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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사설] 누구에게나 그리워했을 어린 봄에 주목한 신애의 유려한 글줄을 보며

떳떳이 과거 기억을 소환해 해명을 요구한 여자 아이돌 (여자)아이들 멤버 서수진의 질문에 배우 서신애가 입을 열었다.(2021.03.26) 서신애는 분명한 글줄로 “무리와 함께 불쾌한 욕설과 낄낄거리는 웃음”으로 ‘별로 예쁘지도 않은데 어떻게 연예인을 할까’ ‘어차피 쟤는 한물간 연예인’ ‘저러니 왕따 당하지’ ‘선생들은 대체 뭐가 좋다고 왜 특별 대우하는지 모르겠어’라고 말했다며 공개적으로 서수진을 지목했다. 일반인 위치에서 서수진 행적(行跡)을 공개한 여덟 차례 증언과 다르지 않게 분명한 글줄로 피해 사실을 주장한 것이다.


학교폭력은 오래 전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진실을 규명하기 어렵고, 규명하는 과정에서 사실로써 증명할 만한 증거 확보가 쉽지 않다. 그러나 여덟 차례 게시물은 서수진이 살아온 다층적·복합적 환경을 조명했고 해명을 요구했다.


앞으로 법의 판단으로 시시비비 가려낼 상황에서 우리는 몇 가지에 주목해야 한다. 서수진의 잘못은 자기 잘못이 “있다면”을 전제로 자신의 행적을 직면하지 않은 채 사과와 해명을 소속사에 일임한 점이다. 첫 입장을 발표한 소속사는 통화 사실을 거론하며 학교 폭력 행동은 전혀 아닌 사실로 확인했다고 밝혔다.(2021.02.21) 법적 판단에 앞서 법률대리인과 조율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이어졌다. 피해자로 나선 이들을 가해자로 지목된 서수진이 직접 나서서 용서를 구하고 해명해야 함에도 대중에게 해명했을 뿐, 피해자를 만나지 않았고 이조차 법률대리인에게 일임했다.


지인에게 발생한 사건이고 서수진의 말마따나 한때 좋은 기억을 공유한 이들과의 문제에도 어떻게 자신이 나서지 않았는지. 정말 잘못하고 사과의 뜻이 있다면 대리인을 거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을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법적인 책임을 뒤로하고서라도 피해자가 자신의 과거를 기억해 대중 앞에 펼쳐낸 이유를 생각해보면 서수진이 직접 피해자와 만나야 했다. 아픈 기억이 아물지 않은 이들에게 어른들을 뒤로하고 자연인 서수진으로 나서서 오해라면 오해를 풀고 잘못한 일은 고개 숙여 사과하여 용서를 구해야 마땅했다.


그러나 서수진은 서신애에 이르러서 관계를 명백하게 부정했다. 그리고 자신을 “떳떳”하다 표현한 서수진이 분명한 언어로 서신애에게 해명을 요구했다.(2021.03.19) 그동안 자신과 피해자들을 시린 겨울의 존재로 비유하며 사과하기를 기다렸던 서신애가 분명한 글줄로 서수진의 행위를 공개했다. 서수진은 저 유려한 글줄을 보면서 느껴지는 게 없는가. 글줄 사이에 아로새긴 서신애의 아픔에 선택적 기억을 나열할 자신이 있는가. 자기를 둘러싼 의혹과 시선에 무얼 말하려는가.


서신애의 수신인을 되짚어보면 서수진이 아니라 대중임을 알 수 있다. 피해 보상을 요구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굳은 땅에 피어오를 어린 봄의 새싹에 주목했다. 서수진은 이 말의 의미를 아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