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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새노래 디지털판1059

[지금,여기] 여자애 앞에 서서 조용히 생각했다:「시대유감展」① ‘나는 낡았구나.’ 더는 낡지 않게 바꾸고 싶었지만 뭘,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를 몰랐다. 후배와 지하상가를 방문했다. 차 밀리던 저녁 늦게 도착해 새로 입은 파란 니트 입은 내 모습을 살폈다. 그간 나를 꾸밀 줄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말없이 옷가지를 골라주던 후배 얼굴을 떠올렸다. 옷만 바꿔 입는다고 될 문제가 아니었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했다. 그 밤 어수룩한 맵시를 깨달아 낡았다고 생각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음을 알아차렸다. 여자애 앞에서 수줍게만 서 있던 내게 수식어는 뻔했다. 착하다는 말과 성실하다는 말이 더는 기분 좋은 말이 될 수 없는 상황에서 거무튀튀한 무채색의 조선일보와 성경책은 나를 상징하는 색깔이다. 노래도 조악한 10년 전 곡들뿐이니 화사한 파스텔 풍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 2021. 5. 5. 19:57
이 책을 보고 활자를 배웠습니다: 『보기에도, 읽기에도 좋은 도서본문을 설정하는 32가지 방법』 보기에도, 읽기에도 좋은 도서본문을 설정하는 32가지 방법 윤고선 지음 | 채움북스 | 224쪽 | 2만7000원  한 번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글자와 글자 사이의 간격들 어느 정도 책 만들고 신문 제작하다 보면 아래아 한글과 인디자인이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글에선 자간만 줄여주면 되잖으냐 생각할지 모른다. 어절(語節) 사이 띄어쓰기만 조절하고 싶어 질 무렵 깨달음이 찾아온다. ‘인디자인에는 엄청난 기능이 있었구나!’ 균등배치나 그랩(grep)이 그렇다. 이 서평 이 책을 읽고 나면 문장과 문장, 형태소와 형태소 사이 미세한 간격에도 반응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세세하고 체계적인 인디자인 기능을 소개한 사이트가 그리 많지 않다. 어도비 설명서가 있다지만 딱딱한 문체가 눈앞을 가리고, 복합적 문제.. 2021. 5. 5. 19:00
[지애문학] 창세기 설화: 분노(憤怒) ‘왜 요즘 교회에 안 나와요?’ 이렇게 물어볼 때마다 뜻밖의 대답을 마주한다. 모순. 교회에서 가르치는 가치와 사회에서 생활하며 부딪치는 모순 앞에 쓰러지는 청년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려온다. 돌아오지 않을 당신에게 정직한 답변으로 돌려드리지 못한 부끄러움이 그렇게 만든다. 일요일 저녁이면 업무를 마치고 어깨에 몸을 기댄다. 이제는 누가 들어오든 아랑곳 하지 않는다. 끝 보지 못했던 카톡 심방*을 이어간다. 나른해진 동공에도 엄지손가락 움직임이 끊이질 않자 스마트폰 낚아챈 동료가 묻는다. *심방(尋訪)  교회의 교직자가 교인에게 연락과 방문을 통하여 안부를 묻고 신앙 상태를 점검하는 일. “안 쉴 거야?” 아직도 안 끝났는걸. 계속해서 일만한다고 어떻게 잊혀지겠어 나도 모르진 않는데 좀 쉬엄쉬엄 해 걱.. 2021. 5. 2. 19:05
[지애문학] 창세기 설화: 음욕(淫慾) 비공개 기사입니다. 2021. 5. 2. 19:00
아람이 같은 애가 싫다, 정말 싫다:『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황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쪽 | 1만1500원 모든 사람이 독고솜일 순 없다. 은연한 학교폭력 “멈춰!” 따위로 막아낼 수도 없다. 은연한 학교폭력이라 말했다. 대놓고 얼굴에 착한 사람 써 붙인 주인공은 드라마에서나 나온다. 따라서 힘없는 아이에게 세상만사 다 아는 척 ‘꼬마야 고독을 배워야 해’ 낯선 칼자루 쥐어주고 이겨내라 한들 아이는 두리번거릴 뿐이다. 이 소설은 학교 동료를 대하며 불편한 감정을 맞닥뜨린 여중생 김다현의 일상을 다룬다. 반 배정이 “죽을만한 일”(7)인지 “하루가 백년 같”(34,1)은 “우울한 날들”(36,1)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중생 다현에겐 “과민성대장증후군”(18,3)을 유발할 만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러시아·중국·일본·북한에 둘러싸인 한반도처.. 2021. 4. 30. 11:30
[지애문학] 체벌 비공개 기사입니다. 2021. 4. 28. 02:20
[지애문학] 하고 싶다고 진짜 아이고, 우리 진유! 하고서 반겨주실 줄 알았다. 같은 교회 다니는 집사님을 엄마 앞에서 만나게 될 줄은 상상정돈 해봤지만 이렇게 급작스레 마주할 줄은 몰랐다. 교복 입은 시절 성실하게 교회 오가다가 대학 진학과 함께 쓸려나간 이후 한 번도 뵙지를 못했다. 그렇게 10년, 나보다 작은 키에 여전히 적당하게 자글자글한 주름살 건조한 눈매 푸석한 입술. 한복 곱게 차려입고서 생기롭게 주보 건네던 분위기만 달랐을 뿐 분명히 정겨운 얼굴을 뵈니 마음은 즐거웠다. 예뻐졌다는 말에서부터 어른다워졌다, 결혼할 나이잖느냐는 말까지 기어이 무슨 일하고 있다며 말하기 전까진 식은땀조차 생각할 겨를 없이 정수기 물 한잔 겨우 마실 수 있었다. “저어기 자유의새노래 편집국에서 일하고 있어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니라서.. 2021. 4. 27. 21:46
[바로잡습니다] 여자 아이돌 에이프릴 이나은 관련 기사에서 지난 12월2일 자 C2면 ‘[비파와 소고] TV 드라마 대신 ‘에이틴’을 봅니다’ 제하 기사에서 여자 아이돌 에이프릴 이나은 씨 사진을 인용하여 보도한 바 있습니다. 2월28일 에이프릴 전(前) 멤버 이현주 씨 동생이 커뮤니티를 통하여 에이프릴 그룹 내 집단 괴롭힘 정황을 공개하여 법적인 판단이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 오늘 자정 넘어 이현주 씨가 처음 소셜미디어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심야에 에이프릴 멤버 김채원과 양예나 씨가 반론을 제기하였습니다. 본지는 소속사의 공식 입장이 아닌 에이프릴 멤버의 성명 방식에서 멤버들의 선택적인 반론에 문제의식을 느껴 가해자로 지목된 이나은 씨로 인용한 사진을 삭제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인용방식으로 사진을 넣어 편집하는 과정은 신문에서 보도하는 중요.. 2021. 4. 18. 16:12
[지애문학] 내 이름 어디에도 집단 감염을 보도하는 데가 없었다. 다양한 사건들이 사람들 기억에서 코로나 세 글자를 밀어냈고, 발병하고 정확히 2년하고도 반년이 지나서야 다른 뉴스들로 뒤덮였다. 뉴스로 뉴스를 덮는다, 이거 현실 정치에서도 유용하겠지만 여자와 남자 사이 관계에서도 무척이나 유효하다. 오늘처럼 적당히 쓴 알콜로도 애매한 기운을 덮기가 어렵다면 말이다. 한 달이 지나도 응답 없음 유지하던 우리 관계도 잠시 주춤하는 건지 영원히 멀어지는 건지. 발걸음도 주춤했다. 지하철 환승 통로 한 편에 마련한 전시회에 다다른 직후였다. 익숙한 전신의 찰리 채플린이란 점 때문만이 아니었다. 머리에서 분리된 얼굴, 부르튼 발에서 벗겨진 신발, 천사의 날개를 겨드랑이에 끼운, 누구라도 느낄 수 있는 마르크 샤갈 냄새. 웃고는 있지만.. 2021. 4. 7. 21:06
[지애문학] 기억을 기억하는 이유 각이진 턱에서 돋아나는 입가의 주름 그 입에서 쏟아지는 무책임한 단어들. 몇 년이 지나도 여전했다. “얼마만이죠?” “그러게요. 마주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요. 호호.” 새신자환영회실 지나쳐 곧바로 12교구 담당 전도사와 바쁘게 걷는 걸 특권처럼 생각하던 이 분위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했다. 도착한 상담실에선 그 여러 해 동안의 회포가 이어졌다. “이 교회 저 교회 전전하고 교구장까지 해봐도, 우리 교회 만하지는 않더만. 시설 좋지, 목사님 좋지, 성도들 좋지, 분위기 어때, 신앙심도 이만한 데가 없다고.” “네.” 어처구니없고 기가 막힐 때마다 나오는 특유의 표정을 잘 안다. 살짝 고개를 기울어 다문 윗입술로 아랫입술 닫아줄 때 발생하는 무표정. 마구 휘갈겨 적는 종이 위엔 정자로 인쇄된 교적 전입처.. 2021. 4. 7.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