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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새노래 디지털판868

정민규 목사의 스캔들이 준 아케다 교훈:『나쁜 하나님』 입력 : 2017. 11. 07 | 수정 : 2018. 10. 08 | 나쁜 하나님 주원규 지음 | 새움 | 312쪽 | 1만3800원 도코모토 일식집에 모인 중년 남성들. VVIP룸에서 여성을 사이에 끼고, 성적 행위를 하고 있다면 어떤 집단이라고 생각할까. 놀랍게도 율주교회 장로회와 담임목사 이야기다. 미국 뉴욕 한인교회 담임목사로 일하던 정민규 목사가 14년 만에 한국 율주에 돌아와 율주제일교회 담임목사로 청빙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 ‘나쁜 하나님’은 다소 자극적인 소재를 담고 있다. 시무(始務)하던 교회에서 맨해튼음대 최연소 박사 출신인 김연주와 스캔들이 벌어지면서 끝내 모든 걸 잃고 한국으로 건너왔다. 그것도 교회에서, 아내에게 발각이 됐으니, 그 충격에 대한 상상은 독자의 몫이다. ◇스캔.. 2018. 10. 8. 21:44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그 편의점 아저씨입니다.”: 『매일 갑니다, 편의점』 입력 : 2018. 10. 03 | 수정 : 2018. 10. 08 | 지면 : 2018. 12. 18 | B8-9 매일 갑니다, 편의점 봉달호 지음 | 시공사 | 276쪽 | 1만4000원 하나 둘, 바뀌어 간다. 어제까지만 해도 ‘슈퍼마켙’이던 가게가 편의점으로 바뀌었다. 파리채를 들고 슈퍼마켙을 지키던 할머니 할아버지가 생각나면 옛날 사람 취급받는 이 시대에 젊은 알바생의 편의점은 일상이 되고 말았다. 편의점은 내게 토요일 밤 야식을 제공해 준 곳이고, 상근으로 군복무하는 동안 따뜻한 커피를 건넨 고마운 곳이기도 하며, 초등학교에서 알바하는 동안 초딩(?) 동지들에게 초코에몽을 선사해 하나 되게 만든 장소다. 주로 편의점 점주를 평가(?)하며 그들을 의식하던 입장에서, 거꾸로 점주가 손님을 의식한다.. 2018. 10. 8. 21:40
용서라는 물음. 용서는 가능한가: 『용서에 대하여』 입력 : 2018. 10. 05 | 수정 : 2018. 10. 07 | 지면 : 2018. 12. 18 | B8-9 용서에 대하여 강남순 지음 | 동녘 | 264쪽 | 1만2600원 분노를 버려야만 용서가 가능하다며 진정성을 논하곤 한다. 하지만 막 달아오른 분노를 어떻게 처리하겠는가. 우리 모두가 편해져야 한다며, 귀찮다는 이유를 포장해 용서하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너만 조용히 하면, 입 다문다면 아무 문제없다고 감정 상태를 터부시한다. 팔짱 낀 용서자를 통해서도 말이다. 용서 받는답시고, 무릎 꿇은 사람 앞에서 ‘내가 너의 죄를 용서하노라’ 선언하듯 서 있는 모습에서 의문이 들었다. ‘저게 용서라고?’ 물론 이 책은, 명쾌한 용서 방법을 다루진 않았다. ‘별 거 없네’하며 이 책을 덮어버린다면, 이제.. 2018. 10. 8. 21:30
[교회 安 이야기] 율법과 냉대 입력 : 2018. 10. 02 | 수정 : 2018. 10. 02 | 지면 : 2018. 12. 18 | A21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 이야기(요한 8,1-11)를 접하며, 늘 우리는 두 가지에 주목했다. 첫째, 예수가 몸을 굽혀 땅에 쓴 것이 무엇인지. 둘째는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는다. 가서, 이제부터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하신 예수의 말에 ‘여인은 또 죄를 지었을까’하는 문제. 흔히 예수가 한 말, “너희 가운데서 죄가 없는 사람이 먼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7)”를 가지고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너희 가운데서 하드디스크에 야동 없는 자가 이 자에게 돌을 던지라”며. 물론 나도 이런 농담을 즐겨 사용하곤 했다. 몇 년 전, 요한복음서를 읽다가 문뜩 간음한 여인은 또 죄를 지었을까, 하는 질.. 2018. 10. 2. 17:22
[다시 쓰는 은혜사] <5> 무너진 공간. 서서히 빗장을 연다는 건 입력 : 2018. 09. 16 | 수정 : 2018. 09. 17 | A26 다시 쓰는 恩惠史, 교회편: 나는 어디로 가나  스스로도 참담함을 느껴,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몰랐다. “네가 왜 거기 있느냐!” “목사님… 오고 싶어서 온 건 아니고, 가자고…” 영적 전쟁에서 졌다는 듯, 참패한 얼굴로 고개 숙이며 통화를 마쳤다. 1시간 소요된 것으로 기억한다. 비를 맞는 자신을 그려 보라기에 거대한 동그라미에 빛이 퍼져가듯 줄을 그어 놓고 “하늘에서 바라 본 거예요.” 퉁명스레 대답한 병원에서 낯익은 이질감을 느꼈다. 이질감은 교회에서 자주 느끼곤 했다. 네 차례 교회를 나온 걸로 기억한다. 쓰나미 같던 방송 일에 좌절을, 말 안 듣고 개기는 주일학교 보조교사에 분노를, 삭히고 삭혀 감정 처리 방법을 몰라.. 2018. 9. 17. 12:22
[다시 쓰는 은혜사] <4> 인간성의 상실, 그 언저리에서 입력 : 2018. 09. 09 | 수정 : 2018. 09. 10 | A30 다시 쓰는 恩惠史, 교회편: 나는 어디로 가나  하교 중이었다. 뭐라고 말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 평소처럼 놀려대는 말이었는데, 그 평소가 지윤이에겐 평소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갑자기 뒤를 돌아보자 째려봤고, 움찔!해진 나머지 저미어든 아픔을 그제야 깨달았다. 미안하단 말도 하지 못했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에 더는 다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지윤이를 좋아했다. 단순히 좋아한다는 언어로 표현하지 못할 감정적 무언가를 느꼈고, 뒤늦게 알아차렸다.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고등학교에 입학해 밤 10시까지 채워야 했던 첫 야간자율학습은 곤욕이었다. 평소처럼 점심.. 2018. 9. 10. 00:39
하느님, 주님께로 가는 길이 멉니다 입력 : 2018. 09. 08 | 수정 : 2018. 09. 09 | B13 서울, 희망여행    장대비가 쏟아졌다. 확 내렸다가 금방 그칠 기세는 아니었다. 향린과 영락교회로 향하려다 피신해야했다. 예상과 달랐다. 명동성당을 마지막에 오려고 했는데……. 생각과 달리 여의도 순복음교회보다 명동성당에 자주 방문한다. 예배 시간이 아니면 대성전 문은 굳게 닫히기 때문이다. 개신교회보다 가톨릭교회는 교회 문을 활짝 열어 둔다. 그래도 피곤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다지만 하루 종일 걷느라 피곤이 쌓인 모양이다. 명동성당 지하에 위치한 1898에서 레모네이드를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레모네이드 한 잔은 5분 만에 3분의 2가 줄어들었다.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날씨누리를 보았다. 오후 3시부터는 다시금 ‘구름.. 2018. 9. 9. 18:16
죽음과 현실의 경계 앞에서, 바라본 마르크 샤갈 특별전 영혼의 정원 展 입력 : 2018. 09. 09 | 수정 : 2018. 09. 09 | B12 서울, 희망여행  교과서에서 마냥 바라본 샤갈은 재미없고, 딱딱하며 알 수 없는 이상한 그림을 그리던 화가에 불과했다. 이제야 고통이 무엇인지, 악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느껴가며 새롭게 샤갈을 느꼈다. “우리 인생에서 의미를 주는 단 하나의 색은 사랑의 색깔이다.”(샤갈, 내 영혼의 빛깔과 시, 2004) 이 한 문장이, 교과서 속 샤갈. 그리고 인간으로서 드러난 샤갈과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미술 전공이 아닐뿐더러 유대 계 독일 학자들을 좋아한 나머지 샤갈과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이 여행 이름을, ‘서울, 희망여행’으로 정한 것도 샤갈 덕분이다. 사람을 평가한다는 게, 얼마나 어리석고 잔인한 일인가. 그럼에도 이 문장은.. 2018. 9. 9. 18:08
[다시 쓰는 은혜사] <3> 한 여름의 침묵 입력 : 2018. 09. 05 | A26 다시 쓰는 恩惠史, 교회편: 나는 어디로 가나  교회를 나오고 1년 9개월 4일만이었다. 도서관에서 알바하느라 여념 없던 작년 여름, 뜬금없이 교회 사모에게 연락이 왔다. 고민도 않은 채 곧장 받았다. 받으리라 상상 못했다는 듯, 한 마디 던졌다. “어? 전화는 받네?”* 한 시간 가량 통화한 걸로 기억한다. 그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무슨 이유로 교회를 나왔는지. 앞으로 무얼 하며 지낼 건지. 어느새 교회에 나라는 존재가 금기시 되고, 집단 기억에서 소거되었음을 느꼈다. 살아있는 존재를 두고 죽은 존재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라. 흥분과 설렘을 안고 신학교에 입학해 매일 밤 8시부터 10시까지 기도했다. 아무도 없던, 척박한 곳에서 헤쳐나갈 가냘픈 자아를.. 2018. 9. 5. 15:33
건축아카이브 상설展으로 향한 첫 걸음 입력 : 2018. 09. 01 | 수정 : 2018. 09. 02 | B12  서울, 희망여행  월화수목금. 노동으로 둘러 싼 몸이 토요일 새벽 6시 30분, 알람에 반응했다. 놀라웠다. 어제까지도 몸을 굴려댔지만 여행 날이 되자 일어나다니. 피곤하긴 했지만 워낙 개운해, 피곤함을 이겨버렸다. 샤워하고, 짐을 챙겼다. 얼마 되지 않은 간단한 짐을 메고 KTX에 몸을 실은 시간이 오전 8시. 조요한 차창 밖을 내다보며 1시간 만에 도착한 서울역에 9시가 되어서야 발을 디뎠다. 2018. 9. 2. 1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