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편견 가득한 지구별
공존이 해결책이라 하지만
작은 별의 멸망 필연일지도
우리 미나리 좀 챙겨 주세요
듀나 지음 | 창비 | 80쪽 | 1만원
한 번 읽고는 도통 이해하지 못했다. 웹사이트 이곳저곳을 뒤져야 했다. 간단한 도식을 보고 나서야 또 하나의 편견이 깨지고 말았다. 인간과 비(非)인간의 구분 말이다.
메카 공룡인 당근이를 괴롭히는 십 대 중반의 남자아이들과 따돌림을 당하는 기분의 진짜 공룡과 가짜 공룡의 구분은 차별적인 지구별의 행태를 폭로한다.
차별의 문제는 지구에서 사는 인간의 오랜 문제다. 언제나 차별은 존재했고 어디에서나 차별은 작동했다. 작가가 SF 장르를 통해 차별을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좀 더 상상력을 가동해 보았다.
바로 메가 공룡과 생물학적 공룡의 차이를 구분하는 게 어리석은 일인 만큼 인간과 비인간의 구분 또한 다르지 않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었을까.
어쩌면 손바닥만 한 지구에서 우열을 가리는 일이란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인간의 공격성은 생존을 위해 진화했다. 차별이란 근거도 생존 본능의 한 증거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가 목도하는 차별이란 칼날의 끝은 언제나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작가는 공존을 택한 게 아닐까.
나는 이 지점에서 작은 별 퍼피레드가 생각났다. 끝내 공멸하고 만 또 하나의 세계, 그 세계를 돌이켜보면 멸망은 필연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서로를 향한 핀잔과 조롱, 절망이 뒤섞인 공간, ‘우리끼리’라는 차별과 남의 인생이나 어림잡는 편견이 난무하는. 끝끝내 돈이 없어 파괴되어 버린 마지막 자본주의적 결말까지도.
그런 사람들만 지구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유현준 건축가의 말처럼 만일 인공지능이라면 이런 좁은 사고방식을 가진 인간의 지구를 떠나 살지 않을까. 굳이 인간을 죽여가면서 지구를 가져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굳이 그런 인간들과 마주하며 퍼피레드 할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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