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생활자
조규미 지음 | 자음과모음 | 240쪽 | 1만5000원
열여덟 소녀 진진은 우연히 아이마스크의 신제품 베타테스터에 선정되었다. 아이마스크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특수 물질 ‘판게아’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사용자의 얼굴에 맞게 변하는 물질이다. 가면은 외모를 바꿔주고 신분을 상승시켜주는 도구다. 잘 사는 사람들은 사교 공간인 정원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고 한다. 진진이 오랜 시간 가면을 흠모한 이유다.
작중에서는 가면을 반대하는 ‘안티마스키드’라는 단체가 등장한다. 이들은 묻는다. “왜 그들은 가면을 쓰는가? 누가 그들에게 가면을 쓰게 하는가? 가면은 있는 자와 없는 자, 보호받는 자와 보호받지 못하는 자, 행복한 자와 불행한 자로 가른다.”(45쪽2문단) 과연 가면은 정말로 윤리적이지 못한 도구일까. 미성년자의 소셜미디어 폐해가 기사로 쏟아지고 있다. 중독을 포함해 우울증과 불안을 경험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게 문제로 손꼽힌다.
어른들은 소셜미디어를 마음껏, 양껏, 온몸으로 사용한다. 그리고 망가져간다. 청소년이 소셜미디어로 망가진다는 건 어른들의 삶이 망가졌기 때문이다. 비교하지 않는 순연한 삶, 중독되지 않는 충만한 삶, 거친 광야에서 헤매는 와중에서도 길을 찾는 어른들의 선행학습을 몸소 경험했다면 소셜미디어와 가면이 사회의 문제로 떠올랐을까. 사람을 숫자로 구분하던 근대에서 벗어난 지금, 여전히 인류는 인간을 양적으로 구분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의 폐해는 현상에 불과하다. 또 다른 불편한 도구들이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면서도 망가뜨릴 것이다.
따라서 작가는 끄트머리에서 연대를 강조한다.
“73구역 기숙사의 전통은 그거죠. 이렇게 외치는 거예요. 선배여, 도움을 청합니다. 저를 도와주시겠습니까? 우리 때는 이런 멘트였는데 지금도 똑같나요?”(226,5)
끊임없이 분자화되는 파도 속 인간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본연의 가치를 되새김질하는 철든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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