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내 여소야대인 첫 대통령이 됐다.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참패한 배경에는 수많은 이유가 거론되지만 불통 그 자체인 대통령이 한몫했다. 도어스테핑 중단과 기자회견 없는 신년사, 반복되는 전 정권 탓, 입틀막 경호, 심지어 야당 지도부와 소통도 없으며 김건희 특검법도 거부했다. 이제 이 정부는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상실할 식물 정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이 정부가 보여준 국정 운영은 황당무계할 지경이다. 역대급 세수 펑크에 무차별 R&D 예산 깎기, 지난해 나라살림 적자는 87조원에 이르렀다. 예산안보다 29조원이나 늘었다. 그런데 대통령은 “대파 한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했다. 외치를 잘한 것도 아니다. 대통령은 취임하고 작년 12월까지 해외순방을 16번이나 했다. 양해각서(MOU) 체결을 마치 엄청난 성과를 이룬 것 마냥 부풀린 게 전부였다. 일본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동해 바다에 방류하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 상황 속에서도 엉거주춤이다.
개혁을 추진한 것도 아니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노동·교육·의료 등 개혁은 고사하고 오히려 부자 감세를 통해 정부 지출을 줄이는 데에만 총력을 기울였다. 물가는 잡히지 않았고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2년 연속 감소했다.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던 일이나 무속신앙 같은 사례는 문제도 아니었다. 언제나 이 정부는 전 정권과 야당을 탓하며 자신의 무능을 합리화하기 바빴다. 여당 국민의힘은 그런 대통령을 감싸느라 바른말조차 못했다. 이준석 의원에게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겨냥했고 안철수 의원을 “국정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내몰았다. 반복되는 인사 실패도 지겹다.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도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의 연속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나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사법리스크에도 꿋꿋하게 당선된 것은 국민성이 도덕적이지 못해서가 아니다. 여소야대 정국을 만든 것은 오로지 이 정부가 무능하기 때문이다. 집권 2년이 지났음에도 언제까지 남 탓하며 손가락질만 할 것인가. 발전이 없고 지속 불가능한 국정은 언제나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는다. 아직도 이 정부의 시간은 3년 1개월 남았다. 2027년 5월 10일까지 1124일이다. 총선 참패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모든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어쩌면 이 정부가 거국내각이나 조기 퇴진하는 길이 이 나라를 위한 마지막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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