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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새노래 디지털판967

[헌사] 아장스망(agencement)의 기쁨 입력 : 2020. 01. 30 | 수정 : 2020. 01. 31 | C10 지금의 세상은 모든 것을휩쓸고 지나갈 테지만은순연한 기억들이 새 기억만들며 우리들을 지킬 것 미야자키 하야오의 1978년 作 『미래소년 코난』에서 코난과 몬스키가 마주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실은 코난의 현란한 총알 피하기 기술보다 눈길이 간 건, 적으로 등장한 몬스키였습니다. 유독 19화엔 몬스키가 악마가 되기 전의 기억을 상세히 묘사합니다. 기억하던 마지막 세상은 불바다가 되어버린 도시. 쓰러진 발발이를 깨우지만 이내 쓰나미는 아픈 기억과 함께 모든 것을 휩쓸고 맙니다. 극적으로 구조된 몬스키는 멸망한 인류를 다시 세우려 인더스트리아 행정국 차장이란 직함도 얻습니다. 알다시피 인더스트리아는 독재자 레프카에 의해 지배 체제를 .. 2020. 2. 11. 22:05
[지수의 생일] 「진리를 바라본다」 입력 : 2020. 01. 30 | 수정 : 2020. 01. 31 | 디지털판  스산해진 저녁 어간 여명이 밝기까지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한다. 숫자로 헤아리기 어렵 듯 어간(於間)은 상당히 기나 길다. 해방을 기다린 조선의 묻─히인 목소리를 되짚다보면 낭만도 무색해진다. 오랜 시간 구원자를 기다리던 기록물도, 지금의 시간을 어둠 속 밤으로 묘사한다(요한 3,2). 밤하늘과 가려진 얼굴들은 저녁 어간부터, 여명이 밝기까지 오랜 시간을 버텨낸 것이다. 그리고 숫자로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우리들은 여명이 밝기까지 수많은 이들을 잃었다. 바다에 잃어버린 우리의 친구들, 갑판과 함께 침몰한 전우(戰友)들, 거센 파도에 수장당한 우리네 인생들, 테트라포드 사이에 숨겨진 숫자들. 그 사이 진리(眞理)를 잃었다(요.. 2020. 2. 11. 22:00
철없는 어른도 성장은 합디다 입력 : 2020. 02. 09 | 수정 : 2020. 02. 11 | A6 ‘진짜’라는 말 백 번 천 번 할 필요 없다. 직접 해봤다고 말하면 된다. 기억과 행동 대충 섞어도 괜찮다. 남들은 해보지 않았을 일이니까. 그래도 괜찮다. 사람들은 내 행동엔 관심 없고, 오로지 그 시점에 무엇을 느꼈는지만을 궁금해 할 테니까. 일상의 행복처럼 누구든 공감하되 세계 평화처럼 동떨어진 언어여선 안 된다. 대충 가능성 있는 성장 서사 눙쳐놓고 해봤다는 추진력 스까 놓으면 인생 선배로서 조언이 탄생한다. 독자 여러분은 ‘성장 서사’ 이 단어를 기억해 두시라. 성장 서사를 마케팅 요소로 사용한 이들은 유독 ‘진짜’라는 뉘앙스를 즐긴다. 말 그대로 자기 말이 진짜라는 말이다. ‘진짜’라는 단어를 한병철은 판매 논리(타자.. 2020. 2. 11. 19:26
2020년 서지수 생일 기념 메시지북: 시샘달 열하루, 겨울의 끝자락에서 입력 : 2020. 02. 10 | 디지털판 2020. 2. 10. 23:59
[지금, 여기] 2019년 마지막 여명 이후 「LP와 함께」에 머문 발걸음 입력 : 2020. 01. 29 | 수정 : 2020. 02. 09 | B2-3  2010년대와 2019년의 마지막 해를 보내자 이내 추워졌다. 정처 없이 떠돌다 카페를 찾아 헤맸다. 그 전날 지도에서 탐색했건만 프랜차이즈 카페까지는 꽤 걸어가야 했다. 아무 데나 가겠다고 게으름 피워댄 탓에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했다. 2-30분 더 걸어야 한다는 생각에 근처 다방의 따뜻한 커피라도 상상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었다. 아무 생각 없이 건물 이곳저곳 눈팅하다 2층에 쓰인 반가운 문구와 마주쳤다. “안에 계신가요?” 비좁은 계단엔 책들로 쌓였고 조명도 켜두지 않아 어둑했다. 2층 희미하게 번지던 조명에 의지해 걸어 올라가자 카페 유리문이 보였다. 사장님을 부르니 한동안 잠잠하던 좌측 가정집으로 보이.. 2020. 2. 9. 20:36
[신앙칼럼] 인스턴트 신앙 입력 : 2020. 02. 09 | 디지털판    신학교에서 기도 배틀을 한 적이 있었다. 누가 기도빨이 잘 먹히나 내기였다. 상대는 수십 년을 오순절 신앙으로 무장한 동기, 한 놈은 걸그룹 믿는 이단아.서로가 서로를 겨냥한 채 너의 기도가 응답되면 오늘부로 신앙 그만두겠다고 삿대질 했다. 이렇게 된 까닭엔 신앙으로 병 고쳐야 하지 않겠냐고 싸워댄 탓이다. 오순절 신앙을 고수한다잖은가. 안아키(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 수준은 아니나, 유사 안아키(?)라 생각한 배경에는 영분별과 치유의 은사를 운운한 단언 때문이라.한국교회에는 다양한 기도 방법이 존재한다. 금식기도, 대적기도, 선포기도, 부르짖는기도, 관상기도, 땅밟기기도, 호흡기도, 방언기도, 중보기도, 주여삼창. 대게 ○○기도 호칭하는 분일수록 영적인.. 2020. 2. 9. 20:02
유대교를 바라보는 또 한 가지 편견 입력 : 2020. 02. 09 | 디지털판 아무 것도 하지 말아야 하는 유대교의 안식일 규정 향해서 ‘신앙은 삶’이라는 교훈으로 ‘율법주의’ 올가미서 벗어나야  거룩을 신비한 현상으로 보는 오순절 교회에서 유대인의 안식일을 율법적인 시각으로 보곤 한다. “내가 너희에게 안식일을 주었으니, 엿샛날에는 내가 너희에게 양식 이틀치를 준다. 그러니 이렛날에는 아무도 집을 떠나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 너희는 이것을 명심하여야 한다.”(탈출16,29) “엿새 동안은 일을 하고, 이렛날은 나 주에게 바친 거룩한 날이므로, 완전히 쉬어야 한다. 안식일에 일하는 사람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탈출31,15) 유대교 안식일은 기독교와 달리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금요일 해 지는 시간부터 토요일 해 진 시간까지 말이.. 2020. 2. 9. 20:02
[그래서 안 된다는 거다] 코로나 앞에서 ‘인간의 한계’와 ‘겸손’을 깨달으라고? 입력 : 2020. 02. 08 | 수정 : 2020. 02. 12 | A31   지난 3일 한국교회언론회가 기막힌 논평을 공개했다(2019. 2. 3). 정확한 워딩은 이렇다. “이런 질병(코로나19) 현상들은 성경 요한계시록에서 말씀하는 인간들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가 아닌가 한다.” 글을 기획하며 ‘설마 코로나19를 하나님의 진노라고 생각할까’싶어 검색해봤지만 커뮤니티 외엔 쉽사리 나오지 않아 제목을 성경에 등장한 문둥병에 집중하려 했다. 그러다 확인한 기막힌 논평이 제목을 다시금 바꾸게 만들었다. 우치무라 간조(内村鑑三)를 인용하며 죄를 두려워하라니.  한국교회는 하고 싶은 말을 성경에서 찾는다. 신이 전염병을 이용해 심판한다는 구절을 가져와 공포심을 유발하고 “회개하라”는 명제를 만든다. 정.. 2020. 2. 9. 20:02
성경에도 대안은 쓰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구약을 본다: 『구약의 민주주의 풍경』 입력 : 2020. 02. 09 | 수정 : 2020. 02. 09 |  구약의 민주주의 풍경 기민석 지음 | 홍성사 | 192쪽 | 1만2000원 막연히 구약성서 시대를 생각하면 ‘고대’라는 단어를 사용해 온갖 언어적 술수로 당시 시대를 깎아내리는 습관을 가진다. 칼빈주의 5대 교리 중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인간 전적 타락’을 되뇌지만 총체적으로 인간의 인식은 진화하지 않으며 선악을 알게 하는 실과를 취하던 날부터 지금의 인간에 이르기까지 변함없는 죄인일 뿐이라고 고백한다. 하지만 인간 내면의 우월감은 타인을 존중하지 못하게 만들고 정복 대상으로 착각하게 한다. 그게 여성을 향해, 사회적 약자로 향한다. 구약성서 본문을 이용해 야곱과 아브라함은 부자였다는 논리로 성서를 해석하고 모든 이들은 부자.. 2020. 2. 9. 20:02
“나는 괜찮지 않다” 입력 : 2020. 02. 07 | 디지털판  집단으로 모여야 한다는 강박은 두려움을 잊게 한다. 마음속 무자비하게 만들어지는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잊고자 집단으로 모여든다. 나와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묻고, 공감할 감정을 가졌는지 묻고, 다시금 재확인한다. ‘나는 괜찮다’를 느끼는 순간이다. 그런 같은 성(性) 테두리 안에서 이질감을 느낀 이유도, 종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불쾌감을 느낀 이유도, 좌파와 우파라는 테두리 안에서 지루함을 느낀 이유도 한 번도 집단은 나의 괜찮음을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테두리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언제든지 사람들의 비웃음이 될 것임을 상기하며 살아왔다. 지금도 종교라는 테두리를 벗어난 것을 부끄럽게 생각지 않는다. 사나이로 살지 않아도 불편한 것 하나 없이 지낸.. 2020. 2. 7. 2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