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220 [에셀라 시론] 파수꾼의 마지막 등불 10년 만에 다시 만난 가영이 누나는 달라진 게 하나 없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 날 만난 게 정말 반가워서 웃는 미소는 여전히 행복하게 만들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어서가 아니었다. ‘지금 여기’ 꿋꿋하게 서 있는 당찬 누나의 모습이 여전했기 때문이다. 달라진 외형 하나 있다면 양손 꽉 쥔 두 아이. 이제는 아이 엄마라는 게 믿기지 않을 나이다. 누나를 다시 만난 이유는 단순했다. 누나의 시선에서 바라본 과거의 내 모습이 궁금했다. 솔직히 말해 학창 시절 누나에게 빚진 마음은 둘째였다. 누나는 나와 10년 전 새능력교회를 함께 다닌 교우였다. 어렸을 시절 나의 민낯을 그대로 본 사람인 것이다. 기록가로서 눈망울이 빛나는 이유였다.누나를 위해 나는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었다. 점심을 대접하는 일과 키즈카.. 2024. 9. 7. 14:00 여자친구네에서 세 달 살기 퇴사는 갑작스러웠다. 여자친구네 집으로 달려갔다. 서울에서 광주까지 약 3시간이 걸렸다. 도착한 건 저녁 늦은 시간이었다. 여자친구는 혼자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떡볶이를 같이 먹으며 악몽 같았던 직장 이야기를 매듭지었다. 여자친구를 끌어안고 단잠을 잤다. 나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이제 시작이었다. 개운한 마음으로 새 아침을 열었다. 직장에 간 여자친구를 두고 집에서는 글을 썼다. 한동안 밀린 일기와 기사를 써 내려갔다. 하고 싶은 일을 리스트로 정리했다. 여자친구와 주말에 놀러 갈 장소들도 적어 두었다. 오후에는 스타벅스에 들렀다. 개인 작업을 진행했다. 여자친구의 퇴근 시간에 맞춰 회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자친구 손잡으며 퇴근하는 길이 가벼웠다.여자친구는 요리를 할 줄 .. 2024. 9. 6. 19:00 [사설] 스무 살 청춘의 죽음과 대통령의 수사 외압 " 채수근 일병이 2023년 7월 19일 경상북도 예천군 내성천에서 13명의 해병대원과 폭우 실종자를 수색하는 작전에 투입되어 급류에 휩쓸려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채 상병은 포병이었고 댐 방류 중인 상황에서도 구명조끼 하나 없이 수중 수색 작업을 벌였다고 한다.당시 해병대 수사단은 30일 90여명의 장병 진술과 현장조사를 토대로 사단장 등 관계자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기재된 수사 기록을 경찰청에 이첩하기 위해 이종섭 국방장관에게 결재받았다. 그러나 다음날 이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의 언론 브리핑을 돌연 취소했고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8월 2일 수사를 지휘하던 박정훈 수사단장이 ‘집단항명의 수괴’ 혐의로 입건되었고 보직해임 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수사 외압 논란이 불거졌다.박 전 .. 2024. 8. 14. 16:41 [돌아보는 사건] 미주의 임시조치 1.“안녕하세요. 카카오입니다”라는 내용의 메일은 언제나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권리침해 당사자가 명예훼손 게시물이나 댓글 삭제를 요청한 임시조치를 담았기 때문입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 정보의 삭제요청 등에 의거한 조치인데요. 게시 중단되면 즉각 본문을 확인할 수 없게 됩니다. “해당 글은 권리침해신고에 의해 임시조치된 글입니다”라는 문구만 뜨는 것이죠. 복원 신청해도 게시 중단을 요청했다는 이유로 무려 30일 동안 게시 글을 읽을 수 없습니다. 어떤 단체는 무차별 게시중단을 요청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여론을 입막음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입니다. 2.이 글이 명예훼손이 아님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복원 신청 과정은 까다롭고 귀찮습니다. 명예훼손이 아.. 2024. 4. 15. 14:56 [사설] 범야 192석… 여소야대 尹과 국민의힘 참패가 의미하는 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내 여소야대인 첫 대통령이 됐다.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참패한 배경에는 수많은 이유가 거론되지만 불통 그 자체인 대통령이 한몫했다. 도어스테핑 중단과 기자회견 없는 신년사, 반복되는 전 정권 탓, 입틀막 경호, 심지어 야당 지도부와 소통도 없으며 김건희 특검법도 거부했다. 이제 이 정부는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상실할 식물 정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이 정부가 보여준 국정 운영은 황당무계할 지경이다. 역대급 세수 펑크에 무차별 R&D 예산 깎기, 지난해 나라살림 적자는 87조원에 이르렀다. 예산안보다 29조원이나 늘었다. 그런데 대통령은 “대파 한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했다. 외치를 잘한 것도 아니다. 대통령은 취임하고 작년 12.. 2024. 4. 11. 19:48 [사설] 견디고 견딘 시샘달, 새로운 계절이 오기까지 비공개 기사입니다. 2024. 4. 11. 17:52 [사설] 기독교계 동성애 집착 ‘10년’… 극동방송, 차별금지법 판결에도 떼쓰나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허위·왜곡 주장을 그대로 보도한 극동방송과 CTS기독교TV가 4년 전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 ‘주의’를 받았다. 두 방송국은 방통위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지만 극동방송은 지난해 패소했고 마지막 재판을 앞두고 있으며 CTS는 제재조치 명령 취소소송에서 승소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극동방송은 ‘지상파 방송국’이지만 CTS는 ‘종교전문 편성 채널’이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극동방송은 행정소송 후원 계좌까지 유튜브에 공개하며 “극동방송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두 방송국은 ‘행복한 저녁 즐거운 라디오’와 ‘포괄적 차별금지법 통과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제목으로 좌담회를 열었다. 기독교 교리와 가까운 이들만 부른 편향 좌담회였다. 이들이 문제 삼은 것은 2020년 6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 2024. 4. 11. 17:21 [에셀라 시론] 유랑하는 너의 삶에게 보내는 찬사 선교단체 인터콥에서 인턴 간사로 일하다 그만두고 쿠팡에서 알바 뛴다는 녀석의 안부를 들었다. 녀석에겐 미안하지만 ‘저 허영심 언제쯤 끝나려나’ 지켜본 게 전부였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녀석의 삶과 꿈은 양립 불가능했다. 몸을 혹사하면서 꿈을 이룬다 한들 딱히 나아지는 것도 없다. 그저 공동체 일원에게 인정받는 것 하나? 하느님에게 열심히 충성했다는 자긍심 정도? 혹여나 선교사가 되어 해외로 나간다 해도 몸 어느 한 기관은 망가지고 말았을 것이다. 좁디좁은 쪽방, 하루 수면 4시간, 월 50만원도 채 되지 않는 급여에 ‘그럴 거면 서울대라도 가지’ 혀만 끌끌 찼다. 이 신문 지면에 인터콥 비판 사설과 기사를 실었던 내가 친구 따라 임이스마엘 선교사 보러 집회에 간 게 레전드였다. 1시간 모임인 줄 알았으나 .. 2024. 3. 19. 03:00 [자유시] 어두운 마음의 빛이 되어준 희망의 달님 外 ○어두운 마음의 빛이 되어준 희망의 달님, 이 신문도 당신 한 사람을 위해 기록하겠습니다. ○‘… 이 남자다.’ 난고의 삶 한복판에서 너를 만나기까지 켜켜이 쌓인 흔적과 시간들 사이로. ○퇴사 후 여자친구네에서 3박 4일 休息… 투박할 뿐인 신문사에 모두가 “오죽 힘들었으면.” 2024. 3. 12. 16:34 [지애문학] 찝찝하고 불쾌하다 못해 쓸쓸하고 아득한 빗방울 방학이 끝나든 뭐든 간에 시궁창 같은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며칠 전에 읽은 신문 칼럼이 떠올랐다. “돈 많은 사람들이 다 똑똑한 건 아닌 것처럼, 똑똑한 사람들이 다 돈만 좇는 건 아니다 (……) 오스카 와일드의 말처럼,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 살지만, 몇몇은 별을 바라보는 법. 그들의 분투를 응원한다.” 이 글을 읽을 때만 해도 추운 겨울이었는데 어느덧 미세먼지가 나도는 봄 초입에 들어섰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러나 삶은 여전히 시궁창. 절망 그 잡채. 터벌터벌 오늘도 어김없이 발걸음은 서대문역에 다다르고, 정말 정말 회사에 가기 싫은 나머지 늦든 말든 스벅에서 화이트초콜릿모카를 시키고 자리에 널브러지고 말았다. 그러나 피할 수는 없었다. 돈은 벌어야 했으니까. 먹고는 살아야 .. 2024. 3. 4. 16:22 이전 1 2 3 4 5 6 ··· 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