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제목에 심어놓은 ‘조선일보의 의도’ 편집자의 윤리를 묻는다:『이런 제목 어때요?』

2024년 12월 09일
이런 제목 어때요?최은경 지음 | 루아크 | 232쪽 | 1만7000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만천하에 알려지고 다음 날 조선일보 사설 제목은 단 네 글자였다. ‘부끄럽다’ 조선일보와 박근혜를 분리하고 국민과 조선일보를 이입시키는 유체이탈 화법도 놀라웠지만, 내가 정말 놀란 건 단문이었다. 조선일보는 단 네 글자로 부끄러움을 더욱 부끄럽게 만들었다. 2012년 3월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현장 조사 차 방문한 일이 있었다. 공정위 조사관들이 신분을 밝히고 건물에 들어가려 했으나 출입을 50분 동안 가로막았다. 그새 삼성은 관련 자료를 통째로 폐기했고 책상과 서랍장을 바꿔 조사 대상 직원의 컴퓨터를 새것으로 바꿔치기한 게 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다음 날 조선일보 사설 제목은 이랬다. ‘삼성 눈에는 이 나라 법은 법같이 보이지 않는가’ 가끔 조선일보 기사와 사설 제목을 보면 ‘심판자 조선일보’의 우스운 태도가 느껴진다. 조선일보의 제목은 언제나 강렬하지만 그 의도를 들여다보면 권력에 대한 적나라한 태도를 가늠할 수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다음 날 신문은 제각각 1면 제목을 다채롭게 달았다. ‘”어찌 됐든 사과” 140분 맹탕 회견’ ‘고개만 숙였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맹탕, 고개만 숙였다고 비판했다. ‘’김건희 의혹’ 부인한 윤, 특검 거부’ 동아일보는 고집부리는 윤석열을 강조했다. ‘아내 처신 머리 숙이고 의혹 앞엔 고개 숙였다’ ‘윤 고개 숙였지만, 의혹엔 고개 저었다’ 국민일보와 한국일보는 대통령의 사과와 의혹에는 고개를 저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조선일보만 달랐다. ‘“저와 아내 처신 올바르지 못해 사과드린다”’ 마치 윤석열이 정중하게 국민 앞에 사과하는 내용으로 제목을 단 것이다. 도대체 의도가 무엇인가.

좁은 사고방식의 그런 지구, 정복할 이유라도?:『우리 미나리 좀 챙겨 주세요』

2024년 11월 18일
우리 미나리 좀 챙겨 주세요듀나 지음 | 창비 | 80쪽 | 1만원 한 번 읽고는 도통 이해하지 못했다. 웹사이트 이곳저곳을 뒤져야 했다. 간단한 도식을 보고 나서야 또 하나의 편견이 깨지고 말았다. 인간과 비(非)인간의 구분 말이다. 메카 공룡인 당근이를 괴롭히는 십 대 중반의 남자아이들과 따돌림을 당하는 기분의 진짜 공룡과 가짜 공룡의 구분은 차별적인 지구별의 행태를 폭로한다. 차별의 문제는 지구에서 사는 인간의 오랜 문제다. 언제나 차별은 존재했고 어디에서나 차별은 작동했다. 작가가 SF 장르를 통해 차별을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좀 더 상상력을 가동해 보았다. 바로 메가 공룡과 생물학적 공룡의 차이를 구분하는 게 어리석은 일인 만큼 인간과 비인간의 구분 또한 다르지 않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었을까. 어쩌면 손바닥만 한 지구에서 우열을 가리는 일이란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인간의 공격성은 생존을 위해 진화했다. 차별이란 근거도 생존 본능의 한 증거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가 목도하는 차별이란 칼날의 끝은 언제나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작가는 공존을 택한 게 아닐까. 나는 이 지점에서 작은 별 퍼피레드가 생각났다. 끝내 공멸하고 만 또 하나의 세계, 그 세계를 돌이켜보면 멸망은 필연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서로를 향한 핀잔과 조롱, 절망이 뒤섞인 공간, ‘우리끼리’라는 차별과 남의 인생이나 어림잡는 편견이 난무하는. 끝끝내 돈이 없어 파괴되어 버린 마지막 자본주의적 결말까지도. 그런 사람들만 지구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유현준 건축가의 말처럼 만일 인공지능이라면 이런 좁은 사고방식을 가진 인간의 지구를 떠나 살지 않을까. 굳이 인간을 죽여가면서 지구를 가져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굳이 그런 인간들과 마주하며 퍼피레드 할 이유는 무엇일까.

가면 껴도 변함없이 우울하고 불안한 삶:『가면생활자』

2024년 10월 09일
가면생활자조규미 지음 | 자음과모음 | 240쪽 | 1만5000원 열여덟 소녀 진진은 우연히 아이마스크의 신제품 베타테스터에 선정되었다. 아이마스크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특수 물질 ‘판게아’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사용자의 얼굴에 맞게 변하는 물질이다. 가면은 외모를 바꿔주고 신분을 상승시켜주는 도구다. 잘 사는 사람들은 사교 공간인 정원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고 한다. 진진이 오랜 시간 가면을 흠모한 이유다. 작중에서는 가면을 반대하는 ‘안티마스키드’라는 단체가 등장한다. 이들은 묻는다. “왜 그들은 가면을 쓰는가? 누가 그들에게 가면을 쓰게 하는가? 가면은 있는

잘못 보낸 야한 사진에 여자애 가방셔틀 된 이야기:『열일곱, 최소한의 자존심』

2024년 10월 09일
열일곱, 최소한의 자존심정연철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8쪽 | 9800원 야한 사진을 잘못 보낸 태용이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다섯 명의 이야기를 묶은 단편소설집. 야자를 빼먹는 수호 이야기가 이 책 제목의 내용이다. 가장 마음에 든 에피소드는 ‘너에 대한 소문’이었다. 실수로 보낸 야짤에 태용이 식겁한다. 같은 반 몬스터에게 비키니 사진을 보낸 것도 모자라 야한 말까지 덧붙였기 때문이다. “어때? 맘에 들어?” “꼴리지?” 눈을 비비고 다시 본 카톡방엔 건희 대신 여자애 몬스터가 있었다. 몬스터가 황당해할 만했다. 친한 사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보란 듯이 아버지를 데려온 몬스터 앞에서도 실감나지 않았다. 담임은 잘못했다고 석고대죄라도 하라지만 몸은 움직이질 않는다. 건희는 ‘김태용’을 ‘변태용’으로 바꿔 부르며 놀려댄다. 몬스터의 이름은 박에스더. 에스더 몬스더 몬스터로 부르다 보니 달라붙은 별명이다. 몬스터는 별명답게 굴었다. 하루 신문을 먹어 치우는 데서부터 드림타워로 여행 간 사회 선생한테 쪽방촌 시위한 건 봤느냐고 바락바락 대들지 않나. 학생회장 후보로 나와 인권 침해가 될만한 파파라치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핏대 세운 녀석이다. 다른 후보들보다도 선심성 공약이 아니란데서 몬스터의 정직한 품성이 느껴졌다. 법과 원칙, 공정한 사회에 깐깐하고 예민한 그 애한테 이상한 걸 보냈으니 후회가 밀려오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아버지는 인권 변호사라는데. 몬스터에게 찾아가 사과했지만 돌아온 건 법의 처단뿐. 그러나 용서할 마음은 있는지 온종일 가방셔틀을 시킨다. 노예계약인 셈이다. 이틀 째 이어진 가방 셔틀에 아이들이 뭐라 씹고 다닐는지 자존심만 갈리는데. 약속한 시간 예정된 장소에 다다르자 담배 피우는 동생에게 훈계 중인 몬스터를 발견한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태용이 다가가지만 몬스터가 뺨 맞는 모습을 보기만 한다. 돌아오는 길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을 사는 몬스터와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는다. 문뜩 태용의 눈에는 당찬 여자, 박에스더가 보였다. 구약성경 속 인물인 에스더는 페르시아어로 별을 의미한다. 아버지가 내놓은 자식에다 선생도 포기한 자신과 달리 살아가는 몬스터. 털털한 주인공 태용의 독백이 지루하지 않다.

[마음 속 그 사람] 같은 반에 발달장애라니, 반장으로서 얼마나 부담 되겠니:『괴물, 한쪽 눈을 뜨다』

2024년 10월 09일
괴물, 한쪽 눈을 뜨다 은이정 지음 | 문학동네 | 251쪽 | 1만2500원 네가 반장이 된 일만으로도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을 거야. 초등학생 때와는 달리 중학생 아이들의 입은 더욱 거칠고 과격하고 괴상하기 때문이지. 하지만 세상은 너의 처음 무관심한 태도처럼 영섭이의 왕따에도 침묵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해.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생각하겠지. ‘상처가 나도록 심하게 때린 것 또한 아니었다. 나는 담임한테 말할 만한 사건은 아니라는 결론을 재빠르게 내렸다.’(38쪽6문단) 맞아. 그렇게 생각하는 게 더 속이 편할지 몰라. 그렇지만 만일 영섭이가 초식동물이 아니라, 천성이 육식동물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런 아이가 강한 힘으로 아이들을 나쁘게 대했더라면 너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그런 강한 영섭이가 적당히 거칠고, 적당히 과격한 왕따에도 가만히 있겠니. 그래서 태준이 너의 용기가 절실하다고 생각해. 넌 기절놀이로 쓰러진 영섭이를 보건실에 데려다주었어. 하태석 패거리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반장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어 놀랐어. 좀 더 우리 사회가 약한 자에게 관대했으면 좋을 텐데 말이야. 너무도 쉽게 그 참상이 알려지기도 전에 비극으로 숨지는 것 같아 서글퍼. 그럴 때마다 생각해. 세상은 특정 종(種)으로만 이루어진 건 아니라고. 사라지는 생명체에 제 발을 끊어버리는 어리석은 인간이 되지는 말자고. 관련 글 보기중학교 2학년 3반, 사바나에 사는 동물농장 이야기:『괴물, 한쪽 눈을 뜨다』

중학교 2학년 3반, 사바나에 사는 동물농장 이야기:『괴물, 한쪽 눈을 뜨다』

2024년 10월 09일
괴물, 한쪽 눈을 뜨다은이정 지음 | 문학동네 | 251쪽 | 1만2500원 발달장애를 가진 주인공 영섭은 반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얼떨결에 반장이 된 태준이는 이를 묵고하고 마는데. 교실의 문제에 누구보다 관심을 기울이는 담임교사, 이렇게 세 명의 시점으로 각각 전개하는 소설이다. ‘황라사마귀’ ‘아프리카맹꽁이’ ‘기린’ ‘사자’ ‘혹맷돼지’ ‘얼룩말’ ‘카멜레온’ ‘늑대부엉이’ ‘관모호저’ ‘숲개’ ‘시베리아호랑이’ ‘가시두더지’……. 이야기 내내 영섭이가 변신하는 동물들의 종류다. 왕따를 당하는 현실을 견디기 위해 영섭이는 갖가지 동물로 변신하기 바빴다. 영섭이네 2학년 3반은 초식동물과 육식동물로 나뉜다. 순하고 착한 아이들을 초식동물로 분류하고, 영빈이와 민우(204쪽)를 비롯한 패거리 애들은 육식동물로 말이다. 육식동물은 어김없이 영섭이처럼 순하고 착한 초식동물을 괴롭히기 바빴다. 돈 뺏기와 책·필통 훔치기는 기본이고, 책을 훼손하거나 학교를 무단 외출, 교실에 불을 지르는가 하면 담배를 피우고 심지어 기절놀이까지 저질렀다. 보통의 아이들이 저지른 일들은 반장 태준의 눈에 보기에는 적당히 나쁜 짓들이었다. 갑자기 시작된 일이 아니라 아이들 사이에서 조금씩 있었던 일.(43,9) 담임은 호되게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한마디로 자신 이외의 다른 사람을 의도적으로 괴롭히다가 나한테 걸리면 죽는다는 이야기다.”(47,3) 연습장에 적어서 여론 동향을 확인하기도 했고,(53,5) 때로는 가혹하게 책상 위에 꿇리기도 했다.(88,2) 몽둥이찜질도 강행했다.(158,1) 담임의 호된 훈육에도 아이들은 여전했다. 아니, 오히려 상황은 악화됐다. 영섭이가 자신을 괴롭히는 하이에나 자리에 몰래 오줌을 놔버리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교실은 한순간에 패닉에 빠졌다. 모두가 대청소에 돌입했다. 영섭이에 대한 괴롭힘은 날이 갈수록 더해졌고, 심한 장난에 쓰러지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과연 2학년 3반은 1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 마음속 끓어오르는 욕구를 괴물로 표현하는 태준이의 묘사가 흥미롭다. 결국 이 욕구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를 덤덤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사뭇 어른스럽다. “너는 참 괴상망측하게 생겼구나. 하지만 뭐, 옆에 두고 길들이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당분간 조금 거슬리기는 하겠지만, 괜찮아. 어떻게 생겼든 괜찮아.”(220,3) 관련 글 보기[마음 속 그 사람] 같은 반에 발달장애라니, 반장으로서 얼마나 부담 되겠니:『괴물, 한쪽 눈을 뜨다』

같은 고등학교 가자던 그 약속 이뤘을까:『귤의 맛』

2024년 10월 09일
귤의 맛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8쪽 | 1만2500원 다윤, 소란, 해란, 은지.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네 명의 소녀들은 다 같이 신영진고등학교에 입학하자고 대뜸 약속해버린다. 헤어지기 싫다는 이유에서 저지른 충동적인 선언이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기까지 다양한 사건·사고로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입학이라는 거대한 사건이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는 건 좋다. 각자의 이야기가 산발적으로 흩어지는 바람에 한 사람의 이야기를 쉽게 잊고 말았다. 너무도 많은 사건들 속에 잊히고 만 개개인의 사건들. 이 또한 저자의 의도였을까. 은연한 학교폭력, 고등학교 입학을 위한 위장전입, 가부장적인 가정환경, 심지어 중년 남성 특유의 병신력까지 다 괜찮았다. 한 가지 모자란 게 있다면 늘 죽음의 무게를 진 여학생의 모습이었다. 어른들은 청소년을 바라보며 그 시절을 부러워하곤 한다. 그러나 삶의 무게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가혹하다. 어리다고해서 예외가 아니다. 작가는 인물이 처한 환경의 구체적인 정황이 아니라, 심리를 묘사했더라면 어땠을까. 좀 더 마음에 대고 “왜” “어땠을까” “괜찮니”를 물어봤다면 좋았을 텐데. 꼭 극단적인 상황을 끌고 와 지옥도를 펼쳐놓지 않더라도 충분히 죽음의 무게를 진 여학생을 묘사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나 저자는 학교 축제에 학생들에게 1000원을 빌린 후 먹을 걸 사먹었다는 내용을

17살까지 키스를 못하면 헐크로 변해버린다고?:『지구를 안아줘』

2024년 10월 09일
지구를 안아줘김혜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76쪽 | 1만3000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단편소설집. 표지에서 눈치를 챘듯 무척 재미있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인간이면 누구든지 경험할 입시, 꿈, 인간관계, 갑자기 재난이 일어나는 상상 등 흥미로운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너무 가볍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다. 적당히 가벼우면서 무겁지도 않다. 애써 교훈을 담으려 노력하지도 않았다. 유쾌한 풍자에 어처구니없는 웃음도 났고, 씁쓸한 뒷맛도 진해졌다. 특히 키스 바이러스에 감염되고만 학생들이 작가 이상의 날개를 읽으며 헐크로 변해가는 장면에서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지만 웃음 뒤 기억에 남은 내용은 없었다. 다음은 두 개의 에피소드를 정리한 내용. #키스 바이러스: 윤아 ‘키스 바이러스’를 피하려 입 맞춰야만 하는 윤아가 한숨을 쉰다.(11쪽1문단) 키스하지 않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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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소랑 2026년 6월 20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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