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235 [사설] 오륜교회 영상팀장의 과로사와 한국 개신교의 침묵 오륜교회 방송실 영상제작팀장으로 일하던 한 노동자가 지난해 12월 과로사로 숨졌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는 2024년 11월 ‘다니엘기도회’ 기간 중 3주간 주 63시간을 일했다고 한다. 12월 11일 급성 심장사(심장비대증)로 사망했으며 평소에는 지병이 없었다고 한다. 지난 14일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를 승인했다. 이 비극은 단순한 과로사가 아니다. 오륜교회는 2021년 ‘경영 효율화’를 명분으로 방송실 정직원을 외주사 소속으로 일방적으로 전환한 바 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이를 ‘부당 해고’로 판정했지만 이탈한 인력이 채워지지 않으면서 남은 직원에게 과중한 업무가 전가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사망한 팀장의 업무 역시 가혹했다. 주일예배 영상과 ‘큐티를 보다’ ‘오륜뉴스’ 등 고정 제작물을 맡았.. 2025. 7. 28. 20:41 증인의 전도지, 외면 못한 이유 광주에 쏟아진 빗방울 412㎜는 말 그대로 극한 호우였다. 내가 타던 KTX는 16분이나 지연되고 말았다. 마지막 역도 목포역에서 광주송정역으로 바뀌었다. 나야 거기서 내리면 됐지만 김제나 목포로 향하던 이들은 안내 방송에 어쩔 줄 몰라 했다. 나는 한창 칼럼을 마감하던 길이었다. 한 시가 급한 상황이었지만 어떤 문장을 구성할지에 잠기고 말았다. 마지막 역이 바뀌었다는 갑작스러운 안내 방송에 옆자리 할아버지가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몹시 화가 난 모양이었다. 그는 한참을 스마트폰 화면을 노려다 보았다. 시간이 지나 할아버지는 화가 풀렸는지 모니터를 향해 손짓하더니 한 말씀을 건넸다. “글씨가 이렇게 작은 데 보여요?” 눈앞 마감보다는 할아버지의 화를 풀어드리고 싶어졌다. “그럼요. 잘 보이고 말고요. 어.. 2025. 7. 24. 18:17 [에셀라 시론] 가난 선생님, 이제 울지 마세요 잔나비의 정규 4집 Sound of Music pt.1 수록곡 ‘무지개’에는 비장한 제목이 붙어 있다. ‘모든 소년 소녀들2’. 그 뮤직비디오에서 나는 서글픈 직감에 사로잡혔다. 바닥에 쓰러진 채 날지 못하는, 새의 형상을 한 인간. 그리고 멀찍이서 말끔한 정장을 입은 이들이 언덕 위에 서 있었다. 망원경인지 요지경인지 알 수 없는 쌍안경을 들고, 그들은 하늘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결코 날 수 없는 이의 날갯짓은 외로워 보였다. 정장을 입은 다수의 사람들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그 몸짓은 이룰 수 없는 ‘시궁창에서 별 바라보기’ 같았다.‘무지개’는 앞선 곡 ‘모든 소년 소녀들 1 : 버드맨’의 연작처럼 들린다. 두 개의 뮤비가 말없이 이어지며 메시지를 완성하는 것이다. 말끔한 교복을 입고 졸업 사진을 .. 2025. 7. 17. 20:17 [시대성의 창]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은 단 한 사람 레코딩 엔지니어 황병준의 앨범 ‘송광사 새벽예불’에 시선이 멈추었다. 2011년 발표한 이 앨범은 전남 순천에 있는 송광사의 소리 풍경을 담았다. 수록된 시간만 1시간 14분 30초. 새벽 3시, 목탁을 두드리는 소리가 어둠의 포문을 여는 듯했다. 법고(法鼓)를 두드리는 스님의 굳세고 힘찬 타격과, 경전을 읊조리는 새벽 독경은 내가 듣던 출근길 주파수에 비하면 차원이 달랐다. 음원은 도량석부터 새벽종송, 법고, 범종 등으로 이뤄지며 반야심경과 금강경을 읊음으로써 막을 내린다. 황 씨는 녹음을 위해 송광사의 주지 스님과 학감 스님, 총무 스님 등 열 분을 만났다고 한다. 두 차례나 거절당한 직후였다. 예불 음반이 나왔는데 또 만드냐는 거절을 들었어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녹음한 교회음악을 틀었더니 .. 2025. 5. 14. 23:24 [현실논단] 사라진 내 친구를 찾습니다 브라우저가 오디오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오랜 인연의 친구에게서 연락이 끊겼다. 그렇게 된지도 5년이 됐다. 허리를 다쳤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조짐을 느꼈다. 친구는 전기 기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힘들게 말이다. 오래도록 고개를 숙이며 살아온 하세월을 탓했다. 물리치료를 병행하던 그에게 “내가 도와줄 테니 돈 걱정은 말라”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연락처를 바꾸고 돌연 잠적했다. 메시지를 보내고 메일을 보내도 그는 답이 없었다. 친구에 대한 첫 기억은 미래를 건실하게 준비하던 고등학생 남자아이였다. 공책 한 면에는 서울대학교에서부터 지방대학에 이르기까지 로고가 서열로 매겨져 있었다. 녀석은 제일 위에 있는 로고를 가리켰지만 눈길은 서성한 정도에 머물렀다. 허나 수업에는 늘 .. 2025. 3. 30. 14:30 [자유시] 믿기지 않을 대통령 입술의 부정선거 음모론 外 ○먹고사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존재… 필요하시다면 이 신문, 사뿐히 지르밟고 가시옵소서. ○신문사나 대통령이나 줏대 없는 자존심만. 그들 눈엔 이 나라는 나라 같아 보이지 않는가. ○예상 못한 탄핵 부결 좌절의 일주일 보냈건만, 피켓 들게 만든 이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국제판]○어처구니없고 믿기지 않을 대통령 입술의 부정선거 음모론 허망한 이 정부의 화무십일홍. ○“종북좌파” “부정선거” “비상계엄” “반국가세력” 저들은 대체 어느 나라에 살고 있는 걸까. ○내란 수괴 탄핵에도 “여당은 국민의힘” 이야, 대단들 하십니다. 그래서 경제 대책은요? [연합판]○고마워, 너와의 300일 함께 한 모든 순간순간 행복과 평안 가득 이 겨울만 견디면 돌아올 봄. ○한밤 내란 계엄 국민에게 총부리 겨눈 미친 .. 2024. 12. 31. 16:00 [사설] 외면할 수 없는 문법의 종말, 이제는 이 신문 밟고 지나가시라 비공개 기사입니다. 2024. 12. 30. 22:41 [지애문학] 겨울방학, 이별을 앞두고 마지막 날.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평소라면 책상에 바로 앉아 마음을 가다듬은 채 명상을 하고, 교실 이곳저곳 쓸어다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은 이 아침을 독서로 문을 열어야 했다. 마지막이라는 순간 때문이었을까. 박동하는 심장을 외면하고 싶지 않았다. 발 닿는 대로 걷기로 결심했다.복도에는 노을이 꽉 들어 차 있었다. 지금이 새벽이라는 걸 말해주는 것 같았다. 한 걸음, 한 걸음. 이어폰에서 흐르는 멜로디와 가락을 곱씹었다. 아무도 없는 빈 거리를 홀로 거니는 들뜬 이 기분에 오히려 차분해졌다. 한 반씩 스쳐 지나갈 때마다 묻곤 했다. 이곳에서 밤낮을 보낸 너희의 일상은 언제쯤 끝에 도달할까. 황금 빛 파묻힌 책상에는 먼지 하나 없고, 머지않아 새로운 손님을 마주할 부푼 기대만을 머금고 있었다.. 2024. 12. 30. 07:00 [사설] 토마토 스파게티와 사이먼 앤 가펑클… 행복한 저녁 만든 여자친구와 300일 비공개 기사입니다. 2024. 12. 24. 17:37 [사설] 대통령의 반역 어처구니없는 대통령의 한밤 내란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한 야당의 탄핵 시도와 예산 삭감이 그것이다. 대국민 담화에서는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이란 단어가 나왔다. 대한민국에서의 계엄은 언제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카드였다. 박정희의 5·16군사쿠데타와 전두환의 12·12군사쿠데타가 그랬다. 이들은 국회와 야권 세력, 대학생을 점거하는 방식으로 차근차근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힘써왔다. 그러나 갑자기, 그것도 한밤에 국민의 안온한 평화를 깨뜨린 적은 없었다.윤석열이 내란을 위해 최소 동원한 장병 수만 1500명에 달한다. 1980년 전국비상계엄 확대 당시 계엄군은 총 98명이었다.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닌 것이다. 특수전사령부 산하 707 .. 2024. 12. 24. 17:30 이전 1 2 3 4 ··· 2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