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237 [지애문학] 창세기 설화: 분노(憤怒) ‘왜 요즘 교회에 안 나와요?’ 이렇게 물어볼 때마다 뜻밖의 대답을 마주한다. 모순. 교회에서 가르치는 가치와 사회에서 생활하며 부딪치는 모순 앞에 쓰러지는 청년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려온다. 돌아오지 않을 당신에게 정직한 답변으로 돌려드리지 못한 부끄러움이 그렇게 만든다. 일요일 저녁이면 업무를 마치고 어깨에 몸을 기댄다. 이제는 누가 들어오든 아랑곳 하지 않는다. 끝 보지 못했던 카톡 심방*을 이어간다. 나른해진 동공에도 엄지손가락 움직임이 끊이질 않자 스마트폰 낚아챈 동료가 묻는다. *심방(尋訪) 교회의 교직자가 교인에게 연락과 방문을 통하여 안부를 묻고 신앙 상태를 점검하는 일. “안 쉴 거야?” 아직도 안 끝났는걸. 계속해서 일만한다고 어떻게 잊혀지겠어 나도 모르진 않는데 좀 쉬엄쉬엄 해 걱.. 2021. 5. 2. 19:05 [지애문학] 창세기 설화: 음욕(淫慾) 비공개 기사입니다. 2021. 5. 2. 19:00 [지애문학] 체벌 비공개 기사입니다. 2021. 4. 28. 02:20 [지애문학] 하고 싶다고 진짜 아이고, 우리 진유! 하고서 반겨주실 줄 알았다. 같은 교회 다니는 집사님을 엄마 앞에서 만나게 될 줄은 상상정돈 해봤지만 이렇게 급작스레 마주할 줄은 몰랐다. 교복 입은 시절 성실하게 교회 오가다가 대학 진학과 함께 쓸려나간 이후 한 번도 뵙지를 못했다. 그렇게 10년, 나보다 작은 키에 여전히 적당하게 자글자글한 주름살 건조한 눈매 푸석한 입술. 한복 곱게 차려입고서 생기롭게 주보 건네던 분위기만 달랐을 뿐 분명히 정겨운 얼굴을 뵈니 마음은 즐거웠다. 예뻐졌다는 말에서부터 어른다워졌다, 결혼할 나이잖느냐는 말까지 기어이 무슨 일하고 있다며 말하기 전까진 식은땀조차 생각할 겨를 없이 정수기 물 한잔 겨우 마실 수 있었다. “저어기 자유의새노래 편집국에서 일하고 있어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니라서.. 2021. 4. 27. 21:46 [지애문학] 내 이름 어디에도 집단 감염을 보도하는 데가 없었다. 다양한 사건들이 사람들 기억에서 코로나 세 글자를 밀어냈고, 발병하고 정확히 2년하고도 반년이 지나서야 다른 뉴스들로 뒤덮였다. 뉴스로 뉴스를 덮는다, 이거 현실 정치에서도 유용하겠지만 여자와 남자 사이 관계에서도 무척이나 유효하다. 오늘처럼 적당히 쓴 알콜로도 애매한 기운을 덮기가 어렵다면 말이다. 한 달이 지나도 응답 없음 유지하던 우리 관계도 잠시 주춤하는 건지 영원히 멀어지는 건지. 발걸음도 주춤했다. 지하철 환승 통로 한 편에 마련한 전시회에 다다른 직후였다. 익숙한 전신의 찰리 채플린이란 점 때문만이 아니었다. 머리에서 분리된 얼굴, 부르튼 발에서 벗겨진 신발, 천사의 날개를 겨드랑이에 끼운, 누구라도 느낄 수 있는 마르크 샤갈 냄새. 웃고는 있지만.. 2021. 4. 7. 21:06 [지애문학] 기억을 기억하는 이유 각이진 턱에서 돋아나는 입가의 주름 그 입에서 쏟아지는 무책임한 단어들. 몇 년이 지나도 여전했다. “얼마만이죠?” “그러게요. 마주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요. 호호.” 새신자환영회실 지나쳐 곧바로 12교구 담당 전도사와 바쁘게 걷는 걸 특권처럼 생각하던 이 분위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했다. 도착한 상담실에선 그 여러 해 동안의 회포가 이어졌다. “이 교회 저 교회 전전하고 교구장까지 해봐도, 우리 교회 만하지는 않더만. 시설 좋지, 목사님 좋지, 성도들 좋지, 분위기 어때, 신앙심도 이만한 데가 없다고.” “네.” 어처구니없고 기가 막힐 때마다 나오는 특유의 표정을 잘 안다. 살짝 고개를 기울어 다문 윗입술로 아랫입술 닫아줄 때 발생하는 무표정. 마구 휘갈겨 적는 종이 위엔 정자로 인쇄된 교적 전입처.. 2021. 4. 7. 21:06 보고 싶은 얼굴, 채현국 가끔 엄마가 보는 드라마 내용이 궁금해 물어볼 때가 있다. 내용 이해가 될 만큼의 전달력 가진 드라마일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근데 저 드라마는 다르다고 말했다. 감동을 주는 내용인데 어른이 발레를 배워서 아무튼 노인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 드라마란다. 타이밍에 맞추어 발레복을 입은 박인환 배우가 자세를 취했다. 송강 배우가 차가운 표정으로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는데 온화한 햇살이 70먹은 노인을 안겨주는 데에서 이 드라마는 결이 다르구나 느꼈다. 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 이야기다.경비아저씨 이미지만 뇌리에 남았을 만큼 그가 어떤 배역을 맡았는지 모를 정도로 얼굴만 알았다. 숨을 고르며 자세를 취하고, 1분 동안만 버티면 가르치겠다던 미션에 기어이 해내고 말자 그 얼굴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2021. 4. 3. 18:16 [현실논단] 당신의 설교를 듣지 않는 이유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가 자청한 기자회견에서 황당한 통계인용을 보았다(2021.02.18).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가 발표한 자료를 반박하며 균형 잡힌 보도를 요구한 것이다. 크리스천투데이는 손 씨의 행동을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시하며”라고 보도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중대본이 발표한 종교시설 감염자 비율 17%는 국내 코로나 전체 확진자 중 집단감염 45.5% 안에서 꼽은 데이터를 의미했다. 따라서 전체 확진자 중 종교시설 감염자는 8%에 불과하니 교회는 코로나 최대 감염 경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코로나는 사람을 통해서 사람으로 감염된다. 세 차례 코로나 파동(wave)을 겪으며 우리는 두 차례 집단감염을 목격했다. 두 차례나 종교집단 통해서 감염되었고, 그 종교집단은 개신교 내 주류에서 벗어났다는 .. 2021. 3. 31. 22:30 [시대성의 창] 교회 바깥 나서면서 시작되는 것 채플하기 싫어서 대강당을 나가려던 차에 동급생과 눈이 맞았다. 점심을 먹자기에 식사했고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워 대학원 카페에서 2차를 보냈다. 세 시간 이어진 대화는 지난 번 이야기의 연장선이었다. 신학교에 입학해도 무얼 해야 할지 모른다며 한 숨 지었다. 기나긴 대화는 하나님이 어떻게 당신을 이끌어 가셨는지 재차 확인하던 자리였다. 그러나 그 뒤에 찾아오는 빈 공간, 다음 인생사 이야기를 어떻게 써내려가야 할지를 모르는 막막함이 느껴졌다. 촉. 그 때의 촉은 빗나가질 않았다. 미소는 밝지 않았다.일찍이 자퇴한 친구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까지 보여주며 소개시켜 주겠다고 말했지만 한사코 거절했다. 영적인 세계에 몰두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은 내 앞에 앉아서 곱상하게 웃기만 하던 이 자매는 .. 2021. 3. 31. 22:29 [사설] 누구에게나 그리워했을 어린 봄에 주목한 신애의 유려한 글줄을 보며 떳떳이 과거 기억을 소환해 해명을 요구한 여자 아이돌 (여자)아이들 멤버 서수진의 질문에 배우 서신애가 입을 열었다.(2021.03.26) 서신애는 분명한 글줄로 “무리와 함께 불쾌한 욕설과 낄낄거리는 웃음”으로 ‘별로 예쁘지도 않은데 어떻게 연예인을 할까’ ‘어차피 쟤는 한물간 연예인’ ‘저러니 왕따 당하지’ ‘선생들은 대체 뭐가 좋다고 왜 특별 대우하는지 모르겠어’라고 말했다며 공개적으로 서수진을 지목했다. 일반인 위치에서 서수진 행적(行跡)을 공개한 여덟 차례 증언과 다르지 않게 분명한 글줄로 피해 사실을 주장한 것이다.학교폭력은 오래 전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진실을 규명하기 어렵고, 규명하는 과정에서 사실로써 증명할 만한 증거 확보가 쉽지 않다. 그러나 여덟 차례 게시물은 서수진이 살아온 다층적·복.. 2021. 3. 27. 19:16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2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