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의 맛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8쪽 | 1만2500원
다윤, 소란, 해란, 은지.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네 명의 소녀들은 다 같이 신영진고등학교에 입학하자고 대뜸 약속해버린다. 헤어지기 싫다는 이유에서 저지른 충동적인 선언이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기까지 다양한 사건·사고로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입학이라는 거대한 사건이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는 건 좋다. 각자의 이야기가 산발적으로 흩어지는 바람에 한 사람의 이야기를 쉽게 잊고 말았다. 너무도 많은 사건들 속에 잊히고 만 개개인의 사건들. 이 또한 저자의 의도였을까.
은연한 학교폭력, 고등학교 입학을 위한 위장전입, 가부장적인 가정환경, 심지어 중년 남성 특유의 병신력까지 다 괜찮았다. 한 가지 모자란 게 있다면 늘 죽음의 무게를 진 여학생의 모습이었다.
어른들은 청소년을 바라보며 그 시절을 부러워하곤 한다. 그러나 삶의 무게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가혹하다. 어리다고해서 예외가 아니다. 작가는 인물이 처한 환경의 구체적인 정황이 아니라, 심리를 묘사했더라면 어땠을까. 좀 더 마음에 대고 “왜” “어땠을까” “괜찮니”를 물어봤다면 좋았을 텐데. 꼭 극단적인 상황을 끌고 와 지옥도를 펼쳐놓지 않더라도 충분히 죽음의 무게를 진 여학생을 묘사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나 저자는 학교 축제에 학생들에게 1000원을 빌린 후 먹을 걸 사먹었다는 내용을 묘사했다. 수많은 학교 축제를 묘사한 작품을 보았지만 이런 빌런은 처음이다. 내용 전개에 필요할지 의문이 드는 중년 남성의 병신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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