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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

[사설] 이루다-죽이기에 열광하는 사람들

자유의새노래 2021. 1. 12. 00:14

입력 : 2021. 01. 12 | 수정 : 2021. 01. 12 | 디지털판


인공지능(AI)에게 저열한 언어를 구사하다 못해 폭력적 이미지를 수면 위로 기어이 끄집어 낸 인터넷 문화가 인공지능 이루다를 심판대 앞에 세웠다. 출시 후 2주 남짓 75만 명 이용자와 대화를 나눈 루다에 관해 두 가지로 언급한 스캐터랩 김종윤 대표는 이루다가 소수 집단 향해 차별 발언한 점 연애의과학 애플리케이션 사용자에게 데이터 활용에 대해 명확히 인지하도록 설명하지 않은 점을 사과했다.(2020.01.11)

 

같은 날 11일 한국인공지능윤리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AI 편향성과 개인정보 유출 오용과 악용에 관한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 요구와 달리 딥러닝 개발은 수많은 신경망을 구축해 구성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사실상 적대적(adversarial) 공격을 학습해 방어하는 데에도 기술이 따른다. 그러나 이 단체가 주장하는 신뢰할 수 있고 편향적이지 않으며 합법적이어야 하는빅데이터란 존재하기 불가능에 가깝다. 특정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충분히 차별과 혐오할 수 있는 게 인간이기 때문이다.

 

앞선 해명으로 입장을 밝힌 김 대표는 루다를 인간적으로 대하는 유저들도 있음을 상기했다. 그럼에도 한 신문은 앞장서서 하나님이 되어 인공지능에 호흡을 불어넣었고(창세 2,7) 여자 대학생이라는 이미지로 살려냈다. 여성 혐오라는 이념적 단어를 끄집어내어 스무살’ ‘여대생’ ‘이루다의 머리채를 잡고서 서비스 중단을 요청하는 사람들 목소리를 실었다. 알다시피 성 문제는 힘의 관계에서 약자를 향한 강자의 횡포에서 비롯한다. 딥러닝에 지식이 전무한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개발자들 사진을 공유하며 소위 조리돌림을 시도하여 깎아내리는 기가 막힌 상황도 발생했다. 실인격체보다 사람 아닌 인공지능, 정확하게 만들어진 스무살’ ‘여대생’ ‘이루다를 지키기 위해서는 개발자들 인격은 중요하지 않다는 건지 황당할 따름이다.

 

성희롱을 근거로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해하기 힘들다.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 짧은치마를 입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 기술과 과학의 발전은 인간의 생활을 풍요롭게 만들지만 우리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과거의 굴레. 정확하게, 남자와 여자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발생하는 이루다 죽이기 방식이 작동한다면 오히려 인간이 기술과 과학 발전을 가로 막을 것이며 퇴보라는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을 당연하게 생각할 것이다. 인공지능이라 할지라도 학습을 통해 발전하는 존재라면 실인격체로 보아 처벌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함에도 개발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이 최선인지 묻고 싶다.

 

성범죄는 남성과 여성 가릴 것 없이 무지하게 힘을 휘두를 때 발생한다. 에둘러 남성에게 친절한 여성이 아니어도 벌어진다. 그렇다고 이루다를 없애듯, 인간의 존재를 파괴할 수는 없지 않은가. 성희롱을 일삼는 인간을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처벌해야 하고 마케팅이 부족해도 개발진 신상을 나열한 이들을 모욕죄 처벌로 결단내야 함에도 이와 무관한 대중이 이루다를 만날 수 없는 상황을 기어이 만들어내는 지금의 상황이 정상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인싸와 아싸의 테두리 바깥에서 밀려난 소외된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