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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사설] 스무 살 청춘의 죽음과 대통령의 수사 외압

자유의새노래 2024. 8. 14. 16:41

 

채수근 일병이 2023년 7월 19일 경상북도 예천군 내성천에서 13명의 해병대원과 폭우 실종자를 수색하는 작전에 투입되어 급류에 휩쓸려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채 상병은 포병이었고 댐 방류 중인 상황에서도 구명조끼 하나 없이 수중 수색 작업을 벌였다고 한다.


당시 해병대 수사단은 30일 90여명의 장병 진술과 현장조사를 토대로 사단장 등 관계자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기재된 수사 기록을 경찰청에 이첩하기 위해 이종섭 국방장관에게 결재받았다. 그러나 다음날 이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의 언론 브리핑을 돌연 취소했고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8월 2일 수사를 지휘하던 박정훈 수사단장이 ‘집단항명의 수괴’ 혐의로 입건되었고 보직해임 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수사 외압 논란이 불거졌다.


박 전 단장은 군검찰 조사에서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 예정이라고 보고하자 대통령이 격노”했다며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질책”했다고 진술했다. 아니나 다를까 대통령실이 ’02-800-7070’ 번호로 2분 48초가량 이 장관에게 연락한 사실이 드러났다. 통화가 끝나고 14초 후 이 장관은 해병대 사령관에게 연락해 언론 브리핑 취소와 이첩 발표 보류를 지시했다.


해당 번호로는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 등과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누가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단지 고객명은 ‘대통령 경호처’라는 점이 드러났을 뿐이다. 대통령 본인 일 수도 있고 김용현 경호처장 일 가능성도 있다. 군사법원법 제228조에는 군에서 발생한 사건 중 범죄가 의심될 경우 대검찰청이나 공수처, 경찰청에 이첩해야 하며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지체 없이 이를 이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은 대통령과 통화한 후 이첩을 보류했다. 대통령의 입김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채 상병 외압 의혹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장관으로 내정했다. 김용현 국방장관 후보자는 수사 개입 의혹이 있던 작년 7월 31일부터 8월 9일 사이 이 전 장관과 일곱 차례, 임기훈 당시 국가안보실 비서관과 네 차례 통화한 바 있다. 대통령이 수사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 상황에서 밝혀져야 할 것은 대통령의 통화 내역이다. 한 사람의 사단장을 감싸기 위해 대통령까지 나서 스무 살 청춘의 죽음을 덮었다는 것은 자유로운 민주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