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나씨, 또 프사 바뀌었네요?
김경연 감독 | 7부 작 | 15세+ | 2024
애초에 이미나는 아일랜드에 관심이 없었다. 난생 처음 관심을 가진 아일랜드에 대한 환상은 모두 ‘전 남친’ 작품이었으므로.
아일랜드행 직항은 없다. 경유조차 쉽지 않은 길이다. 내가 원하는 걸 찾고, 내가 바라던 인생길처럼 그 나라에 가는 방법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작품은 웹드라마 ‘좋좋소’ 스핀오프로 이미나 대리의 연애사를 연대기적으로 서술했다. 유구한 연애사의 기원은 어머니의 결핍에서 비롯한다. 맏언니에게 쏠린 지극한 어머니의 사랑은 밀도 높은 ‘주는 이’ 관계보다 ‘받는 이’의 관계를 낳았다.
웹드라마 좋좋소 스핀오프
직항조차 없는 험한 인생아
잿빛 무뚝뚝 이미나 대리의
끝나지 않을 로맨스 연대기

첫 남친 연우(배우 임현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퍼주는 연애를, 흑맥주를 맛보여준 세준(고도하)과 사고뭉치 하준(이태형)은 미나에게 환상을, 수혁(문시온)과 재홍(박도규)은 현실을 일깨워줬다. 그럼에도 미나의 바람 잘 날 없는 일상에 변화를 준 건 ‘내 안의 결핍’이었다.
미나의 오랜 연애사를 톺아보며 아일랜드는 전 남친의 작품이면서도 인생의 토대라는 교훈을 마주하게 된다. 결코 지난날의 연애가 무의미하지 않다는, 자기 성찰의 시작점이 된다는 점에서 연대기적 톺아보기는 모두에게 유효하다.
무뚝뚝한 건 표정만이 아니었다. 딱히 끌리는 것도 없고 인생에 대한 열정조차 없는 그저 그런 미나의 삶도 표정과 빼닮았다. 누군가는 ‘그런 부류의 사람도 있지 않느냐’고 물을지 모르겠다. 꿈도, 미래도, 방향 대신 정처 없이 떠도는 나그네 같은 삶. 과연 미나는 자신의 인생 방향을 찾았을까. 아일랜드에서 돌아와 첫 남친 연우를 다시 만나며 주고 받은 이야기에는 무엇이 담겼을까. “막상 가보니까 알겠던데? 음, 나는 여기 오고 싶었던 게 아니었구나.”
결국 자기 자신의 인생 방향을 찾는 건 전 남친도, 전 직장도 아니었다. 고독을 씹으며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냉엄한 시간, 0.1도씩 틀어가던 아일랜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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