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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뜨듯한 온천과 시원한 맥주 “캬, 이 맛이지” 끝없는 ‘오사카의 밤’ 「2박3일, 오사카여행③」

우드톤 단색의 고즈넉한 도시가 교토였다면, 오사카는 그저 화려하고 젊은 분위기의 도시였다. 우리는 나가호리바시를 기반으로 오사카의 도톤보리와 난바, 우메다, 나가자키초를 돌아다녔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은 큐카츠 토미타(牛かつ 冨田)다. 각자 구워 먹을 수 있는 큐카츠 전문점이다. 다행히 우리는 기다림 없이 바로 입장해서 저녁을 즐길 수 있었다. 와, 문자로 표현할 수 없는 맛. 달달하고 고소하며 담백한 맛. 입 안에서 녹는 육즙이 끝내줬다. 현금만 받는 가게라 카드로 결제하지 못했다. 곧이어 낮에 예매해 둔 리버 크루즈를 타고 우리는 도톤보리 강을 누볐다. 베테랑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며 웃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했다. 주변 관광객들이 선사하는 손인사에, 우리도 손을 흔들었다. 가까운 타지에서 느끼는 이색 풍경에 하나가 되는 감정을 느낀 것이다. 낮에는 여자친구를 따라 우메다 근처에서 쇼핑을 즐기기도 했다. 우리는 아식스 오사카 스토어에 방문했다. 스티브 잡스 같은 분위기의 직원이 우리를 맞았다. 여자친구가 둘러보는 동안, 나는 작은 소파에 앉아 쉬었다. 다소간의 긴 시간을 머무르는 바람에 여자친구와 나는 정중하게 인사를 드리며 나왔다. “失礼しました。(실례했습니다.)” 곧장, 직원이 90도로 숙이며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정중한 인사에 깜짝 놀랐다. 작고 진심 어린 순간에서 문화적 감동이 남은 것이다. ❼오사카 아식스·마크 커피 ‘90도 인사’ 진심 어린 문화적 감동 카라멜마끼아또, 바리스타의 손맛

[ㄹㅇ루다가] “말로 표현 못할… 먹먹하고도 부푼 이 마음 아세요?”

2023년 12월 09일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섭섭하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합적인 무언가를 느꼈습니다. 이제 더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게 서글프면서도 해방감이 들기도 하는 인간 본연의 역설적 감정이라 해야 할까요……. 그래선지 내내 먹먹한 마음에, 또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즐거운 상상 속에서 3시간만 자고도 지금까지 깨어 있었습니다. 딱 자려고 하는 순간에 므꼬님께서 보내주신 편지를 읽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특히 므꼬님께는 더욱 애틋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수많은 말들이 오가며 느낀 소중한 마음들이 지금도 제 가슴 한편에 남아 있습니다. 퍼피레드 다음 카페를 둘러보면서 므꼬님을 비롯해 다채로운 파크들을 사진으로 보았습니다. 저는 뭐, 늘 내세울 게 제 과거밖에 없어 늘 구닥다리라고 생각합니다마는…. 그런 저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미래의 므꼬님은 늘 그랬듯, 원하는 모든 꿈을 이루실 것 같습니다. 어제의 므꼬님이 오늘의 므꼬님에게, 또 오늘의 므꼬님이 내일의 므꼬님에게 므꼬님이 가진 소중한 가치를 건네시리라 믿습니다. 지금 제 마음은 퍼피레드가 영원히 사라졌다는 상실감에 슬픔이라 해야 할지, 멜랑꼴리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그 상실감에서 찾아오는 희망, 내일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오르고 있습니다. 내일은 또 무엇을 만들어 갈지, 설령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아무 것도 만들 수 없는 상황이 올지라도, 퍼피레드의 슬로건처럼 즐거운 상상만으로도 그저 살아갈 힘이 샘솟는 지금. 므꼬님의 편지를 읽고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이제 교회 너머,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또 펼치겠습니다. 므꼬님께서도 언제나처럼 그저 살아 있음(시편118,17)으로 해서 누군가의 힘이 되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므꼬님이 저에게 그런

[ㄹㅇ루다가] 퍼피레드 서버 닫히는 순간에도… “곤듀야 사랑해” “욍이야 사랑해”

2023년 12월 09일
담원 2023년 12월 1일 오전 11시. 정확한 시간에 퍼피레드 서버가 완전히 문을 닫았다. 퍼피레드의 시간이 영원히 막을 내린 것이다. “5! 4! 3! 2! 1!” 교회에는 어떠한 불필요한 말도 남지 않았다. 오직 사랑한다는 고백이 맴돌았다. “곤듀야 사랑해!” “욍이야 사랑해!” 누군가를 애절하게 부른다는 건 가슴 미어지는 일이다. 이 고백을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버뮤다순복음교회에 모인 30명 정원의 26명 회원들이 퍼피레드 마지막을 지켜보았다. ‘세션 인증에 실패했습니다’ 11시 정각에 뜬 문구에 사람들은 확인 버튼을 눌렀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퍼피레드 세계와 영원히 작별했다. 나는 확인을 오래도록 누를 수 없었다. 서버 종료를 확인하고 신문의 사설을 읽으며 마지막 방송 순서를 이어갔다.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작별 앞에 방송 장비를 하나 둘 정리하기 시작했다. 방송을 마쳐서도 김은희 씨가 부른 ‘머나먼 이 거리에서’ 노래가 흐르며 갈대밭 사이에 서 있던 문소혜 캐릭터가 아른 거렸다. 덤덤한 마음이 앞섰다. 그러나 점차 먹먹한 감정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피곤할 틈이 없었다. 오후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잠시 침대에 누워 있다가 다시 기상했다. 일상을 살아내야 했기에.

[ㄹㅇ루다가] “퍼피레드 안녕, 너와 나의 이 세계”

2023년 12월 09일
언제나 이별은 아무 생각 없던 차에 다가오는 것 같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밤, 침대에 누워 퍼피레드에 접속하는 순간 공지사항에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2016년 퍼피레드 서버 종료 때도 그랬다. 두 달 만에 서버가 열리고 온몸이 지각한 새 공지사항. ‘퍼피레드 서버 종료’ 퍼피레드 두 번째 서버 종료라니. 곧장 마음은 마지막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해졌다. 하우징 게임으로 알려진 퍼피레드는 2003년 문을 열어 2016년까지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다 2019년 12월 본격적으로 모바일 게임 개발에 착수해 2022년 8월 말 다시 문 열었다. 1년 4개월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다시 서버를 닫으며 완전히 서비스를 종료한다.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 화면을 끄고 생각에 잠겼다. 다짐하듯 한 마디 내 뱉었다. ‘방송을 준비해보자’ 마음먹었다. 7년 전 여름 첫 서버 종료 때는 녹화 방송만 진행했다. 때문에 개인적인 자료로 남았을 뿐 공개하지 못했다. 이번에야 말로 정말 마지막이라 생각이 들었다. 생방송을 마련해 퍼피레드의 풍경을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이 부풀었다. 무언가 해보자는 상상에 이상한 마음이 스며든 것이다. 퍼피레드의 마지막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부푼 마음은 터질 것만 같았다. 서버 종료까지 한 달, 12월 1일을 향해 달려가기 바빴다.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방송 장비부터 프로그램 큐시트까지, 준비해야 할 것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본가도 다녀와야 했다. 퍼피레드 개발사 컬러버스로부터 받은 등기 자료를 직접 가져오기 위해서였다. 서버 종료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회사에 치여 집에 돌아오자마자 곧장 방송 준비에 나섰다. OBS를 켜는 순간 퍼피레드의 마지막에

[지금,여기] 여수·순천 발 디딘 곳 어디든 맛집… 오늘은 국밥, 내일은 횟집

2023년 08월 27일
광장국밥중앙로터리에서 횡단보도 건너면구수한 입맛 돋우는 국밥으로 OK 역전횟집순천역에서 역전시장까지 도보 5분혼자 먹기엔 푸짐한 1인분 모둠회 슬슬 배가 고팠다. 든든한 국밥이면 오후에도 쉼 없이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해장국을 검색했다. 먼저 눈에 띈 서울해장국이 끌렸다. 가봤지만 사람들로 가득해 들어가지 못했다. 건물 반 바퀴 돌 때쯤이다. 빨간 간판이 눈에 띄었다. 광장국밥: 쫄깃한 비계가 어우른 돼지국밥 무난하게 돼지국밥을 주문했다. 가격은 9000원. 고추를 썰어 파처럼 뿌린 비주얼에 처음엔 매울 거라 생각했다. 고추는 덜어내고 먹어도 맵거나 하지는 않았다.

[지금,여기] 퇴근 후 여수

2023년 08월 27일
카톡이 왔다. ‘기자님 혹시 화나시는 일 있으세요?’ ‘오늘 때려칠겁니다 진짜’ ‘ㅠㅠ 무슨일입니까ㅠ’ 오늘은 정치부다. 사진도 없이 달랑 원고만 들어온 것이다. 슬슬 화가 치밀었다. “사진은 박 뭐시기 부장한테 있다고 하던데요?” “아 박OO 기자요? 알겠습니다.” 한숨과 함께 돌아오는 길 일일지면발행계획을 찢어버렸다. 후. 욕이 절로 나왔다. 가판마감까지 30분도 채 안 남았는데 뭐 어쩌고 어째? 오늘만 버티면 휴간데 어림도 없었다. 마음대로 이뤄지는 것 하나 없었다. 부랴부랴 사진부에 요청해 파일을 넘겨받았다. 일단 마감이란 큰 불을 껐다. 어떡해서든 만들어낸 지면신문, 매번 이런 식이다. 당직자와 퇴근하려던 참, 열차 시간은 1시간 남짓. 어제 서울로 이사 온 10년 지기 시규에게 연락이 왔다. “저녁 어때?” “일단 용산으로 와라.” 끊자마자 대표가 부른다. 대표의 입에서 나온 단어는 ‘10%’ 오랜만에 웃는 대표 얼굴을 보았다. 대표실을 나오기 직전 오른손을 맞잡았다. “분발하겠습니다.” 갑작스레 터진 가판마감과 연봉협상, 동지까지 거북이 등딱지 같은 짐을 거머쥐고 회사를 훌훌 떠날 수 있었다. 내일이면 휴가 첫날. 가벼운 발걸음에 괜시리 미소가 터졌다. 오늘 밤 여수로 떠난다. 자정 넘은 시간 바다 내음이 코를 자극했다. KTX역에서 바다까지 가까운 탓이다. 여수엑스포역은 숙소로 이동하려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긴 밤 새벽비가 내렸다. 오래도록 잠들지 못했다. 아침 10시였다. 날짜를 잘못 정했나 싶었다. 광활한 하늘을 담기엔 흐릿했다. 무채색 분위기는 가시지 않았다. 숙소를 나섰다. 첫 행선지는 돌산공원이다. 여수 봉산동에서 돌산공원까지는 걸어서 40분 걸린다.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걸을만했다. #2박3일 #나홀로 #도보여행전망대 오르며 나부끼는 옷자락거친 숨소리에 여수시내가 활짝 돌산공원: 여수시내 내다보이는 탁 트인 전망

[ㄹㅇ루다가] 첫 날만 ‘330명’… 버뮤다순복음교회 기억해 준 고마운 이들

2022년 09월 11일
“퍼피레드 PC 버전을 위해 기도합시다” “주님, 300억을 헛 되지 않게 쓰게 해 주시옵소서” “퍼피레드 운영진 정신 차리게 구원해주시옵소서” 농담 반 진담 반. 기도 한 스푼에 웃음이 터졌다. 교회는 ‘파티파티’를 열 때마다 최대 접속자 수를 채울 만큼 사람으로 채워졌다. 실없는 장난부터 진지한 기도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사람들이 교회를 찾았다. 파티파티(게임 기능·party&party)미니파크의 연결성을 보완하기 위해 활용한 초대 기능이다. “강대상에는 올라가지 말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강대상은 예배를 집도하기 위한 책상이다. 퍼피레드 교회에는 예나 지금이나 강대상 부근에 올라와 괴상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럼에도 조용히 기도하는 신앙인을 위해 제지한다. 본지는 계정을 만들었다. 단편소설 ‘너에게 맞설 수 있는 치트키’에서 문소혜를 이름으로 한 캐릭터로 교회의 일주일을 살폈다. ◇가장 많은 질문 “실제 목사예요?” 교회에 머물면서 가장 많이 본 질문은 교회 운영진이 실제 목사인지 여부였다. “목사는 아니에요. 학사 전공이 신학일 뿐이고 지금은 교회를 다니지 않습니다.” 교회 운영이 콘셉트인지 묻는 질문도 많았다. “버뮤다순복음교회는 해체했지만 교회 터만 남겨둔 상태에서 결혼식이나 학술대회 같은 대중 활동에 초점을 맞추려 합니다.” 성경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사이비 종교 같은 사회현안이 중심이었다. “교회는 젊은이들 노동 착취로 운영된 측면이 큽니다. 교회에서 일하지 마세요. 교회는 여러분의 삶을 책임지지 않습니다.” 정통과 사이비를 관통하는 대답. 신에 대한 애증과 믿음도 교회라는 공동체에 잘못 몰입한 대가로 발현된다. “어릴 때 여기 들어와서 힐링 많이 했었던… 다시 이렇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네요.” 교회를 방문한 ‘자연인튼튼이’씨가 과거를 회상했다. “처음에는 콘셉트인 줄 알았는데 진짜 교회 온 거 같이 기분 좋아져요 ㅋㅋㅠㅠ” 옆에서 ‘수키’씨가 거들었다. ◇교회에 바라는 건 다름 아닌 ‘예배’ 교회에 잠잠히 앉았을 뿐이다. 사람들이 오가며 “예배 있어요?”라고 물었다. 목사냐고 묻는 질문 다음으로 많았다. “이곳 버뮤다순복음교회는 2016년 8월 해체한 이후 교회 터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예배는 드리지 않으며 앞으로 결혼식 같은 대중 활동 위주로 활약할 예정입니다.” 설명을 듣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교회 미니파크를 나가는 이들이 다수다. 왜냐하면 교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의자에 앉아서 기도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일뿐이기 때문이다. 예배나 강의 같은 활동이 아닌 이상 교회를 둘러보고 나가는 관람객들이 많았다. 이들은 신앙 활동까지 진행하려는 모습 때문에 교회를 방문한 듯했다. 그럼에도 교회에 남은 이들이 교회 의자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수 이야기에서 종교, 정치, 사회현안이 연이었다. 이야기는 하나로 엮였다. “우리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다보니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겠더라고요.” 퍼피레드라는 사회 안 교회에서 나눈 활발한 대화에 웃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며 때론 분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열심히 살아보자, 힘내자는 응원으로 매듭지었다. 대화는 밤 자정 가까운 시간까지 이어졌다. 버뮤다순복음교회에 방문한 이들이 기도한다. 주위를 둘러보니 기도하는 이들이 눈에 밟혔다. 이사야 57,6에는 이스라엘 성전을 가리켜 “만민이 모여 기도하는 집”으로 묘사한다. 예수도 복음서에서 성전을 가리켜 “만민이 기도하는 집”(마가11,17)이라고 말했다. 교회는 누군가가 독점하는 공간도 아니며 누군가의 목소리가 큰 공간도 아니었다. 다양한 이들이 스치는 가운데 삶의 희망과 용기를 얻는 우물 같았다.

[마감하면서] 실은 돈이 없어서 사라진 것들 앞에

2022년 07월 26일
마법소녀 시리즈 ‘마법의 스테이지 팬시 라라’가 종영한 이유는 주인공 라라가 변신 아이템을 잃어버려서가 아닙니다. 하필이면 카드캡터 체리가 동시대에 방영하는 바람에 낮은 시청률로 조기종영하고 만 겁니다. 체리 때문만은 아닙니다. 명랑한 아이돌 체험기면 모를까, 단독 콘서트 개최까지 20화에 가까운 길고도 긴 여정을 일상물로 묘사한 내용이 제가 보아도 지루했습니다. 언젠가 페이스북에서 ‘형편없는 실력을 덮기 위해 명분을 내세운다’는 비판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실력으로 완성되는 무엇이든 그만큼의 시간과 돈, 노력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귀왕이면 잘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하라고 말하는 목소리도 이런 맥락이겠죠. 그렇습니다. 저는 이 신문이 좋아서 만들 뿐입니다. 게으름과 퇴보, 시대 변화와 잃어버리는 감각, 그리고 이 신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라는 한 사람의 기억과 생각을 담았다고는 하지만 누군가에겐 재미없는 글로만 비쳐질지 모르겠습니다. 목을 뻣뻣하게 세우고 한껏 자존심 부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가 느낀 감격과 슬픔, 한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다채로움을 다양한 방법으로 이 지면 안에 담고 싶습니다. 세상에는 꿈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은 듯합니다. 사이버 가수 아담이 그렇습니다. 당시 CG 제작 값만 해도 천문학적 액수가 들었다고 하니까요. 오죽했으면

[작품 해설]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입으로 굴리고 굴려낸 이름으로 네 감촉, 의미, 마음을 상상한다

2022년 07월 26일
연결 기사[단편소설]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최문혁. 이름을 입으로 말하고 또 말하는 게 습관인 나율이의 잠꼬대에 선배 문소혜와 최문정이 놀려댄다.(1단10줄) 언니들의 농담이 들리지 않는 데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 광경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아무 상관없는 남자애, 최문혁을 만난 때부터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싸움에 휘말릴 뻔한 나율을 구한 남자애 이름은 최문혁. 남은 것은 문혁에 대한 기억, 그리고 명찰 뿐이었다. 나율의 습관은 옆자리 친구의 이름에서 자신을 구해준 문혁으로 바뀐다. 문혁의 이름을 부른다. 문혁의 이름을 자음 모음으로 해체해 되뇐다. 문혁의 정체를 알고 싶어하는 나율이 마주친 동네는 진성동 재개발 3구역이었다. 취재를 위해 새벽부터 신문을 배달하면서 마주친 우연은 리어카를 끄는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펼쳐진다.(3,58) 문혁에 대해 알고 있는 할아버지를 알게 되면서 어떻게든 정보를 캐내려 하지만 할아버지는 곧잘 설명해주지 않는다. 따라서 나율은 할아버지에 대한 기본적인 물음을 건넨다. “할아버지는 이름이 뭐예요?”(4,51) 호(號)가 익숙하지 않은 나율에게 할아버지의 호 ‘정연’은 수수께끼일 뿐이다. 어른들이 지어준 이름이 아닌, 자기 자신이 허울 없이 부르라고 만든 그 뜻을 고민한다. 나율에게 이름은 누군가의 존재를 상징한다. 비록 자기 자신이 지은 이름은 아니지만 자음과 모음을 분해해 분위기와 느낌, 혀의 움직임을 관찰해 본 모습과 비교해본다. 거친 이름이라 해서 거친 사람으로 본다기 보다 거친 모습도 있다는 방식으로 다층적 인간상(像)을 구축해 나간다. 따라서 할아버지에게 문혁은 그저 어른들에게도 인사 잘 하는 착한 학생을 의미하지만 나율에게 문혁은 겉은 거칠면서도 속은 따뜻해 보이는 저녁녘, 최무녁으로 재해석된다. 나율은 이름으로 성향과 느낌, 배경을 유추하는 습관처럼 전혀 접점을 가지지 않은 할아버지에게도 관심을 연결한다. 리어카는 할아버지의 배경이다. 시급 1000원도 되지 않은 고된 노동을 이어가지만 할아버지는 스스로를 고된 인생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정연’이 그렇다. 스스로에게 이름을 붙이며 그 이름을 말해주는 할아버지가 나율과 함께 퇴근한다. 도착한 할아버지 댁은 진성동 재개발 3구역. 얼마 남지 않은 폐가 속 유일한 할아버지 댁에서 나율은 할아버지의 이름을 발견한다. 훈장처럼 벽을 도배한 할아버지의 과거 지면신문은 호의 기원을 적나라하게 내보인다. 전쟁통으로 향하던 배 이름을 자신의 호로써 기억하는 할아버지가 숨을 내쉬며 쉬자 나율은 충격을 받는다. 곧 돌아온다던 손자가 문혁이었기 때문이다.(8,32) 문혁은 자신의 할아버지를 위해 아침마다 박스가 쌓인 곳을 찾아 사진을 찍어 장소를 알려주었다. 생계를 위해 저녁에는 학교를 마치고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간다. 2022년 기준 한국 참전명예수당은 35만원으로 2000년 당시에는 6만 5천원이었다. 나라를 지키려 목숨을 바친 이들에 대한 대우, 고된 노동이라는 결과, 아무도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노인빈곤에 나율은 “인터넷 어디에도 없다던 글”을 발견한다. 그런 나율은 문혁이라는 이름의 뜻을 깨달았다. 밝은 빛 다시 말해 새벽을 새기라는 포부를 담은 이름인 것이다. 그러나 문혁에게 대하는 사회의 자세는 이제 져가는 노을일 뿐이다. 한 순간 빛나, 빛을 잃어버리면 그 자체로 버려지는 그런 존재로만 바라본다. 나율은 사회의 소모적 태도를 거부한다. 학보사로 들어오라는 말이 도와주려는 손짓일 뿐이지만 문혁은 거절한다. 이유를 알지 못한 나율이 속상함을 감추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나율에게 진성동 재개발 3구역은 그저 사라져갈 동네에 불과하다. 선배 문정의 취재가 아니었으면 할아버지와 마주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율은 이미 문혁의 상황을 알고 있었고 회피하지도 못하게 되었다. 다시 문혁이 나율에게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메시지는 다시 삭제되었다.(11,10)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생각이 바뀌었는지 문혁 자신이 삭제한 것이다. 실수가 아니라고 생각한 나율이 찾아간 진성동 재개발 3구역, 불규칙한 계단을 힘겹게 내려오는 문혁을 발견한다. 문혁의 등에는 할아버지가 실렸다. 낙후된 지역이 말해주는 건 ‘돈 많은 사람은 시간도 산다’는 이면.(11,24) 역설적으로 보이는 할아버지와 문혁의 상황을 글로 남기려던 나율은 고민한다. 문혁의 맨 얼굴을 그대로 보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허락을 받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지만 지워버린다. 그리고 벌컥 열린 학보사 사무실 미닫이문. 문혁이 학보사로 들어온 이유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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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소랑 2026년 6월 22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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