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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220

[사설] 다시, 덕질을 告한다 입력 : 2020. 05. 19 | C11 반년의 코로나 파동(波動)을 겪으며 당연하게 생각했던 햇살을 고마워하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경이(驚異)에 차 감탄한다. 지극히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일상이 침해되자 소중한 것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철학자 한병철은 저서에서 ‘하지 않을 수 있음’을 힘으로 정의한다. 할 수 있음이란 긍정의 세계에서 하지 않는 것은 부정이란 힘이다. 그만큼 보편적이고 일상적이라 생각한 것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는다.새능력이란 공동체에서 빠져나와 행위 중독으로 변질된 신앙 활동을 중단한 6개월은 금단증세를 넘어 당연하게 생각했던 행위 중독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극단적인 개신교인들에게 성수주일(聖守主日)을 비롯한 십일조, 봉사, 찬송.. 2020. 5. 21. 21:30
[에셀라 시론] 부끄러움의 해방적 역할 입력 : 2020. 05. 10 | 디지털판  보면대를 내리치는 강마에 모습에서 10년 전과 다른, 역설(逆說)적 부끄러움을 느꼈다. 정확한 대사는 이렇다. “한 가지만 물어봅시다. 내가 여러분들을 실력 외적인 걸로 부당하게 야단친 적 있습니까? 아니면 내가 준비를 잘 못해 와서 여러분을 헤매게 만들었나요? 없지요? 도대체 뭐가 문젭니까!” 사과 받으려던 악장의 표정은 굳었고, 주인공과 다름없던 연구단원들 표정은 싱글벙글 웃음꽃이 피었다. “사과 못하겠습니다!”로 운을 띄운 강마에가 일갈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단원들을 불리하게 대하거나 불공평한 지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과를 주도한 악장도 더는 할 말을 잇지 못했고 자리에 앉아 덤덤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게 여우비 내리던 어.. 2020. 5. 10. 23:57
[사설] 한국교회의 종말(終末)을 앞두고 입력 : 2020. 05. 06 | 디지털판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빛과진리교회가 신앙훈련을 목적으로 위력(威力)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교회는 자발적 참여라고 해명했지만 피해자들은 “인분(人糞)을 먹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폭로했다. 자발적인 활동이라 해도 교회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 불편한 일들을 감수해야 한다니. 이런 곳이 어떻게 교회 인가.있을 수 없는 훈련들의 배경은 신약성서를 기록한 사도 바울의 고난을 체험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고린도후서 6장을 근거로 성령의 감화의 경우 ‘산(山) 기도 3시간 이상 4회’를, 갇힘의 경우 ‘음식물쓰레기장 3시간 갇히기’ 등을 실시했다. 사실 성경에는 사도 바울의 고난을 당해야 한다는 구절이 없다. 시편에는 “내가 고난을 당한 것이 나에게 유익.. 2020. 5. 6. 22:41
[현실논단] 예장뉴스님, 빛과진리교회 보도가 과장됐다고요? 입력 : 2020. 05. 06 | 디지털판 감춰진 것이 환히 나타나다   예수는 이렇게 말했다: “숨겨 둔 것은 드러나고, 감추어 둔 것은 알려져서 환히 나타나기 마련이다.”(누가8,17) 빛과진리교회는 내부 입장문을 통해 “문제로 제기된 훈련과정의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평화나무는 제보자들 증언을 통해 “채팅방에 (훈련에 관한) 샘플 사진이 올라왔고 남성의 경우 LTC 훈련 참가자들이 모인 구글 드라이브에 올라왔다”고 반박했다.  예장뉴스 보도부 이름으로 기사 하나가 올라왔더군요. “빛과 진리교회 보도는 과장돼”(2020. 5. 1). 직접 취재한 건지, 우라까이 한 건지 모르지만 복수의 참가자 증언을 빌려 과장됐다는 논변을 더하셨는데 거창하고 분명한 제목과 달리, 기사 내용은.. 2020. 5. 6. 20:58
[사설] 바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랑이지 제사가 아니다 입력 : 2020. 03. 21 | 디지털판 사순절 기간을 맞은 한국교회에 어두운 침묵이 드리웠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가톨릭을 비롯한 개신교회도 예배당 대문을 걸어 잠그는 상황에서 곳곳의 교회들은 침묵 속 온라인 예배와 미사를 이어가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무려 236년 만에 한국의 미사를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2020. 2. 25). 전쟁 중에도 미사를 집전한 가톨릭 교계는 결코 가벼운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개신교회도 주안장로교회를 시작으로 명성, 소망, 사랑의, 여의도 순복음교회까지 온라인 예배로 대체하며 국가적 위기에 동참했다. 코로나19는 초기 증상부터 감염력이 매우 높다. 무증상자에게서 감염될 위험은 매우 낮지만 가벼운 증상에서 일반 감기와 구분하기 어.. 2020. 3. 21. 19:00
[일과속기록] 조선일보 100주년 입력 : 2020. 03. 05 | 수정 : 2020. 03. 12 | A7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디지털로 남겨 놓은 조선일보.  매년 조선일보가 창간 기념일을 맞이할 때면 100면을 발행한다. 신문의 절반이 ‘Advertorial section’이란 점은 흠이지만 대한민국 이 땅에서 신문 100주년은 희귀한, 문재인 대통령 표현으론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임은 부정하기 어렵다.  어제는 공교롭게도 “왜 조선일보를 보느냐”고 질문을 받았다. 이유는 많다. ①신문 디자인 ②기초 독해 ③지면 신문의 강점 ④신문이 가져다주는 재미 ⑤추억으로 남은 기억.①본지도 조선일보 지면신문 디자인을 카피한 요소가 많다. 활자부터가 조선일보명조체란 사실에서 알 듯이, 조선일보 신문 디자인은 일관성을 갖췄다. ②“독.. 2020. 3. 5. 19:00
[사설] 만국을 소성(笑聲)시킨 신천지 논리 입력 : 2020. 02. 24 | 디지털판 31번 확진자는 지난 7일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하자 오한(惡寒) 증세가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증상발현일로 판단한 그 날 이후 확진자는 두 차례 대구의 신천지 정기 모임에 참석했다. 1,100명이 코로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병원은 코로나 검사를 권유했지만 확진자가 두 차례 거절했다. 질본도 중국 방문 경험이 없을뿐더러 확진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아서 감염으로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문제는 여기부터다. 증상 발현 후에도 예식장과 신천지 모임에 참석했다.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인후통과 고열 증상까지 보였지만 대구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질본은 31번 확진자를 2차 감염자일 가능성을 밝혔지만 대구지회 정기 모임에서 2차 감염된 사실은 부정할 수 없게.. 2020. 2. 24. 23:51
[일과속기록] 그늘진 당신의 얼굴 입력 : 2019. 09. 20 | 수정 : 2020. 02. 22 | A35오늘은 용기를 가지고 놀이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만나면 어떤 말로 인사하며 뒤의 공백을 메울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헤어진 지 보름이 되었다. 순간이었다. 분노란 감정도 불꽃 튀는 랑데부도 예상치 못한 한 순간에 이뤄지듯, 헤어짐도 순간에 벌어졌다. 갑작스레 터져버린 순간에 수습조차 못하고서 보름이란 시간을 지내야 했다.늘 그랬던 것처럼 내일도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뚝 끊긴 발걸음이 이젠 허공에 떠돌아 귓가를 맴돈다. 오늘도 초인종에 반갑게 인사할 그 녀석이 언제쯤 찾아올까 아니, 이제 오지는 않을까. 상상만 했다. 어느새 한 편이 되어준 만남이 하루아침 사라져 버리니. 당혹감? 허망함? 자책도 해봤다. 물조차 주워 담을 수 .. 2020. 2. 22. 21:00
[사진으로 보는 내일] 다시 기억은 연결된다 입력 : 2020. 02. 20 | A35   반가운 이름의 그 길을 걸었다. 굽이굽이 한반도 등줄로 이어진 이 길은 과거에 걸었던 길만이 아니다. 새로 걸은 오늘의 그 길을 돌아보며 건물이 감춘 오래됨 그 자체를 엿보았다. ‘쓰레기 불법 투기 금지’ 팻말은 새것 같지만 출입문을 잃어버린 폐가는 추워선지 거미조차 구경하기 어려웠다. 사람들의 발길조차 끊겨버린 묵호항역 주위에선 찬바람만 불어왔다. 누군가는 살아왔을 폐가 속에 냉기에서 쓸쓸함이 살아났다. 온기 잃은 집 앞에서 조용히 사진을 찍는다. 과거를 상상한다. 누군가가 정겹게 살아왔을 온기의 그 집을. 마음대로 상상해보니 낯설지 않은 이 길이 외롭지 않았다. 누구를 만날지 어디에 발 디딜지 모를 이 길을 걷다보면 과거의 풍경을 마주한다. 부산으로 시작.. 2020. 2. 20. 22:53
철없는 어른도 성장은 합디다 입력 : 2020. 02. 09 | 수정 : 2020. 02. 11 | A6 ‘진짜’라는 말 백 번 천 번 할 필요 없다. 직접 해봤다고 말하면 된다. 기억과 행동 대충 섞어도 괜찮다. 남들은 해보지 않았을 일이니까. 그래도 괜찮다. 사람들은 내 행동엔 관심 없고, 오로지 그 시점에 무엇을 느꼈는지만을 궁금해 할 테니까. 일상의 행복처럼 누구든 공감하되 세계 평화처럼 동떨어진 언어여선 안 된다. 대충 가능성 있는 성장 서사 눙쳐놓고 해봤다는 추진력 스까 놓으면 인생 선배로서 조언이 탄생한다. 독자 여러분은 ‘성장 서사’ 이 단어를 기억해 두시라. 성장 서사를 마케팅 요소로 사용한 이들은 유독 ‘진짜’라는 뉘앙스를 즐긴다. 말 그대로 자기 말이 진짜라는 말이다. ‘진짜’라는 단어를 한병철은 판매 논리(타자.. 2020. 2. 11. 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