫었다. 방학 중에 뜯어고쳐 기름칠이 필요 없던 바닥으로 때 벗긴 듯 가공된 나무 바닥. 마루처럼 날카롭게 긁어 왔을 낙서된 쾌쾌한 나무 책상과 의자 대신 높이 조절 가능했던 스마트 책걸상. 천장형 히터가 들어오기 전까지 교실 한 가운데 펑퍼지게 차지했던 난로 냄새도 정겹지 않았다. 청소가 끝마친 춥디 추운 교실을 벗어나 내가 하고 싶은, 그저 기억 속 따뜻했던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 2020. 11. 14. 18:43 더보기
나우[now] [지금, 여기] ③과거가 이렇게 말했다: “ ” 입력 : 2020. 11. 10 | B5 뜻밖의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스마트폰이 없었던 10년 전, 컴퓨터도 하루에 1시간밖에 하지 못했지만 늘 놀 거리로 가득했다. 골판지로 만들어간 나의 방뿐만 아니라 작품들은 생각하게 만들었다. 건물 구조뿐만 아니라, 오늘 있었던 일들 돌이키고 싶었던 후회만 남은 감정들도 돌아보게 했다. 독실하다 못해 교회에 인생을 갈아 넣었던 10년 전 내 삶에도. 무언가 집중해서 만들어 내던 나만의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주목했다. 혼자의 공간에서 사색하는 시간은 오히려 신문을 제작하는 방향으로 발전해갔다. 덕분에 기계와 떨어지려 해도 떨어질 수 없게 된 것이다. 레트로가 장르로 등장하는 현대 사회에 과거의 행위가 오늘의 나에게 선물로 찾아왔다. 과거가 이렇게 말한다. “.. 2020. 11. 10. 18:55 더보기
나우[now] [지금, 여기] ②허전한 아래층 새로운 복층, 계단으로 마무리한 리모델링 입력 : 2020. 11. 10 | B5 ‘나의 방’은 두 개 상자를 붙여서 중간에 2층을 만든 구조다. 문제는 창고를 만들겠다고 10년 째 공사를 미뤄둔 3층 덕분에 1층과 2층 사이 바닥과 천정 공간이 넓었다. 따라서 1층과 2층을 잇는 기역자 계단을 만들어도 무언가 허전했다. 2층 침실과 3층 창고 높이는 좁고 1층 거실과 2층 침실 사이는 넓어 불균형을 이루었다. 복층이 필요했다. 어렵지 않은 복층 증축 계단도 들여놓은 마당에 좁은 공간 어떻게 측량할지 궁금하지 않은가. 대단한 건 아니고, 1층 마룻바닥 만들 때처럼 가(假) 종이를 적당하게 오려서 면적을 측량하면 된다. 조금은 번거롭지만 숫자에 약한 나 같은 사람이면 이 방법이 가장 간편하다. 복층으로 사용할 바닥은 두껍고 단단해야 한다. 물렁하.. 2020. 11. 10. 18:5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