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끝나든 뭐든 간에 시궁창 같은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며칠 전에 읽은 신문 칼럼이 떠올랐다. “돈 많은 사람들이 다 똑똑한 건 아닌 것처럼, 똑똑한 사람들이 다 돈만 좇는 건 아니다 (……) 오스카 와일드의 말처럼,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 살지만, 몇몇은 별을 바라보는 법. 그들의 분투를 응원한다.” 이 글을 읽을 때만 해도 추운 겨울이었는데 어느덧 미세먼지가 나도는 봄 초입에 들어섰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러나 삶은 여전히 시궁창. 절망 그 잡채. 터벌터벌 오늘도 어김없이 발걸음은 서대문역에 다다르고, 정말 정말 회사에 가기 싫은 나머지 늦든 말든 스벅에서 화이트초콜릿모카를 시키고 자리에 널브러지고 말았다. 그러나 피할 수는 없었다. 돈은 벌어야 했으니까.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언제나 물었다. ‘행운은 언제쯤 나를 구원할까’ ‘어쩌면 행운은 내게서 멀지도 몰라’ ‘일생일대 한 번뿐이 아니라, 아예 없을지도 몰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금세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동료와 그냥저냥 식사를 마치고 식당 건물을 나오려는 순간 생각지 못한 빗방울에 짜증이 솟구쳤다. 안 그래도 싫증나는 하루인데, 비 너마저 쏟아져야만 했니. 그러다 내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장면을 보고 말았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애가 기타를 메고 어디론가 가는 모습을 눈에 담은 것이다. 문득 내 안에 잠든 무언가가 꿈틀 거렸다. 네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무척 오랜만에 깨달은 것 마냥. 나도 모르게 그 애한테 말을 걸고 말았다. “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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