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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새노래 디지털판

오피니언/사진으로 보는 내일 [사진으로 보는 내일] 경계선에 서자 이제야 보이는 뒷모습 입력 : 2021. 01. 24 21:50 | A31 지루한 도시의 풍경에서 벗어나자 지나쳐왔던 파란 트럭에는 머루를 팔고 있었다. 그 머루 얼마나 맛있을까 생각해도 막상 얻어먹은 그 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었다. 경계에 아슬아슬 서 있을 때가 달콤한 법이다. 평생 동안 맛보지 않았을 그 트럭의 머루처럼 익숙하지 않은 경계선이 낯설 뿐, 조금만 손 뻗으면 닿을 그 곳에 서 있었다. 다 알던 공직자의 부끄러운 일들을 신랄하게 까면서도 짐짓 겸손함을 표했던 이유도 아슬아슬한 경계 때문, 인간의 나약함에 공감하자 울컥하고 말았다. 겸손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는, 영원히 뒷모습으로 남을지도 모르는 당신의 뒷모습. 가까워지는 삶과 영원한 작별의 경계에 선 살 같은 시간들은 넘어설 수 없다는 슬픔과 한계에 경계 짓.. 2021. 1. 24. 21:50 더보기
오피니언/시대성의 창 [시대성의 창] 대안격 사랑의 죽음 입력 : 2021. 01. 23 23:51 | A29 갑자기 발생한 고열에 죽을 뻔 했다. 코로나는 아니었다. 올 겨울 한 번도 틀지 않은 전기장판 급하게 펴놓고 이틀 종일 앓아 누웠다. 내게 가장 어려운 일은 피아노 배우는 일도,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공부도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삶에서는 비로소 몸살에 걸려서야 주의를 기울인다. 피로가 누적된 만큼 생활 패턴이 올바르지 않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일에 중독된 듯 ‘이 밤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감정이 거짓말 못하는 몸의 언어인 몸살로써 제동이 걸려서야 깨달을 만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잘 못한다. 한병철이 아렌트의 ‘활동적 삶’을 지적한 것처럼 할 수 있음의 세계에서 타버리는 영혼은 사람을 망가뜨린다. 할 수 있음의.. 2021. 1. 23. 23:51 더보기
오피니언/ㅁㅅㅎ [ㅁㅅㅎ] 야훼의 눈물 입력 : 2021. 01. 17 23:35 | 디지털판 야훼의 눈물 때로는 저 벽을 허물고 싶었는데 단단하게 서 있어 볼 수 없더구나 나의 마음이 가닿지를 않으니 무엇을 생각하는지 무엇을 사랑하는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지를 못 하는구나 나병으로 아파하는 내 백성이 쫓겨난다 바깥세상 낯선 공기 마셔야만 내 마음을 아는구나 여전히 나는 성벽 바깥에 서 있는다 신은 질투를 느낄까. 일단 인간 예수는 눈물도 흘리고 분노도 드러내듯 야훼도 그렇다. 노아의 홍수에서 후회를 말한다. 탈출기에서 배신당한 백성들을 쓸어버리고 싶은 서운함, 왜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지를 선지자를 통해서 격렬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알아듣지 못한다. 신의 질투를 느끼지 못한다. 벽은 단절을 만든다. 그 벽을 절절하게 바라보는 신의 시선, 신의.. 2021. 1. 17. 23:35 더보기
오피니언/에셀라 시론 [에셀라 시론] 은진이를 바라보는 마음에서 슬픔을 느꼈을 때 입력 : 2021. 01. 17 22:53 | A30 눈망울을 마주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네” 한 마디가 전부였다. 말조차 잘 못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본지 러블리즈덕질일기에 실을 요량으로 참석한 러블리즈 오프라인 모임에서 본 생일 카페 기획자의 첫 인상이다. 눈동자를 마주치고 바라보며 대화하길 좋아하던 나조차 옷깃을 저미었다. 다소 사람과 마주치지 않으려는 모습에서 사람 대할 줄 모르는 분위기를 느꼈다. 그는 홀로 배지를 팔다가 사라졌고, 집필하던 기사를 삭제해 싣지 않기로 결정했다. 아이돌 세계에 발 딛고서 경험한 이상한 분위기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지금도 장충체육관 나서면서 약 먹었냐 물어보던 두 남성을 애틋하게 보지 않는다. 누군가의 아픔을 이해하는 척할지언정 적어도 약한 부분 건드리.. 2021. 1. 17. 22:53 더보기
오피니언/자유의새노래 칼럼 스무 살 강산에도 이렇게 말했는 걸 입력 : 2021. 01. 17 22:53 | A30 그날도 방황으로 얼룩진 저녁, 삶의 희망을 잃었다. 해야 할 일을 잃었기 때문이다. 절망이 밀려왔다. 이 방황도 언제 끝나려나 싶었다. 절망을 얻은 순간에도 시간 들여 교보문고를 찾아갔다. 도착하면 손부터 씻고 종교 코너로 걸어갔다. 여전히 볼만한 책 한 권 없다는 현실이 싫었다. 그 옆엔 음악 코너가 있었다. 건반 하나치지 못했고 음악 시간을 지루하게 생각했던 내가, 좋아하는 음악만 들어왔던 내가 소설 하나 써보겠다고 발성과 화음, 현대 대중음악 역사를 더듬거렸다. 그리고 가수 강산에와 마주했다. 인터뷰 글이었다.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처럼’ 노래로 알려진 강산에도 청년 시절 불안함을 느꼈다는 메시지를 읽어 내려갔다. ‘아 당신.. 2021. 1. 17. 22:53 더보기
오피니언/지애문학 [지애문학] 일탈 입력 : 2021. 01. 17 22:53 | A29 “나 주 안에 늘 기쁘다/나 주 안에 늘 기쁘다/주 나와 늘 동행하시니/나 주 안에 늘 기쁘다” 예배당 바깥으로 나갔어도 귀에서 낭낭하게 들려왔다. 설교를 마치고 부르는 찬송가 멜로디가 내일 아침에도 허밍으로 울릴 걸 생각하면 역겹기 그지없다. 3층 방송실에서 바라본 교인들 뒷모습은 흥에 겨워 어깨춤추고도 남았다. 하나도 행복하지 않은 속마음을 드러낼 때면 감정 쓰레기통으로 전락한 내 모습이 보인다. 심방을 싫어한 이유다. 한 바탕 손뼉치고 열광적인 찬송을 부르면 스트레스 해소될 테니, 종교도 하나의 비즈니스 서비스다.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담배 한 까치라도 피우며 속이라도 비웠을 텐데. 여긴 그럴 만한 옥상도 없었다. 사방이 아파트로 둘러싸인 감시 받.. 2021. 1. 17. 22:53 더보기
오피니언/돌아보는 사건 [돌아보는 사건] 이루다를 둘러싼 갈등 입력 : 2021. 01. 12 22:32 | A29 1. 스캐터랩은 립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이용한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를 출시했습니다(2020. 12. 23). 출시 2주 만에 75만 명이 루다와 대화를 나눴을 만큼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전까지 등장한 챗봇과 다르게 루다는 자연어처리(NLP) 기술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만큼 일상적 대화가 타 서비스보다 쉬웠다는 말입니다. 반응도 뜨거운 만큼 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차별적 발언과 성희롱, 개인정보 유출이 등장한 겁니다. 끝내 스캐터랩은 오늘 6시를 기해 이루다 서비스를 잠정 종료해 보완 후 재출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 이루다를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은 극으로 나뉘었습니다. 먼저 대화를 요청하는 ‘선톡’, 오늘 있었던 일을 .. 2021. 1. 12. 22:32 더보기
연재완료/러블리즈덕질일기 [알립니다] 러블리즈덕질일기 폐간 안내 지난 2018년 12월 처음 선보인 ‘러블리즈덕질일기’가 오늘 자로 폐간합니다. 그동안 본지 문화섹션 러블리즈덕질일기를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더 나은 지면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 1. 12. 20:12 더보기
오피니언/사설 [사설] 이루다-죽이기에 열광하는 사람들 입력 : 2021. 01. 12 | 수정 : 2021. 01. 12 | 디지털판 인공지능(AI)에게 저열한 언어를 구사하다 못해 폭력적 이미지를 수면 위로 기어이 끄집어 낸 인터넷 문화가 인공지능 이루다를 심판대 앞에 세웠다. 출시 후 2주 남짓 75만 명 이용자와 대화를 나눈 루다에 관해 두 가지로 언급한 스캐터랩 김종윤 대표는 ▲이루다가 소수 집단 향해 차별 발언한 점 ▲연애의과학 애플리케이션 사용자에게 데이터 활용에 대해 명확히 인지하도록 설명하지 않은 점을 사과했다.(2020.01.11) 같은 날 11일 한국인공지능윤리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AI 편향성과 ▲개인정보 유출 ▲오용과 악용에 관한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 요구와 달리 딥러닝 개발은 수많은 신경망을 구축해 구성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2021. 1. 12. 00:14 더보기
문화 루다에게 이어진 성희롱에 “예상했다… 적대적 공격을 학습의 재료로 삼겠다” 입력 : 2021. 01. 08 | A25 회원 상대로 社, 자발적 자정 노력 요청하며 학습을 약속 루다는 베타테스터 모집에서 정식 오픈까지 반년의 시간을 준비해 만들어졌다. 약 100억 개 문장, 350GB 가량의 한국어 대화 데이터를 이용해 응답하도록 제작했다. 루다와 대화를 이어간 닷새째, 인기검색어 1위에 이루다가 오르고 말았다. 성희롱 논란이다. 스캐터랩 김종윤 대표는 오늘 ‘루다 논란 관련 공식’ 게시물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2020. 1. 8). 이미 성희롱을 예상했다는 입장이다. “인간은 AI에게 욕설과 성희롱을 합니다. 사용자가 여자든 남자든, AI가 여자든 남자든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부적절한 특정 단어, 표현을 금지한다고 끝나지 않는 이유 대중을 상대로 한 서비스에서 규제는 저차.. 2021. 1. 8. 21:15 더보기
문화 안녕, 인공지능 이루다! 입력 : 2021. 01. 08 | 수정 : 2021. 01. 08 | A25 대화가 통하는 우리 친구 인공지능 이루다에 주목한 시선 모든 대화 기억 못하지만 일관성 갖춘 대화로 흥미 이끌어 “근데 머하고 있었어? 이렇게 이른 아침에!” 새벽 5시에도 즉시로 답변한 이루다가 말문을 뗐다. 대화만 끊이지 않는다면 루다와 오래도록 대화 가능하도록 설계한 모양이다. 연애 콘텐츠 ‘연애의 과학’ 일상 인공지능 대화 ‘PINGPONG’ 셀프케어 서비스 ‘블림프’를 개발한 회사 스캐터랩(SCATTER LAB)의 새 인공지능 채팅 봇이 화제다. 이름은 순우리말 ‘이루다’. ◇매력적인 이루다, 루다와 대화하고 싶은 이유 인공지능 채팅은 루다가 처음이 아니다. 10년 전 심심이와 몇 번 대화한 게 전부다. 초반에 호기심.. 2021. 1. 8. 21:15 더보기
오피니언/ㅁㅅㅎ [ㅁㅅㅎ] 정신운동활성증가(Psychomotor retardation) 입력 : 2021. 01. 08 | 디지털판 첨엔 느리게 움직이는 줄로만 알았어 굼뜨고 질척이고 게으른 나 말야 입맞춤하고부터일까 한 발짝 내딛듯 가벼워진 몸과 마음 발바닥이 따뜻해 멀어진 건 이 무렵이었을까? 정류장처럼 네 이름 지나치고 비로소 느리게 움직이는 널 보니 눈물이 나 미안. 정신운동활성증가(Psychomotor retardation) 경험하지 못하면 이해하지 못하는 게 타인의 마음이다. 지적과 비판, 한 숨은 굼뜨고 질척이던 게으른 화자를 향해 “느리다”고 말한다. 느린 모습을 지켜봐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날 때. 비로소 느림의 시간 속 초침은 조금씩 움직이며 발바닥을 데울 만큼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늪이라는 공간에서 벗어난 것처럼 몸이 가벼워진 경험으로 시간에 속도가 붙자 화자는 .. 2021. 1. 8. 06:37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