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기사[단편소설] 당신의 운세를 써드립니다 신문 운세 코너는 언제나 오락적 요소를 가진다. 독자들은 운세가 미래를 예견할지 기대하기도 하고 지나간 일을 맞췄는지 따져 묻기도 한다. 운세는 한 문장도 되지 않는 토막 수준의 글이 담겨 있다. 1927년생부터 1998년생까지 약 70년 인생이 년(年) 단위로 묶여 가장 넓은 대상의 독자를 갖췄다. 하지만 미성년자는 사주의 대상이 아니므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 학보 이른아침매화가 운세 코너를 신설하려는 것도 같은 학교 고등학생의 독자폭을 넓히기 위해서였다. 좀 더 신문을 오락적 요소로 보이기 위한 방법으로 운세 코너 신설을 꼽은 것이다. 말없이 찾아온 차기 학생회장 김도진은 학보사 편집국장 문소혜와 친분이 있는 사이다. 소혜가 도진이에게 부탁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유나에게 찾아가 운세 집필을 요청한다.(1단13줄) 찾아간 학보사에는 소혜만 있었고 신문에는 고등학생 운세가 없으므로 직접 써보자고 제안한다.(1,30) 유나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막연히 알던 운세와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운세는 단지 미래의 일을 예언하는 정도의 글이 아니었다. 사람의 심리를 읽는 문장의 모음이란 실체를 알아차린다.(2,49) 단지 북쪽으로 가라, 노란색을 조심하라는 샤머니즘 요소에서부터 평소 걱정하던 작은 일들까지 결국 운세가 가리킨 것은 사람의 행동이 아니라 심리였다.(2,56) 운세를 집필하기로 한 유나는 소혜와 임금협상에 성공한다. 소혜가 순순히 임금을 올려준 데에는 집필자 모집이 매우 어려운 학보사 특성 때문이다. 유나의 하굣길이 가벼워졌다. 알바 대신 학보사에서 글 두 편에 한 달 꼴로 10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3,3) 유나는 웃는다. 지나가는 모든 것이 운세 아이디어였기 때문이다. 뛰어가는 아이, 팔짱 낀 연인, 페퍼톤스의 노래에서까지 싱싱한 문장을 발견한다. 구르는 낙엽에도 웃는 청춘. 학교에서는 문장을 짓고 집에서는 그 문장들을 매끄럽게 연결해 하나의 운세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런 몰입은 처음이란다.(3,1) 사람들에게 공개적인 글을 쓰는 것도 유나에겐 처음이었을 것이다. 운세 몇 문장에 세상이 바뀔 거라면 오산이었다. 세상은 달라진 게 없었다. 유나는 운세 첫 날부터 고생길이 열렸다. 담임을 만나 억울하게 심부름꾼 노릇을 한 것이다. 모르는 애랑 부딪치며 신문 더미가 터지는 사고까지 벌어진다. 각박한 세상임을 절실하게 느끼는 와중에 급하게 달려와 도와주는 친구 지수와 혜인이, 그리고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를 잘 생긴 남자애를 만나며 그날 적중한 운세를 깨닫는다.(4,38) 기적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그저 ‘탕후루 먹기 좋은 날’이라고 썼을 뿐인데 학교 근처 탕후루집 매출이 크게 올라 사장 아주머니가 찾아와 선물 공세를 보냈고, 운세 상담이 쇄도하기까지 했다. 감사의 인사로 보낸 캘리그래피일 뿐인데 소혜는 이를 기회로 굿즈(goods)까지 만들자고 제안하며 유나는 순식간에 돈방석에 오른다.(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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