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여름이 지나갔다. 금세 추워진 아침 공기에 낯선 감정을 느낀다. 가을 공기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한 해가 지나 다시 경험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견딜 수 있게 도와준 여자친구 덕분이었다. 다시 낯선 감정을 느낀다 해도 괴롭지 않은 이유다. 올해 여름은 역동적이었고 진취적이었다. 수십 만보를 걸으며 여자친구와 닿은 여행지만 수십 곳에 달한다. 당신이 아니었으면 지나치지 않았을, 오히려 당신이어서 당신 덕분에 닿을 수 있었던 공간들. 이곳 여자친구가 사는 곳도 여자친구가 아니었으면 쳐다도 보지 않았을 동네다. 여자친구 네에서 해 먹은 요리만 수십 가지. 집에서는 도무지 해 먹을 수 없는 기똥찬 메뉴들은 맛집을 넘나드는 그런 맛을 내었다. 부추전을 해 먹는 어느 날이었다. 노을이 져가는 여자친구의 집에서 찰나의 순간, 찰나의 아름다움을 보았다. 곧 사라져갈 그늘이었지만 견딜 수 있었던 찰나의 순간을 렌즈에 담았다. 그 어느 곳보다 익숙해진 공간이, 여자친구네 집이 무척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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