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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문화/도서 이 책을 보고 활자를 배웠습니다: 『보기에도, 읽기에도 좋은 도서본문을 설정하는 32가지 방법』 보기에도, 읽기에도 좋은 도서본문을 설정하는 32가지 방법 윤고선 지음 | 채움북스 | 224쪽 | 2만7000원 한 번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글자와 글자 사이의 간격들 어느 정도 책 만들고 신문 제작하다 보면 아래아 한글과 인디자인이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글에선 자간만 줄여주면 되잖으냐 생각할지 모른다. 어절(語節) 사이 띄어쓰기만 조절하고 싶어 질 무렵 깨달음이 찾아온다. ‘인디자인에는 엄청난 기능이 있었구나!’ 균등배치나 그랩(grep)이 그렇다. 이 서평 이 책을 읽고 나면 문장과 문장, 형태소와 형태소 사이 미세한 간격에도 반응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세세하고 체계적인 인디자인 기능을 소개한 사이트가 그리 많지 않다. 어도비 설명서가 있다지만 딱딱한 문체가 눈앞을 가리고, 복합적 문제.. 2021. 5. 5. 19:00 더보기
문화/도서 아람이 같은 애가 싫다, 정말 싫다:『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황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쪽 | 1만1500원 모든 사람이 독고솜일 순 없다. 은연한 학교폭력 “멈춰!” 따위로 막아낼 수도 없다. 은연한 학교폭력이라 말했다. 대놓고 얼굴에 착한 사람 써 붙인 주인공은 드라마에서나 나온다. 따라서 힘없는 아이에게 세상만사 다 아는 척 ‘꼬마야 고독을 배워야 해’ 낯선 칼자루 쥐어주고 이겨내라 한들 아이는 두리번거릴 뿐이다. 이 소설은 학교 동료를 대하며 불편한 감정을 맞닥뜨린 여중생 김다현의 일상을 다룬다. 반 배정이 “죽을만한 일”(7)인지 “하루가 백년 같”(34,1)은 “우울한 날들”(36,1)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중생 다현에겐 “과민성대장증후군”(18,3)을 유발할 만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러시아·중국·일본·북한에 둘러싸인 한반도처.. 2021. 4. 30. 11:30 더보기
문화/도서 러블리즈 같은 별은 없다: 『밤을 들려줘』 입력 : 2021. 02. 28 22:20 | A21 밤을 들려줘 김혜진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68쪽 | 9500원 아이돌 그룹 세타나인 바라보는 네 명의 엇갈린 시선들 저서 ‘밤을 들려줘’는 아름답고 멋있게만 포장해온 아이돌 세계의 층위를 다양한 시각으로 그려낸다. 저자는 몇 년 지나면 그 의미가 완전히 바뀌거나 사라질 소재를 피해왔다. 원더걸스와 소녀시대, 핑클과 SES. 이름과 배경은 사람들 기억에서 낡아버려 사라졌지만 이들 바라보는 팬들의 동경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팬덤 기저에 있는 현상을 포착하는데 주력했다. 아이돌 세계는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아이돌이 살아가는 세계와, 그 살아가는 아이돌 세계를 동경하는 사람들의 세계. 두 세계가 다양한 층위를 만들어 팬덤의 다채로운 풍경.. 2021. 2. 28. 22:20 더보기
문화/도서 그 눈빛으로 바라봐줘, 솜이야: 『독고솜에게 반하면』 입력 : 2021. 02. 28 10:20 | A20 독고솜에게 반하면 허진희 지음 | 문학동네 | 232쪽 | 1만1500원 탐정 서율무가 추적한 여왕 독고솜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주인공 서율무가 탐정으로 나서게 한 계기였다. 고솜이의 교과서가 사라지고 사진에 구멍이 뚫리자 단태희가 벌였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수사하며 알아낸 정보들은 단 한 사람 단태희만 가리키지 않았고, 단태희 뒤에 서 있는 어른들을 지목한다. 마녀라는 별명을 가진 고솜이가 다시 학교로 돌아오자 알 수 없는 위기감을 느낀 여왕 단태희가 견제하는 내용으로 구성한 소설. 평범한 학교 폭력을 다루면서 아이들 세계라는 폭력 사이의 착시를 탐정인 서율무가 발견한다. 단태희는 서율무의 탐정 수사가 놀이라며 유치하다고 눈짓하지만 율무에게 탐.. 2021. 2. 28. 22:20 더보기
문화/도서 성경에도 대안은 쓰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구약을 본다: 『구약의 민주주의 풍경』 입력 : 2020. 02. 09 | 수정 : 2020. 02. 09 | 구약의 민주주의 풍경 기민석 지음 | 홍성사 | 192쪽 | 1만2000원 막연히 구약성서 시대를 생각하면 ‘고대’라는 단어를 사용해 온갖 언어적 술수로 당시 시대를 깍아내리는 습관을 가진다. 칼빈주의 5대 교리 중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인간 전적 타락’을 되뇌지만 총체적으로 인간의 인식은 진화하지 않으며 선악을 알게 하는 실과를 취하던 날부터 지금의 인간에 이르기까지 변함없는 죄인일 뿐이라고 고백한다. 하지만 인간 내면의 우월감은 타인을 존중하지 못하게 만들고 정복 대상으로 착각하게 한다. 그게 여성을 향해, 사회적 약자로 향한다. 구약성서 본문을 이용해 야곱과 아브라함은 부자였다는 논리로 성서를 해석하고 모든 이들은 부자가 .. 2020. 2. 9. 20:02 더보기
문화/도서 지그문트 바우만이라면 현대에 무엇을 건넸을까:『지그문트 바우만을 읽는 시간』 입력 : 2018. 10. 18 | 수정 : 2018. 10. 18 | B11 지그문트 바우만을 읽는 시간 임지현·기획회의 편집위원회 지음 | 북바이북 | 256쪽 | 1만6000원 ‘유동하는 근대’라는 독특한 용어를 남기고 떠난 지그문트 바우만(1925-2017). 그가 떠나고 만들어진 책. 불안에 떠는 현대인에게 바우만이라면 어떤 말을 건넸을까. 평전으로 시작해 시인과 기자, 출판평론가, 역사학자, 사회학자, 소설가 그리고 신학이란 영역에서 바라본 바우만의 현대인을 주목했다. 마지막 단원에선 바우만과의 가상 인터뷰도 있으니 흥미롭게 볼 수 있다. 2020. 2. 6. 21:40 더보기
문화/도서 청춘 아이돌에게 물어본 삶:『아이돌의 작업실』 입력 : 2018. 10. 18 | 수정 : 2018. 10. 18 | B11 아이돌의 작업실 박희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20쪽 | 1만3800원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고, 느낌도 다를 테지만 공통적인 특징이 없진 않을 것이다. 아이돌 웹진 ‘아이즈’ 박희아 기자 인터뷰다. 10대와 20대가 우러러 보는 이들의 삶은 어떨까, 묻고 답한다. 소속사로부터 하라는 대로만 움직인다 생각하면 곤란하다. 작업 툴을 직접 다루고 A&R팀과 상의해 앨범 콘셉트부터 안무와 파트 분배까지 아이돌이 다루기도 한다. 단지 예쁘고 멋지기 때문에 인기를 끈다고 생각하면 또 곤란하다. 이들은 성장하는 존재로 세상에 나왔다. 팬덤은 이들의 성장을 응원한다. 단 한 가지. 기자는 묻는다. 여성 아티스트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 2020. 2. 6. 21:39 더보기
문화/도서 단편 소설 일곱 그릇 드립니다:『7맛 7작』 입력 : 2018. 10. 18 | 수정 : 2018. 10. 18 | B11 7맛 7작 박지혜 외 6명 지음 | 황금가지 | 304쪽 | 1만2000원 “허기질 때 읽지 마시오.” 농담 아니다. 진짜다. 첫 장부터 감동이 즙처럼 흘러내린다. 음식에는 맛있는 냄새가 난다. 이 소설도 그렇다. 한입 베어 먹으면 흐르는 즙에 혹시나 흘릴까 걱정될 정도다. 미래에 발전할 3D프린터로 미역국을 만드는 건 어떤가. 어머니가 만들어준 미역국보다 프린터가 만들어준 미역국이 익숙한 시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기계도 따라하는 시대이건만. 주인공의 한 마디를 따라가 보면 인간만이 가능한 저편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기억 저편에 숨어버린 미역국 스토리에 첫 작품부터 빠져들지도. 2020. 2. 6. 21:39 더보기
문화/도서 그래도 지면 신문을 손에 놓지 않는다: 『23시 30분 1면이 바뀐다』 입력 : 2019. 04. 30 | 수정 : 2019. 06. 01 | 23시 30분 1면이 바뀐다 주영훈 지음 | 가디언 | 268쪽 | 1만3500원 새벽 3시 무렵, 조선닷컴에 지면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인터넷 검색에 A1, A25가 뜬다면 지면 기사가 맞다. 새벽 4-5시 사이면 툭하고 던져질 신문을 아침 7시에 보면서 궁금했다. ‘도대체 몇 시에 마감해야 내 손에 들릴까’ 지면에 담기에 신문은 한계라고 생각한다. 옳은 지적이다. 그 한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편집국은 발 빠르게 움직인다. 인터넷 기사는 모니터에 보이는 글자를 바꿔주면 끝나지만 활자는 고칠 수 없어 곤란하다. 그래서 다른 플랫폼과 달리 사실 관계를 엄격히 따져 다루어야 한다. 지면에 실린 내용으로 갑론을박 따지다 보면 정작 지면.. 2019. 5. 1. 22:27 더보기
문화/도서 순순히 어둠을 받아들이지 마오: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입력 : 2019. 03. 26 | 수정 : 2019. 04. 02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임세원 지음 | 알키 | 252쪽 | 1만3800원 “나는 통증으로 잠을 못 이뤘고, 신경 차단 주사도 안 먹혔다. 과거에 환자들이 ‘선생님은 이 병을 잘 몰라요’하면, 나는 속으로 ‘내가 잘 아는데 무슨 소리냐’며 발끈했다. 내가 겪으니 그런 게 다 후회됐다. 점점 불안과 우울감에 시달렸다. 거울 속에 비친 폐인(廢人) 같은 내 모습에 견딜 수 없었다.”1 임세원 전문의의 고백이다. 우울증을 향한 선입견은 우울증이 일반적 슬픔과 비슷하다는 오해에서 시작한다. 늘 그렇듯 사람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존재다. 의대 6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을 공부하고 국가에서 공인한 전문의 자격까지 취득했지만 .. 2019. 4. 2. 19:53 더보기
문화/도서 사랑의교회를 바라본 아들의 덤덤함은 잇지 못하고: 『왜 Why?』 입력 : 2019. 03. 02 | 수정 : 2019. 03. 02 | 왜 Why? 옥성호 지음 | 은보 | 224쪽 | 1만원 여러모로 한국교회는 살아남을 위기에 처했다. 지난 2017년 학원복음화협의회가 발표한 수치가 단순히 기독교인 대학생 중 20%만이 출석 중이라는 사실만을 가리키지 않기 때문이다. 여전히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에서 신뢰받지 않으며 심지어 시민단체보다 믿지 않는다는 사실엔 그만큼 공적(功績)을 쌓아온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부동산 투기와 목회자 세습, 조세 체계에 미온적 태도를 지니는 데엔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 관념 때문이다. 강박관념이 목회자에게만 머물지 않았다. 교회 내에선 알레고리 해석, 반동성애와 창조과학을 위시한 유사과학을 정론(正論)으로 받아들여.. 2019. 3. 2. 23:07 더보기
문화/도서 왜, 여전히 한나 아렌트인가: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 입력 : 2019. 01. 07 | 수정 : 2019. 01. 07 |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 리처드 J. 번스타인 지음 | 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0쪽 | 1만5300원 난민·악의 평범성·혁명정신으로 본 한나 아렌트 생각해보면 아렌트는 난민이었다. 미국에서 시민권을 취득하기 전까지 무려 18년 동안 무국적 신분으로 지냈다. 독일계 유대인으로 태어난 아렌트가 나치 전체주의를 피해 난민이 된 해가 1933년이다. 시온주의자를 돕다 8일간 구속된 아렌트는 프랑스로 망명했고 독일과 전쟁 중인 프랑스 정부가 적국 출신 외국인 수감 명령을 내려 포로수용소에 수감됐다. 만일 귀르(Gurs) 수용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아렌트는 아우슈비츠에서 죽음을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철학자 번스타인은 발터 벤야민.. 2019. 1. 8. 13:13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