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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중학교 2학년 3반, 사바나에 사는 동물농장 이야기:『괴물, 한쪽 눈을 뜨다』

자유의새노래 2024. 10. 10. 07:25

괴물, 한쪽 눈을 뜨다
은이정 지음 | 문학동네 | 251쪽 | 1만2500원

 

발달장애를 가진 주인공 영섭은 반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얼떨결에 반장이 된 태준이는 이를 묵고하고 마는데. 교실의 문제에 누구보다 관심을 기울이는 담임교사, 이렇게 세 명의 시점으로 각각 전개하는 소설이다.

‘황라사마귀’ ‘아프리카맹꽁이’ ‘기린’ ‘사자’ ‘혹맷돼지’ ‘얼룩말’ ‘카멜레온’ ‘늑대부엉이’ ‘관모호저’ ‘숲개’ ‘시베리아호랑이’ ‘가시두더지’……. 이야기 내내 영섭이가 변신하는 동물들의 종류다. 왕따를 당하는 현실을 견디기 위해 영섭이는 갖가지 동물로 변신하기 바빴다.

영섭이네 2학년 3반은 초식동물과 육식동물로 나뉜다. 순하고 착한 아이들을 초식동물로 분류하고, 영빈이와 민우(204쪽)를 비롯한 패거리 애들은 육식동물로 말이다. 육식동물은 어김없이 영섭이처럼 순하고 착한 초식동물을 괴롭히기 바빴다. 돈 뺏기와 책·필통 훔치기는 기본이고, 책을 훼손하거나 학교를 무단 외출, 교실에 불을 지르는가 하면 담배를 피우고 심지어 기절놀이까지 저질렀다.

보통의 아이들이 저지른 일들은 반장 태준의 눈에 보기에는 적당히 나쁜 짓들이었다. 갑자기 시작된 일이 아니라 아이들 사이에서 조금씩 있었던 일.(43,9)

담임은 호되게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한마디로 자신 이외의 다른 사람을 의도적으로 괴롭히다가 나한테 걸리면 죽는다는 이야기다.”(47,3) 연습장에 적어서 여론 동향을 확인하기도 했고,(53,5) 때로는 가혹하게 책상 위에 꿇리기도 했다.(88,2) 몽둥이찜질도 강행했다.(158,1)

담임의 호된 훈육에도 아이들은 여전했다. 아니, 오히려 상황은 악화됐다. 영섭이가 자신을 괴롭히는 하이에나 자리에 몰래 오줌을 놔버리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교실은 한순간에 패닉에 빠졌다. 모두가 대청소에 돌입했다. 영섭이에 대한 괴롭힘은 날이 갈수록 더해졌고, 심한 장난에 쓰러지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과연 2학년 3반은 1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

마음속 끓어오르는 욕구를 괴물로 표현하는 태준이의 묘사가 흥미롭다. 결국 이 욕구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를 덤덤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사뭇 어른스럽다.

“너는 참 괴상망측하게 생겼구나. 하지만 뭐, 옆에 두고 길들이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당분간 조금 거슬리기는 하겠지만, 괜찮아. 어떻게 생겼든 괜찮아.”(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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