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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사설] 버뮤다순복음, 영원한 작별

 

18년 역사의 유일 메타버스 종교시설 버뮤다순복음교회가 오늘 문을 닫는다.(2023.12.01) 유구한 전통을 생각해보면 초라한 결말이 아닐 수 없다. 퍼피레드 개발사 컬러버스는 이용수 대표의 이름으로 서버 종료를 발표했다. 퍼피레드가 없으면 교회도 없고, 교회가 없으면 퍼피레드도 존재할 수 없는 구조다. 두 번의 부활은 없을 것이다. 사실상 영구 폐쇄다.

다시 살아난 교회는 기존 퍼피레드와 똑같은 형태로 세워졌다. 야훼는 성서에서 엄중히 경고했다.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속에 있는 어떤 것이든지, 그 모양을 본떠서 우상을 만들지 못한다”(탈출 20,4) 교회는 ‘해체 후 비슷한 단체나 공동체를 설립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외면했다. 신앙 상담과 종교 환담을 목적으로 교회를 운영하겠다며 건물을 세운 것이다. 해체한 교회가 살아남은 유일한 방식이 퍼피레드였다.

모바일 퍼피레드는 시작부터 삐거덕댔다. 불편한 UI, 느린 게임환경, 발열, 어색한 조작감, 애매한 장르…. 한두 가지 문제였다면 회원들은 날 선 비판을 이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개발은 사실상 부진한 성적표로 남았고 회원들은 하나둘 퍼피레드를 떠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각광 받지 못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300억이라는 값비싼 투자에도 그 끝은 파멸이란 점에서 이 대표를 비롯해 회원들의 공허감과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부동산은 교회에 중요한 자산이다. 기독교인들은 영적 세계를 강조하지만 실상 보이는 존재에 충실한 것이 교회의 현실이다. 부동산 없이 교회를 운영할 수 없고, 건물 없이는 교인들이 모일 수 없는 종교 특성상 버뮤다순복음교회도 퍼피레드 공간에 터를 세운 것이다. 그러나 교회는 번영신학을 넘어 삶의 원동력을 주는 희망의 메시지를 발표했다. 기독교의 고질적인 ‘유지하기’ 신앙이 아니라 ‘함께-살아가기’ 신앙을 통해 전통적인 교리를 부수었다. 한국 개신교회가 하지 못한 거친 언사와 이 교회 너머 울려 퍼진 희망의 메시지도 퍼피레드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

이 모든 아쉬움을 뒤로하고 영원한 작별을 앞두고 있다. 이제 박제된 퍼피레드를 과거의 나에게 돌려주어야 할 시간이다. 우리는 과거를 과거로 두되, 시간의 바깥에서 미래의 나를 찾으러 떠나야 할 시점이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한여름 밤 같았던 너, 퍼피레드에게 작별을 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