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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잘못 보낸 야한 사진에 여자애 가방셔틀 된 이야기:『열일곱, 최소한의 자존심』

자유의새노래 2024. 10. 10. 07:25

열일곱, 최소한의 자존심

정연철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8쪽 | 9800원

 

야한 사진을 잘못 보낸 태용이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다섯 명의 이야기를 묶은 단편소설집. 야자를 빼먹는 수호 이야기가 이 책 제목의 내용이다.

가장 마음에 든 에피소드는 ‘너에 대한 소문’이었다.

실수로 보낸 야짤에 태용이 식겁한다. 같은 반 몬스터에게 비키니 사진을 보낸 것도 모자라 야한 말까지 덧붙였기 때문이다. “어때? 맘에 들어?” “꼴리지?” 눈을 비비고 다시 본 카톡방엔 건희 대신 여자애 몬스터가 있었다.

몬스터가 황당해할 만했다. 친한 사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보란 듯이 아버지를 데려온 몬스터 앞에서도 실감나지 않았다. 담임은 잘못했다고 석고대죄라도 하라지만 몸은 움직이질 않는다. 건희는 ‘김태용’을 ‘변태용’으로 바꿔 부르며 놀려댄다.

몬스터의 이름은 박에스더. 에스더 몬스더 몬스터로 부르다 보니 달라붙은 별명이다. 몬스터는 별명답게 굴었다. 하루 신문을 먹어 치우는 데서부터 드림타워로 여행 간 사회 선생한테 쪽방촌 시위한 건 봤느냐고 바락바락 대들지 않나. 학생회장 후보로 나와 인권 침해가 될만한 파파라치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핏대 세운 녀석이다. 다른 후보들보다도 선심성 공약이 아니란데서 몬스터의 정직한 품성이 느껴졌다. 법과 원칙, 공정한 사회에 깐깐하고 예민한 그 애한테 이상한 걸 보냈으니 후회가 밀려오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아버지는 인권 변호사라는데.

몬스터에게 찾아가 사과했지만 돌아온 건 법의 처단뿐. 그러나 용서할 마음은 있는지 온종일 가방셔틀을 시킨다. 노예계약인 셈이다. 이틀 째 이어진 가방 셔틀에 아이들이 뭐라 씹고 다닐는지 자존심만 갈리는데. 약속한 시간 예정된 장소에 다다르자 담배 피우는 동생에게 훈계 중인 몬스터를 발견한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태용이 다가가지만 몬스터가 뺨 맞는 모습을 보기만 한다.

돌아오는 길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을 사는 몬스터와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는다. 문뜩 태용의 눈에는 당찬 여자, 박에스더가 보였다. 구약성경 속 인물인 에스더는 페르시아어로 별을 의미한다. 아버지가 내놓은 자식에다 선생도 포기한 자신과 달리 살아가는 몬스터. 털털한 주인공 태용의 독백이 지루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