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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사설] 오륜교회 영상팀장의 과로사와 한국 개신교의 침묵

자유의새노래 2025. 7. 28. 20:41
 

오륜교회 방송실 영상제작팀장으로 일하던 한 노동자가 지난해 12월 과로사로 숨졌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는 2024년 11월 ‘다니엘기도회’ 기간 중 3주간 주 63시간을 일했다고 한다. 12월 11일 급성 심장사(심장비대증)로 사망했으며 평소에는 지병이 없었다고 한다. 지난 14일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를 승인했다.

이 비극은 단순한 과로사가 아니다. 오륜교회는 2021년 ‘경영 효율화’를 명분으로 방송실 정직원을 외주사 소속으로 일방적으로 전환한 바 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이를 ‘부당 해고’로 판정했지만 이탈한 인력이 채워지지 않으면서 남은 직원에게 과중한 업무가 전가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사망한 팀장의 업무 역시 가혹했다. 주일예배 영상과 ‘큐티를 보다’ ‘오륜뉴스’ 등 고정 제작물을 맡았고 특히 기도회 시즌에는 2000㎞에 가까운 지방 출장을 포함한 고강도 일정을 반복해야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190시간을 일했음에도 출장 기록과 실제 근무표에서 불일치 정황이 드러났다. 출장 후에도 9시간 근무로만 기록된 것이다.

그럼에도 오륜교회의 대응은 충격적이다. 산재 처리를 약속했지만 자료 제공을 거부했고 출퇴근 기록은 은폐했으며 업무일지를 삭제하기까지 했다. 사망한 팀장의 아내는 수차례 자료 요청을 했지만 오륜교회는 형식적인 대응과 책임 회피를 이어갔으며 오히려 위로금을 지급했으니 충분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방송실 모든 직원이 다니엘기도회 기간 63~89시간씩 일해야 했다. 초과근무 수당은 보너스 명목으로 30만~50만원이 지급됐다. 근로기준법상 ‘주 52시간 초과 근무’는 사용자와의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형사처벌 대상인 위법 행위임에도 오륜교회는 이를 조직적으로 방치한 것이다.

오륜교회는 방송실 외주화를 주장하며 ‘재정난’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오륜교회는 485억원을 들여 ‘오륜다니엘센터(ODC)’ 건물을 매입했고, 김은호 담임목사에게는 20억원대 퇴직금을 책정하기까지 했다.

오륜교회가 책임을 회피하고 한국 개신교가 노동자의 죽음 앞에 침묵하는 모습은 이미 김진호 신학자가 『대형교회와 웰빙보수주의』에서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이 책에서 ‘탈 맥락화된 주권신자’의 등장과 그로 인한 공동체의 무감각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김 신학자는 왜 대형교회에 이토록 맹렬한 시선을 가지게 되었는지 책을 읽다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다음의 문구는 과로사에 침묵하는 한국 개신교의 현실을 예언하는 듯하다. “주권신자의 영향력이 강화될수록 교회는 ‘그 바깥’에 대해 무감각해진다. (……) 그 바깥의 사람들은 이 교회의 ‘주권시민’이 될 수 없다. ‘그 바깥’에는 가난한 자, 외국계 이주노동자, 성소수자, ‘정상’ 가족 관계가 결핍된 자 등이 있다. (……) 그런 이들은 하위 주체(노예적 주체)로서 가련한 표정을 짓고 교회에 스스로를 위탁하는 자일뿐이다.”(213쪽 2문단-214쪽 1문단)

사랑을 말하는 공동체가 노동자의 죽음에 애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 사랑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것이 ‘사랑’이고, ‘은혜’라면 그런 사랑과 은혜의 복음은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