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

[작품 해설] 당신의 운세를 써드립니다: 뒤틀린 욕망과 불안… “운세 한 문장에 세상이 바뀌면 얼마나 좋아”

연결 기사[단편소설] 당신의 운세를 써드립니다 신문 운세 코너는 언제나 오락적 요소를 가진다. 독자들은 운세가 미래를 예견할지 기대하기도 하고 지나간 일을 맞췄는지 따져 묻기도 한다. 운세는 한 문장도 되지 않는 토막 수준의 글이 담겨 있다. 1927년생부터 1998년생까지 약 70년 인생이 년(年) 단위로 묶여 가장 넓은 대상의 독자를 갖췄다. 하지만 미성년자는 사주의 대상이 아니므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 학보 이른아침매화가 운세 코너를 신설하려는 것도 같은 학교 고등학생의 독자폭을 넓히기 위해서였다. 좀 더 신문을 오락적 요소로 보이기 위한 방법으로 운세 코너 신설을 꼽은 것이다. 말없이 찾아온 차기 학생회장 김도진은 학보사 편집국장 문소혜와 친분이 있는 사이다. 소혜가 도진이에게 부탁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유나에게 찾아가 운세 집필을 요청한다.(1단13줄) 찾아간 학보사에는 소혜만 있었고 신문에는 고등학생 운세가 없으므로 직접 써보자고 제안한다.(1,30) 유나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막연히 알던 운세와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운세는 단지 미래의 일을 예언하는 정도의 글이 아니었다. 사람의 심리를 읽는 문장의 모음이란 실체를 알아차린다.(2,49) 단지 북쪽으로 가라, 노란색을 조심하라는 샤머니즘 요소에서부터 평소 걱정하던 작은 일들까지 결국 운세가 가리킨 것은 사람의 행동이 아니라 심리였다.(2,56) 운세를 집필하기로 한 유나는 소혜와 임금협상에 성공한다. 소혜가 순순히 임금을 올려준 데에는 집필자 모집이 매우 어려운 학보사 특성 때문이다. 유나의 하굣길이 가벼워졌다. 알바 대신 학보사에서 글 두 편에 한 달 꼴로 10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3,3) 유나는 웃는다. 지나가는 모든 것이 운세 아이디어였기 때문이다. 뛰어가는 아이, 팔짱 낀 연인, 페퍼톤스의 노래에서까지 싱싱한 문장을 발견한다. 구르는 낙엽에도 웃는 청춘. 학교에서는 문장을 짓고 집에서는 그 문장들을 매끄럽게 연결해 하나의 운세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런 몰입은 처음이란다.(3,1) 사람들에게 공개적인 글을 쓰는 것도 유나에겐 처음이었을 것이다. 운세 몇 문장에 세상이 바뀔 거라면 오산이었다. 세상은 달라진 게 없었다. 유나는 운세 첫 날부터 고생길이 열렸다. 담임을 만나 억울하게 심부름꾼 노릇을 한 것이다. 모르는 애랑 부딪치며 신문 더미가 터지는 사고까지 벌어진다. 각박한 세상임을 절실하게 느끼는 와중에 급하게 달려와 도와주는 친구 지수와 혜인이, 그리고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를 잘 생긴 남자애를 만나며 그날 적중한 운세를 깨닫는다.(4,38) 기적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그저 ‘탕후루 먹기 좋은 날’이라고 썼을 뿐인데 학교 근처 탕후루집 매출이 크게 올라 사장 아주머니가 찾아와 선물 공세를 보냈고, 운세 상담이 쇄도하기까지 했다. 감사의 인사로 보낸 캘리그래피일 뿐인데 소혜는 이를 기회로 굿즈(goods)까지 만들자고 제안하며 유나는 순식간에 돈방석에 오른다.(5,49)

[지금,여기] 두 손 모아 경건함으로 “소원을 빕니다” 「2박3일, 교토여행③」

❹청수사·니넨자카·산넨자카·은각사 자연을 재편집하는 섬세한 손길과 애절함 관광지의 정수였다. 청수사 그러니까 기요미즈데라(清水寺)에 이르자 새빨간 사찰 건물 앞에서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청수사는 매년 12월 12일 일본 ‘올해의 한자’를 발표하는 곳이다. 인왕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수많은

[지금,여기] 단정한 제복, 섬세한 인사… 이치조지에서 느낀 일본의 감각 「2박3일, 교토여행②」

2025년 11월 01일
카페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허탈했다. 하필 우리가 방문한 때가 ‘추분(秋分)의 날’이었다. 우리에게 추분은 평범한 날이지만, 일본에서는 공휴일인 모양이다. 오늘 낮에 방문했던 ‘도쿠라 교토 산조점(手づくりハンバーグの店 とくら 京都三条店)’에서 세트 메뉴 주문이 어쩐지 불가했다. 도쿠라 교토 산조점은 함박 스테이크를 파는 곳이다. 내가 먹은 명란 마요 함박 스테이크를 젓가락으로 자르자 쏟아져 나오는 육즙에 놀랐다. 40분을 바깥에서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❺무시야시나이 카드 결제 물으니 한국어로 “아, 네!” 달콤 디저트 카페 ❻센나리 새침한 접객 태도 허나 풍성한 식탁 평범 일본 가정식 즉석 데코레이션 디저트 카페 ‘무시야시나이’, 푸짐한 일본 가정식 ‘센나리’ 다만 우리의 발걸음이 잠시 중단돼야 했다. 오래도록 걸었기 때문이다. 은각사와 철학의 길을 걷다가

[지금,여기] 뜨듯한 온천과 시원한 맥주 “캬, 이 맛이지” 끝없는 ‘오사카의 밤’ 「2박3일, 오사카여행③」

2025년 11월 01일
우드톤 단색의 고즈넉한 도시가 교토였다면, 오사카는 그저 화려하고 젊은 분위기의 도시였다. 우리는 나가호리바시를 기반으로 오사카의 도톤보리와 난바, 우메다, 나가자키초를 돌아다녔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은 큐카츠 토미타(牛かつ 冨田)다. 각자 구워 먹을 수 있는 큐카츠 전문점이다. 다행히 우리는 기다림 없이 바로 입장해서 저녁을 즐길 수 있었다. 와, 문자로 표현할 수 없는 맛. 달달하고 고소하며 담백한 맛. 입 안에서 녹는 육즙이 끝내줬다. 현금만 받는 가게라 카드로 결제하지 못했다. 곧이어 낮에 예매해 둔 리버 크루즈를 타고 우리는 도톤보리 강을 누볐다. 베테랑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며 웃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했다. 주변 관광객들이 선사하는 손인사에, 우리도 손을 흔들었다. 가까운 타지에서 느끼는 이색 풍경에 하나가 되는 감정을 느낀 것이다. 낮에는 여자친구를 따라 우메다 근처에서 쇼핑을 즐기기도 했다. 우리는 아식스 오사카 스토어에 방문했다. 스티브 잡스 같은 분위기의 직원이 우리를 맞았다. 여자친구가 둘러보는 동안, 나는 작은 소파에 앉아 쉬었다. 다소간의 긴 시간을 머무르는 바람에 여자친구와 나는 정중하게 인사를 드리며 나왔다. “失礼しました。(실례했습니다.)” 곧장, 직원이 90도로 숙이며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정중한 인사에 깜짝 놀랐다. 작고 진심 어린 순간에서 문화적 감동이 남은 것이다. ❼오사카 아식스·마크 커피 ‘90도 인사’ 진심 어린 문화적 감동 카라멜마끼아또, 바리스타의 손맛 ❽큐카츠 토미타·리버 크루즈 직접 구워 먹는 담백하고 고소한 맛 도톤보리 강 유람하는 이색 ‘밤풍경’ ❾소라니와 온천·토리키조쿠 온천물에 담근 설익은 발, 피로가 싹 여자친구와 마신 달달한 맥주 한 잔 감동은 나가자키초(中崎町)에서도 끊이지 않았다. 끝내 다다른 곳 ‘마크 커피 로스터스’에서 우리는 쉴 수 있었다. 나가자키초 카페 거리는 관광 친화적인 동네가 아니었다. 내부 사진 촬영이 어렵거나 현금 결제만 가능한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마크 커피에서 짧은 시간 지친 몸과 마음을 가누었다. 이따금 귀에 들려오는 일본 밴드 음악에 힐링이 되기도 했다. 카페에 머무는 동안, 오사카 시내에 짧은 가랑비가 내렸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우리는 고민했다. 예전부터 생각해온 곳을 예매했다. 벤텐초역(弁天町駅) 근처에 있는 소라니와 온천(空庭温泉)이 끌렸기 때문이다. 소라니와 온천은 다른 의미에서 놀라웠다. 이 가격에 이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여자친구는 일본 여행을 다녀와서도 “그날 숙소의 작은 욕조에 입욕제 넣어서 물 받아 넣고 몸을 담궜으면 평생 후회할 뻔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소라니와 온천은 일본 전통 의상인 유카타(浴衣)를 입고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특히 5층에서 4층으로 내려가면 공중정원에서 족욕을 즐길 수 있는데, 발을 담그면 따뜻함에 온몸의 피로가 풀리는 기분을 경험할 수 있다. 우리는 온천의 다양한 공간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다시 우리 발걸음은 도톤보리로 향했다. 토리키조쿠 도톤보리점(鳥貴族 道頓堀店)에서 꼬치구이와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도톤보리에서 나가호리바시까지 향하는 길목에서 우리는 다채로운 얼굴의 오사카를 보았다. 확실히 교토에 비해 젊은이들의 도시라는 분위기가 강했다. 가출 청소년으로 보이는 아이들, 거리를 쏘다니는 폭주족까지 밝고 친절한 모습만이 아닌, 사회의 이면을 마지막 밤 경험할 수 있었다. 우리는 자정에 가까운 시간까지 짐을 정리해야 했다. 밤 11시가 넘어서야 숙소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 편의점 로손(Law-son)을 들러 생크림이 담긴 빵을 먹었다. 오사카에서 먹는 세 번째 빵이었다. 어느덧 오사카의 밤이 스산해졌다. 그새 가을이 다가온 것이다. 우리의 여행은 예상하지 못한 일들로 9월로 미뤄야 했다. 여자친구와 다행이라는 고백을 주고받았다. 이토록 흐드러진 날씨와 분위기, 꼭 지금이어야 할 여행의 묘미를 만끽했기 때문이다.

[지금,여기] 나가호리바시 이에케이 라멘 「2박3일, 오사카여행②」

2025년 11월 01일
오사카 숙소 근처에서 라멘 집을 발견했다. ‘이에케이 라멘 이타다키야 나가호리바시(家系ラーメン 頂㐂家 長堀橋店)’. 면의 굵기와 맛 강도를 선택할 수 있고 다진마늘과 양념으로 기호에 맞게 먹으면 된다. 여자친구는 이에케이 라멘과 미소 라멘을 먹었다. 이에케이 라멘의 흰 돼지국물은 국물이 묵직해서 맛있지만 다소 느끼해서 물렸는데 미소 라멘은 얼큰해서 느끼함이 없었다고 한다. 보통 여행에서 식당은 한 번만 갈 텐데 이 집은 두 번을 갔을 정도로 맛집이다.

[지금,여기] 다채로운 빛깔 여기는 오사카 「2박3일, 오사카여행①」

2025년 11월 01일
❶신세카이·도톤보리 북적이는 젊은 도시의 활력 여행의 묘미 크루즈와 온천 절대로 아깝지 않은 가격과 언제나 간직하고 싶은 추억 오사카의 밤은 백색 노이즈 같았다. 손바닥으로 가려지지 않을 인산인해를 바라보며 이 도시의 화려함에 취했다. 독창적인 간판은 거대했고, 영원히 꺼지지 않을 불꽃처럼 타닥타닥 튀었다. 사람들의 북적임은 도시의 활기를 가리켰다. 우리는 도톤보리(道頓堀)와 신세카이(新世界)를 돌아다녔다. 알록달록 간판 사이에서 술 한 잔 기울이는 사람들, 붉은 조명에 비치는 관광객들. 걷는 것만으로도 기운찼다. 일본 도시 특유의 내음이 정겨웠다. 하마터면 우리는 도톤보리 리버 크루즈를 타지 못할 뻔했다. 걸어서도 볼 수 있는 풍경을 굳이 2만원을 주고서라도 타야 하느냐는 의문이 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에 승선하고, 깨달았다. 부푼 마음을 느껴서야 착각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크루즈를 타지 않았더라면, 경험하지 않았다면 느낄 수 없는 설렘을 우리는 교훈처럼 깨달았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과 가까운 소라니와 온천(空庭温泉)도 그랬다. 따뜻한 몸에 발을 담그고서야, 풀리는 피로를 경험하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토와 오사카, 4박 5일의 여행 전반이 그랬다. 여자친구와 리버 크루즈에서 글리코상을 뒤로 하고 기념사진을 남겼다. 오사카의 명물. 이곳에서 사진을 찍지 않으면 오사카를 방문하지 않았다고까지 핀잔을 줄 만큼 유명한 곳. 일본다운, 오사카다운 풍경 앞에서 환희에 찼다. 솔직히 이 밤이 영원했으면 하지는 않았다. 스쳐가는 밤이자, 그저 가슴 속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날들 중 하나였다. 교토와 오사카의 여느 관광지들이 규모와 서비스 면에서 한국을 압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4박 5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일본에 대한 동경심은 한국살이에 대한 열의로 싹트기 시작했다. 따라서 지금의 여행이 끝나면, 또 다른 여행을 만들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오사카다움 속에서 전통과 역사를 다듬어나가는 삶의 방향을 발견한 것이다. 여행 유튜버가 부럽지 않았다. 우리에겐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일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행마저 일상이 되어버리면 어쩌나 싶었다. 이 오사카만의 풍경을, 교토만의 경험을 일상이라는 단어로 묶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여자친구와 함께한 일본에서의 특별한 이 시간이 더욱 달콤했다. 돌아오지 않을 시간 말이다.

[팔짱만 껴도 좋은걸②] 펭-귄, 페—-ㅇ귄, 뽀뽀 —- 우

2025년 10월 29일
여자친구는 어느 날 갑자기 한 애착인형을 데려왔다. 정확히 몇 월 며칠에 왔는지를 서로가 모르는 걸 보면 처음엔 별 감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갤러리에 저장된 걸 보면 애착인형의 첫 사진은 지난해 9월 20일이다. 9월 전후로 애착인형을 데려온 것이다. 인형을 산 건 10년도 더 됐다고 한다. 여자친구가 동생에게 부탁해 에버랜드에서 사 왔다는 것. 영혼 없는 눈망울, 무표정한 얼굴, 입을 여닫을 수 없는 부리. 여자친구는 애착인형더러 “킹 받는다”고 표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친구가 출근하고 집에 없는 동안, 장난끼가 발동했다. 여자친구가 벗어놓은 잠옷을 내가 애착인형에게 입혀 놓고 나간 것이다. 저녁, 여자친구와 함께 집에 도착했다. 나는 능청맞게 장난을 쳤다. “어? 오늘 출근 안했어요?” 여자친구가 맞장구를 쳤다. “뭐지. 그럼 난 뭐지.” 애착인형은 울 줄도 안다. “펭~귄” 여자친구 특유의 발음에 착안해 나는 “펭~귄”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여자친구도 재밌다고 따라한다. “펭~귄” 우리끼리만 맛있는 걸 먹으면 애착인형은 삐진다. “펭~~귄” 우리끼리만 재밌는 데 가도 애착인형은 삐진다. “페~~~~ㅇ귄” 그런 애착인형을 여자친구는 무척 아낀다. 내가 애착인형에게 뽀뽀를 하면 “펭귄OO 괴롭히지 마욧~!”이라며 걱정도 해준다. 그런 애착인형에게 새 친구가 생겼다. 올해 애착인형 2호를 데려온 것이다. 그것도 판교에서 온 녀석이다. 우리의 애착인형과 함께한지도 벌써 1년이다. 그새 애착인형에게는 다양한 친구들이 생겼다. 카피바라, 토끼…. 이번 일본여행에서 함께한 애착인형이 더욱 소중했다.

[지금,여기] 오전 7시, 아침을 여는 ‘코메다커피’ 「3박4일, 도쿄여행⑥」

2025년 09월 13일
⑦ 아카사카아침엔 학생 낮과 밤에는 관광객으로 한국 식당도 즐비한 동네 도쿄에서의 마지막 아침, 동이 텄다. 셋째 날까지 알차게 여행한 덕분에 단잠에 빠질 수 있었다. 오전 6시, 우리는 일찍 기상해 세탁에 나섰다. 세탁할 동안 우리는 코메다커피로 향했다. 아침 7시에 문을 여는 숙소에서 가까운 카페는 코메다커피밖에 없었다. 여지없이 점원은 친절했다. 행동 하나하나에 섬세함이 깃들었다. 우리는 자리에 앉아 브런치를 먹었다. 달달한 팥앙금을 바삭한 빵에 발라 한입 베어 물었다. 나는 중간 중간 커피에 우유를 섞어 마셨다. 뭔가 쓰면서도 달달한 끝맛이 믹스 커피와는 달랐다. 커피를 즐기면서 코메다커피만의 엔틱한 분위기가 뒤늦게 시야에 들어왔다. 구획을 나눈 단단한 나무 파티션, 빨간색 소파의 푹신함. 코메타커피의 상징 같았다. 미니 샐러드 300엔, 아이스커피 800엔, 블렌드 커피 800엔. 한국 돈 1만9000원으로 충분한 조식을 즐겼다. 우리는 카페를 나서면서 아카사카의 다른 면을 발견했다. 등교하는 학생들을 본 것이다. 아카사카는 도쿄에서도 관광지로 유명하다. 우리는 줄곧 낮과 밤에만 이곳 아카사카를 돌아다니느라 학생들을 보질 못했다. 한쪽은 관광객이 캐리어를 끌고 있었고, 한쪽에는 교복을 단정하게 입은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었다. 문득 이곳 아카사카가 궁금해졌다. 숙소로 걸어가다 발견한 TBS 본사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우리는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우리는 체크아웃을 앞두고 짐 정리에 나섰다. 3박 4일의 일정을 마치려는 순간, 여자친구가 엄청난 사실을 발견했다. 냉장고 전원을 발견한 것이다. 이제껏 OFF였다는 점에서 허탈해졌다. 우리는 한참을 웃었다. 돌아가는 길이 가벼워졌다.

[지금,여기] 섬세한 헌책방, 모네의 작품들… 일본, 마지막 저녁 「3박4일, 도쿄여행⑤」

2025년 09월 13일
오늘의 브런치를 우에노역에 있는 와이어드 카페(Wired Cafe Atre Ueno Store)에서 즐겼다. 우에노역으로 향하는 계단을 앞둔 창가 자리가 무척 인상적인 곳이다. 이른 아침부터 간다강을 거닐며 산책하다 근처 브런치가 가능한 카페를 발견하지 못해, 끝내 우에노역으로 이동한 것이다. 아침 9시임에도 꽤나 손님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우리는 내일 타고 갈 스카이라이너를 예매했다. 근처에 있는 일본국립서양미술관에서 클로드 모네의 작품을 보러 갔다. 평소에도 여자친구는 모네의 작품을 보고 싶어 했다. 우리는 미술관 마당에서부터 유명한 작품을 마주했다. 오귀스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본 것이다. 그 옆에 세워져 있는 ‘지옥의 문’도 인상적이었다. ⑤ 우에노 예술 작품과 철다리 술집 인상적 풍경 ⑥ 진보초 입 틀어막는 오랜 잡지들 거대 보관소 기억에 남은 모네의 작품은 ‘수련’이었다. 빛과 그림자를 섬세하게 표현한 그의 작품 앞에 오래도록 서 있었다. 덕분에 여자친구의 감상은 나보다 배로 길어졌다. 점심은 철다리 아래에 있는 토와(TOWA)에서 먹었다. 소바와 텐동, 시원한 물까지 부족한 게 없는 식탁이었다. 간간히 스쳐가는 도시철도의 진동이 더욱 생생한 감각으로 느껴졌다. 토와는 술집 같았다. 수많은 사케들로 가득했다. 후한 점심을 즐기고, 우리의 발걸음은 아키하바라와 진보초로 향했다. 전자상가로 가득한 아키하바라는 별 감흥이 없었다. 내가 알아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간다강과 빨간 벽돌의 마치(maach)에큐트가 인상적이었다. 진보초 서점은 다른 의미에서 놀라웠다. 평범한 책방도 있었지만 잡지를 모아둔 가게에서는 숨이 턱 막히고 말았다. 문자 그대로 놀랐기 때문이다. 무척 더운 여름이었다. 땀은 볼을 스쳐 흘러내렸고, 나의 숨소리조차 섬세하게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1980-1990년대 잡지가 가득했고 1970년대 자료로 보이는 잡지도 보였다. 앳된, 지금은 할머니가 되었을 20대 여성의 박제된 인쇄물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숙소에서 쉬었다가 저녁, 선선해질 무렵에 도착한 도쿄역에서 져가는 노을을 보았다. 한 가지 후회를 했다면, 괜찮은 식당을 역사 근처에서 찾아 헤맸다는 점이다. 차라리 아카사카를 둘러보았으면 어땠을까. 일본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우리는 아카사카 숙소에서 마무리 했다. 편의점에서 구매한 과일을 먹으며 술 한 잔 기울인 것이다. 우리 사이에 흐르는 검정치마의 멜로디가 잔잔했다. 여행을 떠난다면 또 일본을 선택하고 말 거라는 진담을 주고받았다. 우리는 3박 4일의 짧은 일본에서의 여행을 되짚었다.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았지만,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다음의 말로 매듭지었다. “한 순간도 버릴 시간이 없었던 우리들의 발걸음.” 숙소 바깥, 화려한 도쿄의 야경이 애틋해졌다. 하나 둘,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우리의 소중한 밤은 깊어갔다.

[지금,여기] 세키구치 대성당, 손수 계단 닦던 주임 사제의 낮은 자세 「3박4일, 도쿄여행④」

2025년 09월 13일
④ 세키구치그저 자리에 앉아 읊조린 짧은 기도 침묵, 하느님의 전 환대, 신자의 인사 미소, 사제의 겸허 사진을 촬영하면 안 된다고 한다. 명백한 팻말에 좌절하는 듯했다. 그러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경배가 내게 힘이 되었다. 자리에 앉아 하느님에게 짧은 기도를 남겼다. 무교인 여자친구도 성당의 압도적인 풍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곳 도쿄 주교좌 세키구치 대성당(東京カテドラル聖マリア大聖堂)에서 우리 커플은 경건한 파고 앞에 압도당했다. 아스라이 서로를 지탱하는 사람인(人) 지붕, 예수의 십자가를 비추는 빛, 아무말 없는 고독과 침전. 언제나 가톨릭교회는 하느님의 안아주심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한 신자분이 건물 안에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외부인인 내게도 친절한 미소를 건네는 데에서 따뜻한 감정을 느꼈다. 나는 고개 숙여 인사 드렸다.   바깥에서는 코이케 료타(小池亮太) 주임 사제가 성당 바깥 계단을 솔로 문지르고 있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세키구치 성당에 대해 조사하던 중 코이케 료타 씨가 주임 사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척 친근한 인상을 가진 신부님에게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 와타시와, 칸코쿠진 데스.(私は、韓国人です。) 찬미 예수님.” 신부님은 인자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여자친구에게도 소개해 드렸다. “이분은 성당의 주임 사제세요.” 우리는 마저 성당을 구경했다. 그런데 신부님은 마저 계단을 솔로 닦고 있었다. 여자친구도 나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신부님이 진짜 좋으시네요. 바닥을 닦고 계시다니.” 성당 자판기에 에비앙이 보였다. 여자친구는 비싼 물 좀 마셔보겠다고 작은 사치를 부렸다. 그 모습이 귀여웠다. 성당 앞으로 텍시 한 대가 도착했다. 서양 관광객 한 명이 차에서 내리는 것이었다. 외국인은 성당을 구경하다 피로해졌는지, 퇴약볕 벤치에 앉아 있었다. 곧 떠날 우리가 그분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Thank you!”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간다강(神田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여기] 어스름한 저녁, 사람 사는 냄새… 고즈넉한 신사의 뒷골목 풍경 「3박4일, 도쿄여행③」

2025년 09월 13일
우리의 여정을 잠시 중단해야 했다. 무척 따가운 햇볕에 조금이라도 움직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신주쿠에서 아카사카미쓰케역(赤坂見附駅)까지 이동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다시 숙소로 돌아간 것이다.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나는 잠시 소파에 누워 잠을 청했다. 10분이었을까. 내가 코를 골고 있다는 걸 느낀 순간 잠에서 깨어났다. 그 짧은 시간의 수면이 내게 개운함을 안겼다. 여자친구는 릴스를 보면서 쉬고 있었다. 낮잠을 자고 일어난 시간이 4시 반쯤이었다. 이대로 저녁까지 아무 것도 안하며 쉬기만 하기엔 무척 아쉬웠다. 여자친구가 아사쿠사에 가보자고 제안했다. ③ 아사쿠사오코노미야키와 말차라테·붕어빵 든든한 저녁 밥상 뽑아본 한해 운세 “대길, 최고의 길운” 우리는 긴자라인(G) 다메이케산노역(溜池山王駅)에서 아사쿠사역(浅草駅)까지 단숨에 갔다. 도쿄 메트로에서 운영하는 일본 지하철은 한국과 달리 조금 작았다. 천장 곳곳에 매달린 인쇄물 광고를 보며 덕지덕지 붙은 기분과 동시에 아늑한 감정을 느꼈다. 오후 5시. 도시의 온기는 수그러들었다. 여자친구와 손을 잡고 아사쿠사 신사 방면으로 걸어갔다. 그새 콘크리트 사이에 붉은 노을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도로의 차량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길가의 사람들도 어깨를 스치지 않을 정도로 걷고 있었다. 아사쿠사 신사에는 무척 많은 관광객으로 붐볐다. 사실 뭘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만큼 사람들의 활발함에 넋을 놓고 말았다. 기도하는 사람들, 센소지에서 통을 흔들며 운세를 기다리는 손길들, 그늘에 뉘어서 쉬고 있는 관광객들. 우리는 아사쿠사를 벗어나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마주한 고즈넉한 뒷골목 풍경에 또 한번 넋을 잃었다. 여자친구는 오코노미야키를 먹고 싶어했다. 나는 여자친구를 따라 오코노미야키·몬자 시라이와 아사쿠사점(お好み焼き・もんじゃ しらいわ 浅草店)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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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소랑 2026년 6월 21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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