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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진으로 보는 내일

[사진으로 보는 내일] 경계선에 서자 이제야 보이는 뒷모습

입력 : 2021. 01. 24  21:50 | A31

 

지루한 도시의 풍경에서 벗어나자 지나쳐왔던 파란 트럭에는 머루를 팔고 있었다. 그 머루 얼마나 맛있을까 생각해도 막상 얻어먹은 그 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었다. 경계에 아슬아슬 서 있을 때가 달콤한 법이다. 평생 동안 맛보지 않았을 그 트럭의 머루처럼 익숙하지 않은 경계선이 낯설 뿐, 조금만 손 뻗으면 닿을 그 곳에 서 있었다. 다 알던 공직자의 부끄러운 일들을 신랄하게 까면서도 짐짓 겸손함을 표했던 이유도 아슬아슬한 경계 때문, 인간의 나약함에 공감하자 울컥하고 말았다. 겸손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는, 영원히 뒷모습으로 남을지도 모르는 당신의 뒷모습. 가까워지는 삶과 영원한 작별의 경계에 선 살 같은 시간들은 넘어설 수 없다는 슬픔과 한계에 경계 짓게 만든다. 왜 그랬을까, 보듬어 안았어야 했다는 회한과 근로소득(勤勞所得), 부끄럽지 않은 여정을 걸어온 인생에서 비치는 경부고속도로 깊어가는 손 주름에 또 한 번 울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