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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사설] 그저 ‘병사1’로만 생각하는 정신머리 이런 게 해병 없는 ‘해병 정신’

자유의새노래 2026. 5. 9. 23:26

2023년 7월 19일 경상북도 예천군 내성천에서 13명의 해병대원과 폭우 실종자를 수색하는 작전에 투입된 채수근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지 2년 10개월 만에 법원은 1심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2026.05.08)

포병 대원이 구명조끼도 없이 허리 깊이까지 물에 들어가는 건 수색 작전이라 할 수 없다. 상급 지휘관의 성과 집착이 대원의 몸으로 지불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임 전 사단장은 수중 수색 사진을 보고받고도 멈추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구체적 위험을 인지한 상황에서 위험을 가중시키는 지시”라고 밝혔다. 과실이 아니라 선택이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죗값은 징역 3년이었다. 특검은 5년을 구형했음에도 대원의 생명을 담보로 작전 성과로 밀어붙인 지휘관에게 법원이 매긴 값이 고작 그뿐이었다. 채 상병의 어머니는 선고 직후 법정을 떠나지 못했다. 군 복무로 나라를 바친 이들이면 먹먹해질 물음이다. “아들의 희생에 대한 책임이 이렇게 가볍다면 어느 부모가 안심하고 자식을 군에 보내겠느냐.”

임 전 사단장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수중 수색을 지시한 건 내가 아니”라는 장문의 이메일과 문자를 보냈다. 재판부는 “오랜 재판 경력에서 이런 피고인을 본 적이 없다”고 질타했다. 해병 정신을 입에 달고 살던 사람이 해병의 죽음 앞에서 한 행동이 그것이다.

임 전 사단장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한 2023년 7월, 해병대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하려 했을 때, 누군가 그것을 가로 막았다. 대통령실 번호로 걸려온 통화 뒤 14초 후 이첩 보류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수사단장은 ‘집단항명의 수괴’로 입건됐다. 이첩을 막은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1심 법원이 임 전 사단장의 과실치사를 인정했다는 것은 그 이첩을 막을 이유가 없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재판부는 말단 지휘관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군의 관행을 지적했다. 그 관행을 깨려 한 건 해병대수사단이었고 그것을 다시 덮으려 한 것이 침묵의 권력이었다. 해병 정신을 가르치던 이들이 누구보다 해병의 죽음을 덮으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