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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63

직관적으로 슬픔을 말하는, 그래서 벗어나고픈:『다정한 마음으로』 다정한 마음으로 박영란 지음 | 서유재 | 220쪽 | 1만1000원 슬픔을 말하지 않고도 슬픔을 묘사할 수 있을까. 읽는 동안 두 번이나 그만 읽고 싶었다. 재미가 없는 건 그렇다 해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수능 볼 나이의 여고생이 산에 올라간다는 소재만으로도 신박했지만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다. 산에 힘겹게 오르기까지의 과정도 아니다. 금세 산에 오르고 내려가는 내용이 전부다. 하나도 궁금하지 않고 재미도 없는 대화와 독백이 이어지다 끝자락에선 졸음마저 몰려왔다. 그 무렵 주인공 다정이가 왜 산에 오르는지 드러난다. 드러나는 방식이 명백해서 어색함마저 느껴진다.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을 말하려는 건 알겠다. 그러나 소설로 말할 수 있는 문법인지 의문이 들었다. 가공한 결과가 지루함과 무의미한 반복으로 보.. 2022. 4. 7. 19:00
[마음 속 그 사람] 도진희, 너는 나에게 ‘아픈 손가락’이다:『첫사랑 라이브』 첫사랑 라이브 조규미 지음 | 창비 | 188쪽 | 1만2000원 다섯 주인공보다 혹독했을 어른으로 자라가던 도진희 지금을 견뎌내는 네가 좋아 진희라면 어떻게, 진희라면 무엇으로, 진희라면 누구와. 이 난국을 타파할지 궁금했다. 기대와 달리 일들이 술술 풀려서 아쉬웠지만. 이제 1학년일 여고생에게 많은 걸 기대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 애 모르게 마음 한 자리 차지한 지평이를 대하던 서툰 감정에 머물렀다. 언제부터 그 애가 내 마음에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그 애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 애한테 다가온 여자애는 어떤 사이일까. 그 애 마음에 내가 없으면 나라도 멀어져야 하는 걸까. 다 아는 것 같아도 모르는 문제 앞에서 쩔쩔매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손에 쥔 것 같아도 펼쳐 보면 아무 것 가지잖은 초.. 2022. 4. 3. 20:55
바리새인신자 가나안신자 이제는… ‘주권신자’ 시대: 『대형교회와 웰빙보수주의』 대형교회와 웰빙보수주의 김진호 지음 | 오월의봄 | 268쪽 | 1만6000원 김진호 신학자 눈에는 이상하게 보였다. 한국교회 성장이 멈췄음에도 연이어 대형교회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 교회들은 새롭게 신자를 받아들여 성장하지 않았다. 교회에서 교회로 이동해 뭉친 이른바 ‘수평이동신자’로 성장했다. 교인들은 경제력을 갖추었다. 따라서 강남권에 포진한다. 목사는 카리스마로 권력을 행사하기보다 계몽적 리더십을 구사한다. 자기계발·활발한 인간 네트워크·결혼시장을 갖춘 대형교회에서 웰빙을 찾는다. 저자는 ‘후발(後發)대형교회’라 이름 짓는다.7-80년대 전국적으로 등장했던 선발대형교회는 대개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빈민층 새 신자로 이뤄진다. 담임목사의 독단적 리더십에서 보듯,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절 한국 .. 2021. 10. 25. 19:00
이 책을 보고 활자를 배웠습니다: 『보기에도, 읽기에도 좋은 도서본문을 설정하는 32가지 방법』 보기에도, 읽기에도 좋은 도서본문을 설정하는 32가지 방법 윤고선 지음 | 채움북스 | 224쪽 | 2만7000원  한 번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글자와 글자 사이의 간격들 어느 정도 책 만들고 신문 제작하다 보면 아래아 한글과 인디자인이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글에선 자간만 줄여주면 되잖으냐 생각할지 모른다. 어절(語節) 사이 띄어쓰기만 조절하고 싶어 질 무렵 깨달음이 찾아온다. ‘인디자인에는 엄청난 기능이 있었구나!’ 균등배치나 그랩(grep)이 그렇다. 이 서평 이 책을 읽고 나면 문장과 문장, 형태소와 형태소 사이 미세한 간격에도 반응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세세하고 체계적인 인디자인 기능을 소개한 사이트가 그리 많지 않다. 어도비 설명서가 있다지만 딱딱한 문체가 눈앞을 가리고, 복합적 문제.. 2021. 5. 5. 19:00
아람이 같은 애가 싫다, 정말 싫다:『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황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쪽 | 1만1500원 모든 사람이 독고솜일 순 없다. 은연한 학교폭력 “멈춰!” 따위로 막아낼 수도 없다. 은연한 학교폭력이라 말했다. 대놓고 얼굴에 착한 사람 써 붙인 주인공은 드라마에서나 나온다. 따라서 힘없는 아이에게 세상만사 다 아는 척 ‘꼬마야 고독을 배워야 해’ 낯선 칼자루 쥐어주고 이겨내라 한들 아이는 두리번거릴 뿐이다. 이 소설은 학교 동료를 대하며 불편한 감정을 맞닥뜨린 여중생 김다현의 일상을 다룬다. 반 배정이 “죽을만한 일”(7)인지 “하루가 백년 같”(34,1)은 “우울한 날들”(36,1)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중생 다현에겐 “과민성대장증후군”(18,3)을 유발할 만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러시아·중국·일본·북한에 둘러싸인 한반도처.. 2021. 4. 30. 11:30
러블리즈 같은 별은 없다: 『밤을 들려줘』 입력 : 2021. 02. 28  22:20 | A21  밤을 들려줘 김혜진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68쪽 | 9500원 아이돌 그룹 세타나인 바라보는 네 명의 엇갈린 시선들 저서 ‘밤을 들려줘’는 아름답고 멋있게만 포장해온 아이돌 세계의 층위를 다양한 시각으로 그려낸다. 저자는 몇 년 지나면 그 의미가 완전히 바뀌거나 사라질 소재를 피해왔다. 원더걸스와 소녀시대, 핑클과 SES. 이름과 배경은 사람들 기억에서 낡아버려 사라졌지만 이들 바라보는 팬들의 동경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팬덤 기저에 있는 현상을 포착하는데 주력했다.아이돌 세계는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아이돌이 살아가는 세계와, 그 살아가는 아이돌 세계를 동경하는 사람들의 세계. 두 세계가 다양한 층위를 만들어 팬덤의 다채로운 풍.. 2021. 2. 28. 22:20
그 눈빛으로 바라봐줘, 솜이야: 『독고솜에게 반하면』 입력 : 2021. 02. 28  10:20 | A20 독고솜에게 반하면 허진희 지음 | 문학동네 | 232쪽 | 1만1500원탐정 서율무가 추적한 여왕 독고솜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주인공 서율무가 탐정으로 나서게 한 계기였다. 고솜이의 교과서가 사라지고 사진에 구멍이 뚫리자 단태희가 벌였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수사하며 알아낸 정보들은 단 한 사람 단태희만 가리키지 않았고, 단태희 뒤에 서 있는 어른들을 지목한다. 마녀라는 별명을 가진 고솜이가 다시 학교로 돌아오자 알 수 없는 위기감을 느낀 여왕 단태희가 견제하는 내용으로 구성한 소설. 평범한 학교 폭력을 다루면서 아이들 세계라는 폭력 사이의 착시를 탐정인 서율무가 발견한다. 단태희는 서율무의 탐정 수사가 놀이라며 유치하다고 눈짓하지만 율무에게 탐.. 2021. 2. 28. 22:20
성경에도 대안은 쓰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구약을 본다: 『구약의 민주주의 풍경』 입력 : 2020. 02. 09 | 수정 : 2020. 02. 09 |  구약의 민주주의 풍경 기민석 지음 | 홍성사 | 192쪽 | 1만2000원 막연히 구약성서 시대를 생각하면 ‘고대’라는 단어를 사용해 온갖 언어적 술수로 당시 시대를 깎아내리는 습관을 가진다. 칼빈주의 5대 교리 중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인간 전적 타락’을 되뇌지만 총체적으로 인간의 인식은 진화하지 않으며 선악을 알게 하는 실과를 취하던 날부터 지금의 인간에 이르기까지 변함없는 죄인일 뿐이라고 고백한다. 하지만 인간 내면의 우월감은 타인을 존중하지 못하게 만들고 정복 대상으로 착각하게 한다. 그게 여성을 향해, 사회적 약자로 향한다. 구약성서 본문을 이용해 야곱과 아브라함은 부자였다는 논리로 성서를 해석하고 모든 이들은 부자.. 2020. 2. 9. 20:02
지그문트 바우만이라면 현대에 무엇을 건넸을까:『지그문트 바우만을 읽는 시간』 입력 : 2018. 10. 18 | 수정 : 2018. 10. 18 | B11 지그문트 바우만을 읽는 시간 임지현·기획회의 편집위원회 지음 | 북바이북 | 256쪽 | 1만6000원 ‘유동하는 근대’라는 독특한 용어를 남기고 떠난 지그문트 바우만(1925-2017).그가 떠나고 만들어진 책. 불안에 떠는 현대인에게 바우만이라면 어떤 말을 건넸을까.평전으로 시작해 시인과 기자, 출판평론가, 역사학자, 사회학자, 소설가 그리고 신학이란 영역에서 바라본 바우만의 현대인을 주목했다.마지막 단원에선 바우만과의 가상 인터뷰도 있으니 흥미롭게 볼 수 있다. 2020. 2. 6. 21:40
청춘 아이돌에게 물어본 삶:『아이돌의 작업실』 입력 : 2018. 10. 18 | 수정 : 2018. 10. 18 | B11 아이돌의 작업실 박희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20쪽 | 1만3800원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고, 느낌도 다를 테지만 공통적인 특징이 없진 않을 것이다.아이돌 웹진 ‘아이즈’ 박희아 기자 인터뷰다. 10대와 20대가 우러러 보는 이들의 삶은 어떨까, 묻고 답한다.소속사로부터 하라는 대로만 움직인다 생각하면 곤란하다. 작업 툴을 직접 다루고 A&R팀과 상의해 앨범 콘셉트부터 안무와 파트 분배까지 아이돌이 다루기도 한다.단지 예쁘고 멋지기 때문에 인기를 끈다고 생각하면 또 곤란하다. 이들은 성장하는 존재로 세상에 나왔다. 팬덤은 이들의 성장을 응원한다.단 한 가지. 기자는 묻는다. 여성 아티스트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데엔 실.. 2020. 2. 6. 2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