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 02. 19 | 수정 : 2020. 02. 19 | B6-7
어두운 교회를 접속하면 곧장 하던 첫 번째 일은, 이젤 판을 끼적이는 작업.
‘2016. 08. 13 오후에 뵙겠습니다’
게임 서버 어딘가에 위치한 우리 교회에 앉아 내가 하던 두 번째 일은 아래아 한글에 텍스트를 옮겨 담는 작업이다. 방명록을 비롯해 팸(카페) 게시판 돌고 돌아 담아놓은 게시글을 바쁘게 옮겨야만 한다. 남은 기간은 보름이다.
이 에세이는 15일의 기록을 담았다. 예배당에 홀로 남아 24만 자, 복사 붙여넣기 반복 작업하며 든 소회를 끼적였다. 거대 예배당에 줄 지어 놓은 이백여 빈 좌석이 보여준 기억의 아이러니. 한 때 북적이다 게임의 몰락과 함께 웃음소리를 잃은 적막감. 사라질 운명의 교회에서 느낀, 미묘한 해방감.
15일 만에 풀어 놓는 11년 역사, 버뮤다 순복음교회를 향한 양가적 감정을 풀어본다. 에세이는 정기적이지 않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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