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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마음 박물관] 라디오에서 들려온 ‘세상:소음’, 어른이 된다는 건 어려운 일인걸
“밥은 챙겨 먹을 수 있겠어?”“나 열여덟이야. 어른 면허증 취득해야지.”정부는 ‘어른 면허증’을 도입했다. 사람마다 어른이 되는 속도는 다른데 모두 20살에 어른의 책임감을 갖는 건 불합리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를 기점으로 사춘기 소녀가 어른이 되는 경우도 생겼고, 반대로 50살이 넘어서도 아이에 머물러 있는 사람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권력자들의 상당수는 아이가 되었다. 이제 이들은 권력은커녕 어른 면허증을 따기 급급한 처지가 되었다. 면허증의 요건이 수록된 어른 사전이 나오기에 이르렀으니 말 다 한 셈이다.나는 여름비를 배경 삼아 어른 사전의 책장을 넘겼다. “어른에게 필수적인 자질은…. 하암.” 하루 종일 사전만 괴고 있자니 눈이 절로 감겨왔다. 수면제가 아주 따로 ..
2024.11.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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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화괴 앞 세월에게
이별을 맞이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언제나 이별은 가슴 아픈 일입니다. 아무도 없는 머나먼 별나라로 떠나는 기분 같습니다.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 가장 먼 곳으로, 아니 아예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취급된다는 사실 그 자체가 서글픕니다. 죽음도 그렇습니다. 다시는 이 지구에서 만나지 못한다는 절망감이 마음을 공허하게 만듭니다. 이별은 성숙한 사람이라도 견디기 어려운 마지막 인사일 겁니다. 그 인사마저 하지 못하고 떠나는 인연이 얼마나 많습니까. 청소년 문학소설 ‘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에서는 독특한 괴물이 나옵니다. 남자 고등학생으로 변신해 사람인 척 인간들의 기억을 훔쳐 먹는 이 화괴는 제가 본 괴물 중에서 가장 다정합니다. 괴물은 무서워야 정상이죠. 정체를 알 수 없는, 종잡을 수 없어 두려운..
2024.11.20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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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카톡을 차단하든 말든
카톡 읽씹만큼이나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드는 태도란 아마 퉁명스러운 대답일 겁니다. 말붙이려 선톡을 날려도 돌아오는 건 차가운 대답뿐이요,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말 한 마디 못 붙이게 냉대하는 태도로 일관하는 건 분명 읽씹만큼이나 불쾌한 태도입니다. 저는 웬만해선 퉁명스레 대답하진 않습니다. 그런 제가 바쁘다는 핑계로 퉁명스레 대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는 걔를 속으로 ‘녀석’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겉으론 “~씨”라고 불렀지만요. 새벽까지도 카톡을 주고받고, 회사 가서도 일하기 싫다며 찡찡대기도 했으며, 출퇴근 시간이면 어김없이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심심할 때마다 점심도 같이 먹을 만큼의 가까운 관계였습니다. 처음 아이폰을 구매하러 애플 명동점에 갔을 때도 함께 했을 정도니, 뭐 ..
2024.11.1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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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사고방식의 그런 지구, 정복할 이유라도?:『우리 미나리 좀 챙겨 주세요』
차별과 편견 가득한 지구별공존이 해결책이라 하지만작은 별의 멸망 필연일지도 우리 미나리 좀 챙겨 주세요듀나 지음 | 창비 | 80쪽 | 1만원 한 번 읽고는 도통 이해하지 못했다. 웹사이트 이곳저곳을 뒤져야 했다. 간단한 도식을 보고 나서야 또 하나의 편견이 깨지고 말았다. 인간과 비(非)인간의 구분 말이다.메카 공룡인 당근이를 괴롭히는 십 대 중반의 남자아이들과 따돌림을 당하는 기분의 진짜 공룡과 가짜 공룡의 구분은 차별적인 지구별의 행태를 폭로한다.차별의 문제는 지구에서 사는 인간의 오랜 문제다. 언제나 차별은 존재했고 어디에서나 차별은 작동했다. 작가가 SF 장르를 통해 차별을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좀 더 상상력을 가동해 보았다.바로 메가 공룡과 생물학적 공룡의 차이를 구분하는 게 어리석은 일인..
2024.11.1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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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자를 바라본 당신의 시선
복음서에서 예수는 제자들을 부르고 온 갈릴리를 다닙니다. 가르치고 전파하며 사람들의 병과 약한 것을 고칩니다. 이 소문이 시리아에 퍼졌고 모든 앓는 이들이 예수에게 모여 고침을 받습니다. 따라서 갈릴리와 데가볼리, 예루살렘과 유대, 요단 강 건너편에서 수많은 이들이 예수를 따릅니다. 예수는 이들을 바라보며 무엇을 생각했을까요.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앞서면 조건을 걸지 않기 마련입니다. 사랑하면 “그냥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이유가 됩니다. 그렇습니다. 사랑하면 사랑하기 때문에 아껴줄 뿐입니다. 예수도 그 어디를 걸어가든 조건을 내걸지는 않았습니다. 가난한 자들에게 향한 당신의 따뜻한 마음에는 조건이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무조건적인 희생을 할 수는 없죠.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2024.11.1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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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닿을 수 있다면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이 지난 5월 발표한 ‘2024 결혼인식조사’에서 분명한 메시지를 발견했습니다. 혼인 건수가 줄어든 이유가 뭐냐는 물음에 21%의 사람들은 1순위를 ‘내 집 마련 등 결혼 비용 증가’로 꼽았습니다. 자녀 출산, 양욱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2순위로 14%에 달했죠. 이제 우리 국민 절반은 결혼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은 제도 쯤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 대가족 방식은 과거의 일이며 홀로 살아가는, 홀로 살아남은 시대에 도달한 겁니다. 사실상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이 돈이 없어 결혼하지 못하는 나라가 된 것입니다. 그래선지 한국 사회의 각박함을 느끼는 순간이 잦습니다. 옛날 같다면이라고 해야 할까요? 참고 넘길 수 있는 문제에도 핏대를 세우며 갈등을 빚는 이들을 봅니다. ..
2024.11.1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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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본질로
구약성서 포로기 후기의 이스라엘 화두는 ‘왜 나라를 빼앗겼느냐’였습니다. 전쟁의 패배는 곧 야훼 하느님의 죽음이며 신의 죽음과 맞닿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전쟁의 패배란 전능하고 위대한 유일신의 죽음이며 그 시대를 상징하는 아픔인 겁니다. 우리는 잘 안 되는 일들을 겪을 때마다 저주를 생각한다든지 무언가 잘못된 행동을 한 건 아닌지 되짚곤 합니다. 복과 저주를 우리의 행동과 연결해서 생각하는 습관은 매우 익숙한데요. 이스라엘도 전쟁에서 패하자 그들의 행동을 복과 저주로 연결한 습관은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가까운 사람과 불편한 일이 벌어지면 우리는 본질을 생각하기보다 당장 눈에 띄는 행동과 제스처에 신경을 쓰는데요. 지극히 당연하면서 또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이기도 합니다. 몇 가지를 생각해보면 좋겠습니..
2024.11.1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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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삶은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으로 달려가는 것
보통은 이야기의 시작으로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하느님이 먹지 말라던 선악을 알게 하는 실과를 먹은 아담과 이브의 사건이 그렇습니다. 성서의 제일 첫 권, 창세기에 나오는 신화라 아담과 이브를 지구의 시작으로 보는 거죠. 학부 3학년 조직신학 종말론을 공부할 때였습니다. 철학의 ‘철’자도 모르던 제가 존재론의 대가 하이데거를 붙잡고 죽음에 관한 글을 집필하던 때였습니다. 하이데거도 어려웠지만 죽음 그 자체도 어려워 선배에게 꼬치꼬치 캐물어야 했습니다. 선배의 시각은 저와 확연히 달랐습니다. 하느님이 6일 만에 지구를 만들고 머잖아 인간이 하느님을 배반하는 과정을 ‘시작’이 아닌 ‘끝으로의 도달’로 본 겁니다. 선배의 논리에 따르면 이렇습니다. 인간을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어가는 존재로 본 거죠. “으앙” 우..
2024.11.1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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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죽어가는 것들 앞에
모든 것이 죽어가는 겨울, 죽음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모든 가을은 모든 존재의 죽음을 생각하게 만드는 계절의 조입인 듯합니다. 죽음은 언제나 인간에게 이별을 안겨다 줍니다. 무엇이든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가리키죠. 모든 것은 태어나고 죽음을 맞이하듯, 죽음 앞에 장사 없으며 죽음 앞에 거센 힘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이는 태어나면 죽고, 죽으면 존재가 사라집니다. 그래서 남는 것은 기억이며 향기입니다. 죽음은 인간에게 고통을 안겨주지만 고통을 알아가고 이해하는 과정은 인간을 인간 답게 만듭니다. 죽음의 아픔은 또 다른 새로운 생명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죽음은 인간 본연의 존재를 묻게 합니다. 또한 죽음은 스스로의 부끄러움을 보게 만드는 창구 역할을 합니다. 죽음을 피할 수 없으면 죽음을 바라보며 죽..
2024.11.1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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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립니다] 11월 20일, 신은빈 작가가 여러분의 마음을 두드립니다
새 코너 ‘인류의 마음 박물관’ 11월 20일부터 격월 연재처음 신은빈 작가의 글을 마주했을 때의 느낌은 산뜻함이었습니다. 생글한 눈망울로 독자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느낀 것이죠. 완벽히 어그러진 것 같으나, 그 어그러짐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작가의 문체 앞에서 저는 감탄했습니다. 지금의 자신이 내면의 자신에게 말해주는 데에서 나긋한 마음가짐을 발견한 겁니다.본지는 11월 20일부터 신은빈 작가의 글을 격월로 연재합니다. 코너 이름은 ‘인류의 마음 박물관’입니다. 뉴송어스닷컴과 지면신문에서 볼 수 있는데요.연재를 통해 관통 당하는 기분을, 치유받는 희망을, 어그러진 것이 다시 펴지는 경험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2024.11.14 1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