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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새노래 디지털판970

[지애문학] 기억을 기억하는 이유 각이진 턱에서 돋아나는 입가의 주름 그 입에서 쏟아지는 무책임한 단어들. 몇 년이 지나도 여전했다. “얼마만이죠?” “그러게요. 마주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요. 호호.” 새신자환영회실 지나쳐 곧바로 12교구 담당 전도사와 바쁘게 걷는 걸 특권처럼 생각하던 이 분위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했다. 도착한 상담실에선 그 여러 해 동안의 회포가 이어졌다. “이 교회 저 교회 전전하고 교구장까지 해봐도, 우리 교회 만하지는 않더만. 시설 좋지, 목사님 좋지, 성도들 좋지, 분위기 어때, 신앙심도 이만한 데가 없다고.” “네.” 어처구니없고 기가 막힐 때마다 나오는 특유의 표정을 잘 안다. 살짝 고개를 기울어 다문 윗입술로 아랫입술 닫아줄 때 발생하는 무표정. 마구 휘갈겨 적는 종이 위엔 정자로 인쇄된 교적 전입처.. 2021. 4. 7. 21:06
보고 싶은 얼굴, 채현국 가끔 엄마가 보는 드라마 내용이 궁금해 물어볼 때가 있다. 내용 이해가 될 만큼의 전달력 가진 드라마일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근데 저 드라마는 다르다고 말했다. 감동을 주는 내용인데 어른이 발레를 배워서 아무튼 노인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 드라마란다. 타이밍에 맞추어 발레복을 입은 박인환 배우가 자세를 취했다. 송강 배우가 차가운 표정으로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는데 온화한 햇살이 70먹은 노인을 안겨주는 데에서 이 드라마는 결이 다르구나 느꼈다. 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 이야기다.경비아저씨 이미지만 뇌리에 남았을 만큼 그가 어떤 배역을 맡았는지 모를 정도로 얼굴만 알았다. 숨을 고르며 자세를 취하고, 1분 동안만 버티면 가르치겠다던 미션에 기어이 해내고 말자 그 얼굴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2021. 4. 3. 18:16
벚꽃 길가에 버려져 주워서 당신에게 드렸을 뿐인데 교무실 한 자리, 물 담은 종이컵에 고이 둔 광경을 벚나무 꺾여서 이탈한 나뭇가지 바라볼 때마다 생각한다. 곧 시들어 사라질 아름다움이겠지만 지금, 여기 아름다움 발산하는 벚꽃에 주목한 당신의 시선이 그립다. 그 때는 사회과학서를 읽어보라던 말씀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하나의 학문 여러 언어로 번역된 책만을 고집하고 말았다. 수없는 철학자와 신학자가 손을 댄 문헌이란 사실을 깨닫고 그 때의 고집은 이미 사라지고 만 후였다. 다양함 속에서 살아가던 당신의 고언(苦言)을 가볍게 여긴 잘못이다. 까까머리로 등교해도 어색한 낯빛으로 바라보지 않았고, 대학 찾아 헤매어도 측은하게 보살피며 공동의 짐을 지우려 하였던 슬픔을 모를 수 있을까. 간학문(間學問)으로 이어지는 철.. 2021. 3. 31. 22:56
[현실논단] 당신의 설교를 듣지 않는 이유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가 자청한 기자회견에서 황당한 통계인용을 보았다(2021.02.18).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가 발표한 자료를 반박하며 균형 잡힌 보도를 요구한 것이다. 크리스천투데이는 손 씨의 행동을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시하며”라고 보도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중대본이 발표한 종교시설 감염자 비율 17%는 국내 코로나 전체 확진자 중 집단감염 45.5% 안에서 꼽은 데이터를 의미했다. 따라서 전체 확진자 중 종교시설 감염자는 8%에 불과하니 교회는 코로나 최대 감염 경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코로나는 사람을 통해서 사람으로 감염된다. 세 차례 코로나 파동(wave)을 겪으며 우리는 두 차례 집단감염을 목격했다. 두 차례나 종교집단 통해서 감염되었고, 그 종교집단은 개신교 내 주류에서 벗어났다는 .. 2021. 3. 31. 22:30
[시대성의 창] 교회 바깥 나서면서 시작되는 것 채플하기 싫어서 대강당을 나가려던 차에 동급생과 눈이 맞았다. 점심을 먹자기에 식사했고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워 대학원 카페에서 2차를 보냈다. 세 시간 이어진 대화는 지난 번 이야기의 연장선이었다. 신학교에 입학해도 무얼 해야 할지 모른다며 한 숨 지었다. 기나긴 대화는 하나님이 어떻게 당신을 이끌어 가셨는지 재차 확인하던 자리였다. 그러나 그 뒤에 찾아오는 빈 공간, 다음 인생사 이야기를 어떻게 써내려가야 할지를 모르는 막막함이 느껴졌다. 촉. 그 때의 촉은 빗나가질 않았다. 미소는 밝지 않았다.일찍이 자퇴한 친구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까지 보여주며 소개시켜 주겠다고 말했지만 한사코 거절했다. 영적인 세계에 몰두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은 내 앞에 앉아서 곱상하게 웃기만 하던 이 자매는 .. 2021. 3. 31. 22:29
[알립니다] 2021년 3월 25일 자유의새노래 지면신문이 바뀝니다 1. 판형을 늘렸습니다 국배판(A4) 210×297㎜ 크기에서 신문 대판 크기인 394×546㎜로 확대해 신문 대판 크기와 신문 용지로 인쇄 가능해졌습니다. 넓어진 판형 덕분에 디지털로 저장해도 선명한 화질로 확인할 수 있으며 인쇄시 비율 확대로 그림이 깨지지 않습니다. 2. 커닝을 도입해 활자를 조절했습니다 한글 음절은 초성(初聲)·중성(中聲)·종성(終聲)에 따라 여백이 다릅니다. 문장 채 여백을 일괄적으로 조절하는 자간(字間) 대신 음절의 세 가지 성질을 반영하여 커닝(kerning)을 조정했습니다. 음절과 음절이 맞물리지 않도록 가독성을 고려했습니다. 3. 날짜 표기 디자인을 바꾸었습니다 문장에 삽입했던 날짜·법조문은 따로 빼내어 돋움체로 단독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4. 새 글꼴을 도입했습니다 소제.. 2021. 3. 29. 20:36
[사설] 누구에게나 그리워했을 어린 봄에 주목한 신애의 유려한 글줄을 보며 떳떳이 과거 기억을 소환해 해명을 요구한 여자 아이돌 (여자)아이들 멤버 서수진의 질문에 배우 서신애가 입을 열었다.(2021.03.26) 서신애는 분명한 글줄로 “무리와 함께 불쾌한 욕설과 낄낄거리는 웃음”으로 ‘별로 예쁘지도 않은데 어떻게 연예인을 할까’ ‘어차피 쟤는 한물간 연예인’ ‘저러니 왕따 당하지’ ‘선생들은 대체 뭐가 좋다고 왜 특별 대우하는지 모르겠어’라고 말했다며 공개적으로 서수진을 지목했다. 일반인 위치에서 서수진 행적(行跡)을 공개한 여덟 차례 증언과 다르지 않게 분명한 글줄로 피해 사실을 주장한 것이다.학교폭력은 오래 전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진실을 규명하기 어렵고, 규명하는 과정에서 사실로써 증명할 만한 증거 확보가 쉽지 않다. 그러나 여덟 차례 게시물은 서수진이 살아온 다층적·복.. 2021. 3. 27. 19:16
[에셀라 시론] 2016년 3월 19일, 난파선을 벗어날 때 스친 파수꾼 앞에서 무슨 말을 더할까 입력 : 2021. 03. 19  23:30 | A30  난파선 바깥에서 헤매는 사람을 누구든지 유랑하는 자로 보지는 않을 것이다. 살기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괴로운 광경을 경험해 본다면 누구든지 유랑이란 단어를 말하지 않는다. 고고하고 유려하게 흘러가는 파도를 생각할 여력 하나 없이 그저 살기 위해 난파되어 흩어진 나뭇조각 보노라면 그 단어가 입에서 나오지 않는다. 구조적 문제도 개인적 내부의 문제도 관찰할 시간도 없다. 처량하게 움직이는 몸동작도 비웃지를 못한다. 유동하는 파도 속에 살아남아야 한다는 하나의 생각만이 들어찬 상황을 겪어본 사람이면 유랑 같은 단어를 떠올리지 않는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느껴지는 복합적 감정도 그렇다. 남자라면 겪어야 했을 구조적 문제들 앞에서, 한낱 힘없이 .. 2021. 3. 19. 23:30
낯섦 입력 : 2021. 03. 04  03:21 | 디지털판 갈대밭 서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음에서 낯섦과 마주한다. 낯섦, 너라는 낯섦 앞에 서노라면. 나는 분노를 느낀다. 너를 대하지 못해서, 만지지 못해서 한탄한다. 낯섦이니까. 또 하나의 낯섦이 떠난다. 화가 난다. 낯섦을 받아들일 준비도, 용기도 없어서 화가 난다. 무능한 사람들 목소리에 힘없이 떠나는 낯섦을 잡지 못해서 슬퍼한다. 저 갈대는 수없이 서 있거늘. 이리 날고 저리 나느라 떠나가는 낯섦을 보고만 있는다. 그 얼굴 바라만 보더라. 슬퍼하고 분노할 시간 하나 없이. 故 변희수 하사의 명복을 빕니다.  I know you said Can’t you just get over it It turned my whole world around And I.. 2021. 3. 4. 03:21
[시대성의 창] 가해자 文法 입력 : 2021. 03. 01  19:38 | A29    모든 사람을 두 부류로 분류할 수는 없다. 인간의 다양한 결을 관찰하다 마주치는 아름다움이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 내 편과 네 편으로 구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인은 비정상이고, 나는 정상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문법을 발견했고, 이 문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고등학교 1학년 입학하고 실장으로 자처한 녀석도 같았다. 나보다 훤칠한 키에 잘 생긴 미모가 누가 봐도 호감을 주었고 선생님의 신임을 받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와 사이가 틀어졌다. 실장이란 녀석이 특정 과목 선생님을 왕따 시키려고 모의하질 않나, 철없는 친구들의 주먹 다툼에도 아랑곳 않으며 말리지도 않으니. 그 녀석의.. 2021. 3. 1. 1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