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사진으로 보는 내일

빈 공간에서 발견한 찬사(讚辭)

 

아무도 걷지 않는 길을 걸을 때면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잘못된 길로 걸어온 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되묻는다. 걷지 말아야 할 길을 우연히 걸었을 뿐이다. 아무도 걷고 싶지 않은 길이기도 한 냉랭과 침묵으로 드리운 이 길 앞에 서 묻는다. 잘 살고 있는지를. ‘나는 누구인가’라고 묻지 않는다. 모든 가벼움 속에서 사라지는 시간 속에 가볍다는 의미의 ‘나는 잘 사는가’를 대신해 묻는다. 고고하고 권위적 옷을 입은 질문 대신, 현재의 의미를 담은 이 질문을 가지고 걷는다. 하루 만에 찾을 수 있는 답이 아니다. 따라서 아무도 걷지 않는 길임을 뒤늦게 깨닫는다. 돌아갈 수 없다. 돌아가지 못한 후회를 깨닫는 순간, 길은 말한다.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연결 된 통로 속에 다시금 미래가 과거로 연결이 되어 무한으로 돌아가는 동그라미라는 사실을 밝혀준다. 중요한 건 바로 지금이라는 사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오늘의 시간을 사랑하라 말하는 바람의 숨결이 불어온다. 외면당한 빈 공간 속 풀잎이 싱그럽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