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 11. 02 | 디지털판
받은 메시지에 희미하게 적힌 사진 속 이름을 하염없이 보았다. 화면에서 반짝이던 텍스트는 뒤로 가기와 함께 사라졌지만 뇌리에선 지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허공에서 떠오른 그 이름을 불렀다. 더는 그 이름은 응답하지 못하지만 그 이름을 불렀다. 응답이 없었다.
길 위에 보이는 걸어가야 할 남은 길에 집중하기 어려워 잠시간 뒤를 돌아보았다. 또 메시지가 왔다.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일까, 답장을 보내도 수신 받지 못하는 메시지를 하염없이 읽으며 멈춰 섰다. 탁한 공기처럼 자세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상처와 아픔이 그러져 있었다.
기가 막힌다는 내용의 제목과 함께 온 다음의 메시지엔 분노와 절망이 담겨져 있었다. 사진과 텍스트엔 익숙한 등장인물과 간략한 시놉시스가 포함되었다. 바통을 넘기고 이 글의 다음 내러티브를 이어가라는 소원이 긴 여백과 함께 장황하게 적혔다. 내리고 내리다 읽을 수 없었고.
다시 뒤로 가기와 함께 화면은 사라졌지만 잊히지 않은 이미지가 뇌리에 떠오를 즈음 마지막 메시지가 왔다. 어설픈 고맙다는 말과 함께 사랑하고 아낀다는 의지의 장문이다. 첨부된 사진 속엔 푸르른 정원을 부탁한다는 단문(短文)뿐이었다. 그리고 한 문장. ‘오랜 세월이 흘렀으니 더욱이’
‘나’라는 이름이 보낸 메시지에 답신을 하려고 했지만 더는 과거로 보낼 수 없다는 사실에 눈물을 흘렸다. 너를 도와줄 수 있었다면, 그렇게 놔두지는 않았을 텐데. 그러나 마지막 메시지에 담아 놓은 부탁대로 찾아간 정원을 찾았지만 뜻밖의 것들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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