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새노래 디지털판970 [현실논단] 지금, 여기를 꺾은 대가 한 번의 검색이 전부였다. ‘꽃봉오리를 꺾지 말라’. 현직 교수, 그것도 내일 제출해야 할 과제하다 말고 눈물 흘리며 써 내려갔을 글줄을 눈앞에 두니 아뜩했다. 망할 놈의 교회는 날 가르치던 교수의 학위를 조작이라 고발했다. 직접 웹사이트에 검색해보라며 디테일한 논문 검색 방법까지 담아놓은 글 안에는 총회장으로 보이는 아버지 같은 인간까지 찾아가 눈물 흘리며 호소했던 그 밤 서러움이 생생했다. 하다하다 조작된 학위조작설로 교수 임용 철회를 요구하던 10년 전, 모교라 부르기도 부끄러운 그곳 풍경 이야기다. 돈이면 다 되는 세계라 그렇다. 학부 3학년이 되어서도 새로운 세상은 도래하지 않았다. 우울증은 깊어져 갔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먹고 살지, 해놓은 공부는 있었는지 앞길이 보이지 않았다. 노래.. 2021. 7. 12. 21:52 [에셀라 시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을 때 A를 물었으면 A에 대해 말하는 게 정상이다. 대학 이름을 묻지 않는 건 하등 필요없는 논점으로 이어지거나 대화의 핑퐁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대학 이름 대신 전공을 묻는 건 소통에서 실리적이다. 어떤 일을 하는지, 무슨 일이 가능한지 묻는 게 상대방의 관심사를 이해하는데에도 도움을 준다. 나아가 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진다면 살아온 배경을 묻게 되고 자연스레 대학 이름이 나오며 환경을 가늠한다. 하등 쓸데없는 소득 수준, 자가용은 가지고 있는지, 원룸에서 사는지 투룸에서 사는지를 묻지 않는다. 필요 없으므로 묻지 않을 뿐이다. 여럿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아도 단시간 안에 상대를 파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편리한 방법이 시간의 검증뿐이지 않을까.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시간의 검증만이 가.. 2021. 7. 12. 21:49 [일과속기록] 보고 싶은 새끼 진지한 대화를 마쳐도 미동 않는 녀석을 쳐다보며 한 숨만 쉬었다. 휴학을 선택하면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자명했다. 4년은 마쳐야 않겠냐는 지극히 당연한 말들에도 대답이 없었다. 신학교는 졸업해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목회 아니면 처음부터 다시 세상에서 시작해야 한다. 악수조차 건네지 않는 목사의 철없는 행보를 오냐오냐 챙겨줘도 모자랄 판. 신앙은 고사하고 생계조차 챙기지 못하는 현실에 퇴학을 결정한 녀석의 행보를 마냥 이해하지 못한 건 아니다. 교회와 신학은 괴리 그 자체다. 오죽하면 현장이란 말, 필드(field)로 나와 보면 시선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을 지경이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써먹지를 못하니 전도부터 성서신학, 조직신학에 이르기까지 무의미해지는 건 시간문제다. 교회 성장 위해서 이것.. 2021. 7. 12. 21:41 [지애문학] 배제 아침부터 차장한테 깨져야 했다. 일러스트 그따구로 그릴 거면 때려치우라고. 언제부터 신문이 개인 연애편지 쪼가리였느냐고. 그딴 종이 쪼가리 윤전기에서 태어나자마자 외국에 버려지잖느냐 내뱉을 뻔 했다. 자유의새노래는 좀 이상한 신문이다. 한갓 변호사에 불과한 30대 남자를 견제하다 못해 악마를 변호하는 능력 있는 악당으로 몰아가질 않나 다소 괴랄하게 보이도록 그리라질 않나. 그러면서 논설위원은 밥도 먹는데. 적당히 거리를 두기는 두지만 뒤에서는 기회라도 생긴다면 단번에 칼 꼽을 만한 느낌적 느낌. 아직까진 여기만한 일자리도 없고 노동은 고 돼도 남는 건 있으니 버텨야 했다.유독 김 변호사 일러스트만 샤프한 그림체에 며칠 전부턴 몰래 하트까지 새겨 넣었으니. 신문을 보아 온 예리한 독자가 진짜로 찾아낼 줄,.. 2021. 5. 25. 22:36 [지애문학] 위로 남의 집 냄새는 언제나 맡아도 낯설다. 남자친구 작은 원룸 나서던 순간까지도 홀아비 냄새가 익지를 못했다. 낯설다는 풍경이 내게 가져다준 불편함은 너에게 내 사람이 될 수 있을지를 직감으로 깨닫게 만드는 감정이다. 어머니가 출근하고 빈 현호의 집에도 낯선 냄새가 가득했다. 순전히 현호의 냄새뿐이었다. 아기자기 알록달록 쿠션 위 가족사진과 식탁처럼 보이는 공간에 누가 봐도 현호가 만든 걸로 보이는 나무 모형이 옹기종기 항해할 요량을 갖추었다.늦점심이 되어서야 베란다 앞으로 져가는 햇빛이 외로운 저녁으로 들어가는 현호의 마음을 그리는 것 같았다. 가방을 내려놓고 소파에 앉아서 생각했다. 무어라 말해주어야 할지, 어떤 말로 놀라지 않게 다가갈지, 혹시나 싫어하지는 않을지. 무릎에 팔꿈치를 올려두고 손가락을 펴.. 2021. 5. 24. 22:28 [알립니다] 일부 기사를 비공개로 전환합니다 새로 바뀐 2021년도 자유의새노래 편집방향에 따라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는 기사를 비공개로 전환합니다. 전환 대상 기사는 24일부터 접근이 불가합니다. 2021. 5. 24. 21:09 [에셀라 시론] 두 번의 실패와 좌절 앞에서 두 차례 실패를 경험하고 두 번의 좌절을 맞이해서야 방도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변화라는 건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했다. 그 엄청난 용기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았다. 누군가로부터 얻는 선물도, 마음만 먹는다고 주어질 일시적 단호함도 아니다. 그저 순간의 선택으로 보이지만 인생 항로의 몇 도를 틀만한 강력하고 영향력을 가지는 엄청난 용기를 두 번의 좌절을 맞아서도 발휘하지 못했다. 바로 ‘나는 낡았구나’라고 생각한 끝에 스스로가 부끄러워진 이유다. 전통적이고 당연했던 공간에서 벗어나는 순간 경험한 감정인 해방감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현실이란 공간에 이르러서야, 해방 너머 풍경을 직시했다. ‘나는 낡았구나’ 좌절 앞에 변화의 필요를 깨달았지만,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를 알지 못했다. 코로나를 겪.. 2021. 5. 15. 23:19 [ㅁㅅㅎ] ~ 문제, 속 시원하다 구질구질 질척질척 네가 먼저 정리해서 이렇게나 기분 좋아 운명인가 꿈인걸까 정리하니 너무 좋아 이제 안녕! 탈 교회, 철취엑시트(church-exit)는 당연했던 전통과의 상존(常存)을 무너뜨림으로써 당연하던 시대가 당연하지 않을 수 있음을 가리킨다. 전통과의 상존은 현재에도 유효하다. 가부장 사회와 권위주의, 성엄숙주의……. “구질구질”할 지경으로 치달은 관계 역시도 전통이라는 이제껏 그래왔던 터부(taboo)시 된 당연하던 시대였음에 해방감을 느낀다. 오히려 당연하지 않음이 당연한 게 아니었을까, 당연하지 않은 분위기와 당연함을 경험하는 해방 속에서 즐거운 감정을 느낀다. 2021. 5. 15. 15:01 [에셀라 시론] 슬픔을 거슬러 네 얼굴 쓰다듬고서 이제 곧 청력을 잃는다던 상황에서 신발을 벗고 맨발로 나무 바닥에 엎드린다. 열 두 살에 청력을 잃은 에버린 글레니(Evelyn Glennie)처럼 듣겠노라 다시금 들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자 루미는 건우의 솔직한 말을 듣지 못했다. 그래도 상관없던 루미의 미소에는 슬픔도 있었고 희미한 즐거움과 애틋한 감정이 있었다. 진짜 얘기 좀 해보라는 말에 그 때 미워서 내친 게 아닌 것을 알지 않느냐던 건우의 음성 언어를 듣지 못해도 그 마음을 알고 있었다. 사랑은 음성 언어라는 한계를 뚫고 상대의 마음에 가닿는다. 늦가을임에도 냉기를 만져가며 오감을 느끼려던 루미의 슬픔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도처에 기온이 싸늘한 시대에 아무 것도 듣지 못하고 느끼지도 못하는 이들이 넘쳐난다. 모든 것이 상품으로 전시되고 소.. 2021. 5. 5. 22:36 [지금,여기] 와, 바다에게도 노래 불러 줄 수 있구나 다양한 결을 가진 민중미술과 민중가요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노동자 노래단’과 ‘삶의 노래 예울림’이라는 노래패가 합쳐져 지금의 꽃다지가 등장한다.꽃다지는 편견을 버리게 도왔다. 삶. 민중가요는 증오와 투쟁만을 담지 않았다. 2011년에 발매한 정규 4집 「노래의 꿈」(2011.12.09)이 그렇다. 꼭 외길 투쟁만으로 해석하지 않아도 ‘두 눈을 똑바로’가 내가 믿는 정의와 멀지 않음을 말한다. ‘내가 왜?’ ‘당부’처럼 슬픈 염원을 담기도 하지만 ‘친구에게’ ‘한결이’처럼 일상의 메시지로 친근하게 다가온다. 코로나를 맞아 꽃다지도 유튜브에서 활동한다. 콘서트 실황과 클립 영상이 올라왔다. 정윤경 보컬이 잠잠하게 바다의 시각으로 인간 향해 노래 부른다. 시화호를 생각하며 부른 곡이다... 2021. 5. 5. 19:58 이전 1 ··· 44 45 46 47 48 49 50 ··· 9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