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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여기는, 에트

벚꽃

 

길가에 버려져 주워서 당신에게 드렸을 뿐인데 교무실 한 자리, 물 담은 종이컵에 고이 둔 광경을 벚나무 꺾여서 이탈한 나뭇가지 바라볼 때마다 생각한다. 곧 시들어 사라질 아름다움이겠지만 지금, 여기 아름다움 발산하는 벚꽃에 주목한 당신의 시선이 그립다.

 

그 때는 사회과학서를 읽어보라던 말씀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하나의 학문 여러 언어로 번역된 책만을 고집하고 말았다. 수없는 철학자와 신학자가 손을 댄 문헌이란 사실을 깨닫고 그 때의 고집은 이미 사라지고 만 후였다. 다양함 속에서 살아가던 당신의 고언(苦言)을 가볍게 여긴 잘못이다.

 

까까머리로 등교해도 어색한 낯빛으로 바라보지 않았고, 대학 찾아 헤매어도 측은하게 보살피며 공동의 짐을 지우려 하였던 슬픔을 모를 수 있을까. 간학문(間學問)으로 이어지는 철학과 신학처럼 전() 세대와 후() 세대를 이으려 애를 쓴 그 분 어른이 보고 싶다.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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