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한쪽 눈을 뜨다
은이정 지음 | 문학동네 | 251쪽 | 1만2500원
네가 반장이 된 일만으로도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을 거야. 초등학생 때와는 달리 중학생 아이들의 입은 더욱 거칠고 과격하고 괴상하기 때문이지. 하지만 세상은 너의 처음 무관심한 태도처럼 영섭이의 왕따에도 침묵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해.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생각하겠지. ‘상처가 나도록 심하게 때린 것 또한 아니었다. 나는 담임한테 말할 만한 사건은 아니라는 결론을 재빠르게 내렸다.’(38쪽6문단) 맞아. 그렇게 생각하는 게 더 속이 편할지 몰라.
그렇지만 만일 영섭이가 초식동물이 아니라, 천성이 육식동물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런 아이가 강한 힘으로 아이들을 나쁘게 대했더라면 너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그런 강한 영섭이가 적당히 거칠고, 적당히 과격한 왕따에도 가만히 있겠니.
그래서 태준이 너의 용기가 절실하다고 생각해. 넌 기절놀이로 쓰러진 영섭이를 보건실에 데려다주었어. 하태석 패거리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반장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어 놀랐어. 좀 더 우리 사회가 약한 자에게 관대했으면 좋을 텐데 말이야. 너무도 쉽게 그 참상이 알려지기도 전에 비극으로 숨지는 것 같아 서글퍼.
그럴 때마다 생각해. 세상은 특정 종(種)으로만 이루어진 건 아니라고. 사라지는 생명체에 제 발을 끊어버리는 어리석은 인간이 되지는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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