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같은 얼굴, 두 자아… 소녀의 가면과 ‘기믹’: 「갈증」「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극단적이고 거침없는 여고생 심미적 즐거움의 코마츠 나나 거침없는 캐릭터, 낯설지 않은 같은 얼굴. 허나 한쪽 이야기는 달달했고, 남은 이야기는 쓰디쓰다. 같은 얼굴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코마츠 나나(小松 菜奈)의 연기력에 흡인력을 느끼고 말았다. 갈증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청소년

오월오일엔… 오월오일 ‘팬미팅’: [하나가 되는 순간 후기]

“우리의 추억이 된 오월오일 앞으로도 응원해.” 여자친구와 쏟아지는 빗방울을 뚫고 강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연장에 도착하자 사인펜을 찾아 벽 한 면 귀퉁이에 응원 문구를 남겼다. 수많은 오드리(팬)가 모여 있었다. 공연 30분 전, 바깥에서 매직으로 방명록을 적거나 MD를 구매하던 사람들로 붐볐다.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수많은 인파가 줄이었다. 빗속을 뚫고 도착한 이들은 밴드 오월오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린이날을 맞아 오월오일이 첫 팬미팅 ‘하나가 되는 순간’을 마련했다.(2024.05.05) 낮 3시, 저녁 7시 두 차례 예림당아트홀에서 열렸다. 오월오일 팬미팅 공연 순서

시각, 청각, 후각, 촉각, 환희… 헤이맨의 ‘블랙 스테이지’: 「STAGE 100」

2025년 12월 26일
가슴을 울리는 드럼, 전율을 부르는 일렉기타. 인디밴드 헤이맨(Heymen)의 무대에 가슴 뜨거운 환희가 불붙기 시작했다. 26일 저녁 7시, 헤이맨이 무대 위에 올라섰다. 무대 중앙에는 ‘STAGE 100’이 빛나고 있었다. STAGE 100은 아티스트와 관객이 함께 소통하는 NC문화재단의 예술 플랫폼으로, 청년 아티스트가 자유롭게 창의성을 발산할 수 있는 공간이다. 12월의 주제는 ‘환희’였다. 이날 헤이맨은 에너지 넘치고 강렬한 사운드를 선사했다. 앞선 인터뷰에서 헤이맨은 공연 주제로 ‘환희’를 선택한 까닭에 대해 “처음 밴드 공연을 봤을 때 우리가 느꼈던 감정이었다”며 “그 감정을 공유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날 [짝사랑], [행복의 나라로], [We know nothing], [Passion and Moving], [포토그래피], [Gatsby], [행운을 빌어요] 등 약 8곡을 선보였다.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와 함성으로 호응했고, 즐거운 리듬에 흠뻑 젖었다. 마지막에는 관객이 기립한 채 신곡을 듣는 장면도 연출됐다. 기타리스트 테리킴은 자신이 쓰는 일기에 관한 일상적인 이야기로 말문을 열며 꾸준함과 기억에 대해 전했고, 보컬 도영은 이번 콘서트의 주제를 설명했다.

아일랜드… 날 바꾼 건, 前남친도 前직장도 아니었어: 「미나씨, 또 프사 바뀌었네요?」

2025년 12월 21일
미나씨, 또 프사 바뀌었네요?김경연 감독 | 7부 작 | 15세+ | 2024 애초에 이미나는 아일랜드에 관심이 없었다. 난생 처음 관심을 가진 아일랜드에 대한 환상은 모두 ‘전 남친’ 작품이었으므로. 아일랜드행 직항은 없다. 경유조차 쉽지 않은 길이다. 내가 원하는 걸 찾고, 내가 바라던 인생길처럼 그 나라에 가는 방법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작품은 웹드라마 ‘좋좋소’ 스핀오프로 이미나 대리의 연애사를 연대기적으로 서술했다. 유구한 연애사의 기원은 어머니의 결핍에서 비롯한다. 맏언니에게 쏠린 지극한 어머니의 사랑은 밀도 높은 ‘주는 이’ 관계보다 ‘받는 이’의 관계를 낳았다. 첫 남친 연우(배우 임현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퍼주는 연애를, 흑맥주를 맛보여준 세준(고도하)과 사고뭉치 하준(이태형)은 미나에게 환상을, 수혁(문시온)과 재홍(박도규)은 현실을 일깨워줬다. 그럼에도 미나의 바람 잘 날 없는 일상에 변화를 준 건 ‘내 안의 결핍’이었다. 미나의 오랜 연애사를 톺아보며 아일랜드는 전 남친의 작품이면서도 인생의 토대라는 교훈을 마주하게 된다. 결코 지난날의 연애가 무의미하지 않다는, 자기 성찰의 시작점이 된다는 점에서 연대기적 톺아보기는 모두에게 유효하다. 무뚝뚝한 건 표정만이 아니었다. 딱히 끌리는 것도 없고 인생에 대한 열정조차 없는 그저 그런 미나의 삶도 표정과 빼닮았다. 누군가는 ‘그런 부류의 사람도 있지 않느냐’고 물을지 모르겠다. 꿈도, 미래도, 방향 대신 정처 없이 떠도는 나그네 같은 삶. 과연 미나는 자신의 인생 방향을 찾았을까. 아일랜드에서 돌아와 첫 남친 연우를 다시 만나며 주고 받은 이야기에는 무엇이 담겼을까. “막상 가보니까 알겠던데? 음, 나는 여기 오고 싶었던 게 아니었구나.” 결국 자기 자신의 인생 방향을 찾는 건 전 남친도, 전 직장도 아니었다. 고독을 씹으며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냉엄한 시간, 0.1도씩 틀어가던 아일랜드에서.

망가지지 않은 소녀의 시간, 초침은 지금도 움직인다: 「세계의 주인」

2025년 11월 12일
세계의 주인윤가은 감독 | 119분 | 12세+ | 2025 십여 분이었을까. 조금은 과장돼 보이는, 그래서 어색하고도 낯익은 주변 사람들의 웃음과 주인공의 미소. 아버지는 없지만 단란해 보이는 가족과 학교를 날아다니는 여고생 주인. 영화 초반, 오랜 시간 평범한 모습에 할애하던 감독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스포일러 주의 성범죄 폭력성 주의 담임 교사가 건넨 농익은 사과에 호흡이 곤란한 척 너스레를 떠는 장난까지는 우연인 줄 알았다. 성범죄자 퇴거를 주장하며 사실상 서명을 강요하던 동급생 장수호(배우 김정식) 앞에서 버럭 소리 지르는, 그러니까 “나도 성폭력 피해자야”라는 섬뜩한 장면에서 나는 ‘도무지 농담일 리 없다’고 판단했다. 결정적인 장면은 두 컷이었다. 엄마에게 “또 남자친구와 헤어졌다”고 말하는 데에서 흠칫했고 남자친구 찬우(배우 김예창)와의 딥 키스에서 머문 진도는 앞으로 터질 긴장감을 미리 감지해야 했다. 주인이는 일반적인 연인 관계가 아니라 어쩌면 친족 간의 성범죄에 노출된 아이일지도 모른다는 예감 말이다. 태권도와 릴스 좋아하고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활발한 여고생 이주인 멈춰버린 시간과 ‘살아 있음’말하기 전까진 몰랐다과거 소녀에게 벌어진입에 담기 어려운 사건 한국 사회의 축소판? 그러나망가지지 않은 주인공과범죄의 재현을 거부하며피해 이후의 삶을 드러낸우리 시선과 회복의 선언 ◇결코 망가지지 않은 이주인주인공 이주인은 태권도를 좋아한다. 되고 싶은 꿈은 없지만, 어머니가 없는 집안에서 남동생과 빨래, 청소를 분담할 줄 아는 성실한 딸이다. 학교에서는 엽기적인 릴스를 찍으며 친구들과 놀기도 한다. 산부인과 다녀온 이야기도 서슴없이 말했고, 큰 목소리로 탐폰과 생리통에 대해 떠들어 대기도 한다. 때론 야한 만화를 그리는 단짝 친구 공유라(배우 강채윤)와 성관계에 대한 농담도 주고받는다. 가끔은 장난치느라 두 번이나 지나가던 동급생을 치기도 했고, 그게 과해지면 남자 애한테 헤드록을 당하기도 하는 발랄한 여고생이다. 그런 주인이가 수호와 맞붙은 사건이 벌어졌다. 성범죄자 퇴거 서명

일러스트에 수놓은 이야기… 발걸음 멈추게 한 ‘엽서 한 장’: 「2024 서울 일러스트코리아 윈터」

2024년 12월 08일
일러스트 작가들의 독창적인 작품을 구경할 수 있는 ‘2024 서울 일러스트코리아 윈터’가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아티스트만의 독창적이고 담백한 스토리가 담긴 작품에는 각각의 사연이 담겨 있었다. 지난달 29일부터 1일까지 사흘간 열린 전시회에서 인기·신진 작가 350여명이 참가했으며 수많은 관람객이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체험하는 등 후끈한 열기가 이어졌다. 전시장을 가득 메운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둘러보는 데에만 3시간가량이 걸렸다. 전시회에서 주로 출품된 작품은 ▲엽서 ▲스티커 ▲명함 ▲키링 ▲책 등 굿즈였다. 부스를 지나갈 때마다 명함을 주는 작가들이 많았다. 친절한 웃음과 함께 건네 받는 작품에 흐뭇하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느타&부보: 그림과 양모펠트의 완성도 높은 조합 치타와 나무늘보를 캐릭터로 귀엽게 재탄생한 느타&부보(E-137)에도 눈길이 갔다. 그 어떤 작품보다 높은 완성도를 갖추고

‘전쟁·기후위기·인류의 끝’ 아티스트, 심규선의 경고

2024년 11월 03일
‘우린 어디에서 왔으며/이제 어디에로 가는가/한때는 집이라고 부르던/낙원에서 추방된 난민’ 아티스트는 누구보다 우리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지구를 위한다는 말은 결국 종의 생존이라는 미명(美名)일 뿐이라는 것. 우리 문명의 존속이라는 슬로건일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작년 10월 9일 발매한 심규선의 정규 4집 ‘#HUMANKIND’(#휴먼카인드)의 타이틀곡 ‘Question’이 이목을 끌었다. 가사만 있는 영상을 보았을 땐 그저 물음을 던지는 아티스트의 노래쯤으로만 생각했다. 영상과 함께 울려 퍼지는 멜로디에 다른 차원의 감정을 느꼈다. 화면은 끝을 향해, 아니 죽음과 파멸을 향해 내달리는 인류의 서글픈 이면을 과감히 드러낸다. 얼굴을 갈아치우는 듯 바뀌는 인류의 동상과 킹을 처치하는 퀸의 체스 장면, 지구를 허물고 아파트를 세우는 그래픽에서 소름이 돋았다. 멜로디가 가리키는 문장의 의미를 단어 하나하나 영상으로 표현해내는 완벽한 편집이 인류의 끝을 덤덤한 마음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그리고 던지는 물음. ‘우리 사람의 본성은/과연 선한가 혹은 악한가’ 강렬한 메시지 심규선 정규 4집 타이틀곡 ‘Question’에 쏟아진 이목 지속 가능에 대한 반성과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들 인류의 위대한 지력과 업적은 미래의 세대를 편리하게 했지만 지금의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은 고통과 불안이다. 지구에서 벌어지는 두 개의 전쟁, 인공지능(AI)을 위협으로 생각하는 역설, 발전한 것 같으나 제자리걸음일 뿐인 인류의 현재에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인 것이다. “전쟁이 벌어지는데 무슨 잔치냐”고 말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고백처럼. 이 음악의 메시지를 곱씹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내뱉은 문장과 단어, 호흡까지 단 하나의 질문을 향해 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느냐고. 그동안 심규선은 음반을 통해 생태와 기후, 인류에 대한 메시지를 냈던 아티스트는 아니었다. 그저 사랑과 로맨스를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쯤으로 생각했다. 전혀 다른 분위기에 심규선이 아닌 줄 알았다. 전혀 다른 사람인 듯한 아티스트가 던지는 질문에 무엇으로 응답해야 할까. 또 다른 질문이 마구 쏟아지는 것은 나뿐일까. ©헤아릴 규

세상이 미쳐 돌아가도 너에게 전해줄 마지막 멜로디: ‘그래도 돼’

2024년 10월 25일
정겨운 영화의 한 장면 [괴물] 앞에서 가수 조용필의 뛰어난 위력을 느꼈다. 영화의 변주를 그저 패러디쯤으로 여겼다. 아날로그 텔레비전을 바라보는 배우 이솜의 장면과 갑자기 등장한 영화 속 낯선 이솜에게서 한 가지 의아한 감정을 느낀다. ‘당신이 저기에 있어서는 안 되는데.’ 머지않아 이솜의 흔들리는 눈빛에서 알츠하이머라는 불편한 진실을 떠올리고 말았다. 장면의 변주는 [부산행]과 [응답하라 1997]을 떠올리게 했고 마냥 패러디처럼 보이던 파편화된 장면들은 곧 한 여인의 인생임을 깨닫는다. 전 인생을 아날로그 텔레비전으로 다시 보는 병실 속 이솜은 알츠하이머 환자인 것이다. 이름조차 없는 6·25전쟁과 어쩔 수 없는 아들의 군 입대, 여인은 말없이 미소를 가득 안은 채 사랑하는 이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기억은 더 멀리 1991년 학예회로 돌아간다. 텔레비전에서 사진을 찍어주던 낯익은 얼굴을 본 여인의 미소는 곧 무표정으로 바뀌고 곧 간호사였음이 드러난다. 여인을 애초롭게 바라보는 배우 박근형의 낯빛은 더욱 장면을 슬프게 만든다. 아날로그 텔레비전에서는 여인의 기억이 끊임없이 재생된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괴물과 한국의 경제 성장 그리고 발전사, 딸의 수능, 아들의 군 입대, 학예회, 점차 기억은 어렸을 소녀의 시간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마주한 어머니. 가장 원초적인 고향이 속삭인다. “그래도 돼.” 무릎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강한 힘. 다시 그 힘이 다음의 시간을 살아가는 배우 전미도와 변요한에게 미소가 되어준다. 영화 [괴물]과 [부산행]까지는 그래도 괜찮은 서사였다고 생각한다. 살만한 시대의 살만한 메시지 말이다. 이후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 [더 글로리]에 이르러 현대 한국인은 더욱더 미래에 두려움을 느끼는 듯하다. 극단이 만든 자본주의의 숨겨진 웃음과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 경쟁, 개인으로 파편화되어 철저히 ‘서울’만 남은 한강의 최후 대한민국. 대한민국은 철저히 노인의 죽음을 묵인하고 있다. 압도적인 노인자살률과 노인 빈곤율은 다음의 시간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더욱 외면을 권고한다. 살아남기 위해 버려야 할 존재라는 것을. 여인 곁에 남은 박근형과 아날로그 텔레비전은 그나마 나은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그마저도 기억할 텔레비전조차 없는 이들은 끊임없는 기억의 변주 속에서 스스로의 세계가 사라져가는 공포를 매일 경험한다. 그동안 우리는 한국의 경제 성장과 발전사를 끝없이 찬사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트라우마를 단 한 번이라도 직면해 본 일이 있는지 묻고 싶다. 지금 여러분의 머리를 스쳐가는 수많은 잔혹한 사건들. 이름조차 없는 6·25전쟁까지도.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일단 1950년도 6·25전쟁을 겪으며 온 국민이 트라우마 환자예요. 그거 한 번도 제대로 치료한 적 없어요. 그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자식을 낳고 굉장히 집에서도 폭력적으로 자식들한테 했고, 사회구조도 그렇게 돌아갔고…. 제주 4·3 그렇게 민간인이 3만명이 학살당했는데, 그 트라우마 한 번도 치료한 적 없어요. 광주항쟁? 한 번도 치료한 적 없어요. 이런 것들이…. 트라우마를 입은 사람들이 온 사회에 굉장히 넓게 퍼져있는데…. 그런 것들이 이렇게 누적이 되다 보면 타인에게 적절한 정도의 공감을 한다든지, 타인의 고통에 감정이입을 한다는 것이 사회구조적으로 굉장히 어려워져요.”(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정혜신) 발전의 정점에 이르러 사람들이 미치고 좀비가 되어도 여인은 웃는다. 피부가 쭈글쭈글해지고 나무 도형을 맞추지 못해도 여인은 웃는다. 여인에게 남자는 슈트 입은 멋진 아들이고 여자는 마법 소녀로 변신한 딸로 보일뿐이다. 그럼에도 여인은 환하게 웃는다. 여인은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기억한다. 가왕 조용필 신보 11년 만전 국민 눈시울 붉힌 뮤비 외면하고 싶은 진실애틋한 눈빛의 노쇠한 남자한국 발전사와 소녀의 시간 그렇게 보이는 이유천만 영화의 서글픈 변주에마냥 패러디인 줄 알았는데 그리고 던지는 질문완벽한 알츠하이머 연기와‘자신을 믿어 믿어 보라’는조용필의 간절한 멜로디에한국의 트라우마를 묻는다 조용필은 이번 앨범을 두고 “이게 마지막일 것”임을 밝혔다. 그에게 마지막 멜로디는 패자에게 향해 있었다. “올봄 TV에서 스포츠 경기를 보는데 카메라가 패자는 전혀 비추지 않고 우승자만 비추더라. 그래서 ‘패자의 마음은 어떨까, 속상하고 섭섭하겠지만 나 같으면 다음엔 이길 거야, 힘을 가질 거야, 지금은 그래도 돼, 한 번 더’하는 생각을 했다.” 달에서 텔레비전을 바라보는 여인은 무엇을 의미할까. 뮤직비디오 연출을 맡은 이주형 감독은 “희망이란 단어가 유치하게 느껴질 정도로 어둠 속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 당신을 응원하는 음성과 시선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여인은 기억을 안은 채 다음 시간을

퇴사 후, 아들과 함께 푸드트럭 타고 ‘맛있는 여행길’:「아메리칸 셰프」

2024년 06월 05일
아메리칸 셰프 존 패브로 | 114분 | 15세+ | 2014 자신의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도 모자라 전 국민 앞에서 망신당한 기분이란 무엇일까. 유명 헤드 셰프 칼 캐스퍼가 요리 평론가 렘지 미첼과 싸우고 레스토랑 골루아즈를 관둔 채 아들과 함께 푸드트럭을 타고 미국 일대를 일주하는 내용이다. 딱히 갈등 없는 단선적 영화에서 드러난 건 요리에 대한 칼의 진심뿐이다. 그 진심이 때론 아들 퍼시에겐 외로움을 안겨주는 아버지일 테지만 셰프로서는 최고의 요리사라는 이면을 그려내는 도구로 쓰인다. 요리에 대한 칼의 진심은 미첼에게 분노하고 골루아즈를 때려치우게 만들어 벼랑 끝으로 내몰게 만드는 분열의 힘이지만 아들과 미국 일대를 일주하며 하나가 되게 만드는 사랑의 힘이기도 했다. 칼의 진심은 아버지로서의 셰프가 아닌 셰프로서의 아버지로 퍼시에게 나타났을 때 절정에 달했다. 타버린 쿠바 샌드위치를 “그냥 팔아버리면 되지 않냐”고 묻는 아들을 따로 불러 “나는 이 일을 정말로 사랑하는데 그래서야 되겠냐”고 되 물으며 진심을 고백한다. 일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아들 퍼시는 아쉬워한다. 칼도 퍼시가 편집한 지난날의 영상을 되돌아보며 주말에도 아버지를 도울 수 있겠냐고 제안한다. 영화 후반 미첼과 화해하는 모습은 짧은 러닝타임으로 이해하기엔 갑작스러운 장면이다. 평론 블로그까지 팔아가며 칼을 돕는 미첼의

나의 희망으로 연결할 작은 틈의 ‘너의 음악’:「비긴어게인」

2024년 06월 05일
남자친구의 바람으로 배신당한 주인공 작곡가 그레타가 실패한 음반프로듀서 댄을 만나 앨범을 만드는 내용의 로드무비. 마음을 울리는 노래에 감격을 쏟을지도 모르니 주의하시길. “Here comes the train/upon the track/There goes the pain/it cuts to black(열차가 들어오고 있어/선로를 따라/고통이 사라져 가/저 멀리)” 비긴어게인존 카니 감독 | 104분 | 15세+ | 2014 그레타를 뮤직바에서 처음 만난 댄은 반쯤 미쳐 있었다. 미치지 않으면 이상했다. 딸이 보던 자리에서 동창에게 해고 통보를 받았으니 말이다. 그레타라고 다를 게 없었다. 이제 막 성공해 뉴욕으로 올라온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웠으니. 그레타의 친구 스티븐이 그를 앞세워 무대에 세웠다. 관객이 보는 자리에서 평소 작곡한 노래를 불러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그레타를 어쩔 수 없이 순응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무심한 태도에 똥 씹은 표정을 짓고 만다. 오늘은 정말 날이 아닌가보다. 가만 놔둬도 열불 날 상황인데 댄이 다가와 명함을 내민다. 스카웃 제의였다. 쿨하게 거절했으나 댄은 포기하지 않는다. 댄은 솔직하게 자신의 비참한 현실을 고백한다. 그레타는 그와 술 한 잔 걸치며 음악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하룻밤이 지나 그레타는 댄과 함께 앨범을 만들기로 결정한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줄의 희망을 멜로디에 담았다. 시작부터 그레타와 댄의 극한의 절망을 보여주었기 때문인지, 더는 내려갈 지하가 없다는 듯 하나 둘 음악을 만들어 간다. 음악은 그레타와 댄을 연결하는 소재로 등장한다. 또한 음악은 다른 이들과 이어진 통로로 묘사된다. 그레타와 댄은 하나의 완성된 앨범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결코 혼자 만들 수 없기에 사람들을 초대한다. 이 과정에서 댄은 자신의 아픈 손가락인 딸 바이올렛과 아내를 기꺼이 초청한다. 가정불화에 따로 살던 댄이 다시 가정으로 돌아간 일은 음악이 아니라면 불가능했다. 술만 마시던 댄이 콜라를 마시며 “이 고약한 걸 어떻게 마신대?”라고 농담할 수 있었던 것도 앨범 제작에 온몸을 불사른 덕분이었다. 현실을 살아갈 힘이 과거의 아픔마저 묻어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레타 역시 앨범을 만들며 치유 받는다. 자신의 슬픔과 분노, 고통을 진정성 있는 노래로 말할 수 있을 때 아픔을 극복할 수 있었다.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아이작 디네센의 뉴욕타임스 인터뷰를 인용한다. “모든 슬픔은 말로 옮겨서 이야기로 만들면 견뎌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하철에서 경험한 고독한 감정을 멜로디로 풀어낸 그레타처럼 진정성 있는 노래는 사람들에게 앞서 자신에게 위로를 준다. 술술 풀리는 장면들을 보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감독의 아시아인 비하 장면에 표정을 찌푸릴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일관된 메시지, 지금 여기에 충실하면 언젠가 아픔도 무던히 넘어갈 거라는 교훈만은 가슴에 남을 것이다. 달라지지 않은 비참한 현실에 노래가 무슨 소용일까 물을지 모른다. 그레타와 댄의 절망스러운 그 밤도 노래 덕분에 암흑을 견딜 수 있었다. 노래를 들을 때마다 알 수 없는 데서 부는 바람처럼, 희망이 오는 것만 같은 이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이제껏 의미 없는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다는 역설 말이다. 영화의 원제를 다시금 곱씹어 봤다. ‘노래가 당신을 구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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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소랑 2026년 8월 5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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