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의 기록] 주안의 편지①- 교회를 매개로 연결된 벗님들에게

2020년 03월 20일

헬조선의 맛을 느꼈을 리가하고 농담처럼 말했지만. 힘들어서 교회를 찾아오던 분들도 물론 계셨습니다. 그 분들 닉네임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려움 중에 퍼피레드 교회를 찾아와 토설하듯 내뱉던 예배당 풍경은 10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습니다. 교회에서 예배를 집도한 나날보다 한 사람이 찾아와 기도를 요청하던 날들이 더 기억에 남는 이유는 아무도 모르게찾아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 캐릭터 옆에 이젤을 세워두고 자료 정리 중입니다. 잠수요라는 문구를 써 놓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혹시나 잠수 중인 상황을 모르고 다시 돌아가면 죄송해서요.

퍼피레드 서버 종료 사실을 알자 가슴에 내리 꽂는 충격에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게 남은 시간은 보름 남짓. 이 세계와 다시는 마주할 수 없다는 슬픔 속에 자료를 하나 둘 백업해 왔습니다. 마음 한 편에 가슴 아려온 미안함도 방명록을 읽어가며 더욱 진해져갔습니다. 버뮤다 순복음교회는 저도 모르는 사이 꽤 많은 분들에게 위로가 되는 공간이란 사실을 깨닫기까지 방명록에 수놓은 기록물을 하나씩 캡쳐하며 디지털 형식으로 정리하는 과정을 필요로 했습니다.

자그마치 10년이란 시간이 지났습니다. 저와 교회에 보내는 편지뿐 아니라 교회를 향한, 비천한 저를 위한 기도도 있다는 사실 앞에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과연 제가 이런 기도를 받을 만한 가치 있는 존재인지, 버뮤다 순복음교회가 그만한 교회인지 지금도 의문이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글이 줄이 되어간절한 소원의 기도로 이뤄진 줄글을 읽노라면, 저를 ’ ‘멋진님으로 대해주신 관계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온라인의 공간에서 물리적 한계를 제하면, 어떠한 단점도 찾을 수 없는 퍼피레드 세계에서 교회를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제겐 과분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무려 서버 종료 3년 전부터, 교회를 찾아와 교회서 함께한 추억을 남겨주실 때마다 교회 문을 더욱 활짝 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10시 소등도, 여전히 교회 문은 열려 있다는 또 다른 의미기도 했습니다. 알록달록 어둑해진 예배당 구석에 사무실을 마련한 것도, 퍼피레드를 하지 않으면서도 미니파크 창만은 열어둔 것도. 그 감사한 마음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공간임에도 예배당을 찾아 기도하고 새 날을 준비하던 설렌 마음, 일을 마치고 돌아와 넋두리 놓듯 눈을 감은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그 공간에서 위로를 받았다면 저는 기쁘고 고마울 겁니다.

저는 버뮤다 순복음교회를 주안이 해쳐먹은, ‘주안 집권 체제였다고 비판하곤 합니다. 교회의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저를 위해 기도하며. 자신을 나약함 앞에 기도하던 풍경들을 10년이 지나 되짚어보면. 퍼피레드에 양가적 감정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제 어리석은 마음을 이해하실는지 모르겠습니다. 10년이 지나 교회를 향한 고마운 마음을 감사의 인사로 이 지면을 빌어 발송합니다.

주후 2020321일  주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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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허탈했다. 하필 우리가 방문한 때가 ‘추분(秋分)의 날’이었다. 우리에게 추분은 평범한 날이지만, 일본에서는 공휴일인 모양이다. 오늘 낮에 방문했던 ‘도쿠라 교토 산조점(手づくりハンバーグの店 とくら 京都三条店)’에서 세트 메뉴 주문이 어쩐지 불가했다. 도쿠라 교토 산조점은 함박 스테이크를 파는 곳이다. 내가 먹은 명란 마요 함박 스테이크를 젓가락으로 자르자 쏟아져 나오는 육즙에 놀랐다. 40분을 바깥에서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❺무시야시나이 카드 결제 물으니 한국어로 “아, 네!” 달콤 디저트 카페 ❻센나리 새침한 접객 태도 허나 풍성한 식탁 평범 일본 가정식 즉석 데코레이션 디저트 카페 ‘무시야시나이’, 푸짐한 일본 가정식 ‘센나리’ 다만 우리의 발걸음이 잠시 중단돼야 했다. 오래도록 걸었기 때문이다. 은각사와 철학의 길을 걷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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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톤 단색의 고즈넉한 도시가 교토였다면, 오사카는 그저 화려하고 젊은 분위기의 도시였다. 우리는 나가호리바시를 기반으로 오사카의 도톤보리와 난바, 우메다, 나가자키초를 돌아다녔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은 큐카츠 토미타(牛かつ 冨田)다. 각자 구워 먹을 수 있는 큐카츠 전문점이다. 다행히 우리는 기다림 없이 바로 입장해서 저녁을 즐길 수 있었다. 와, 문자로 표현할 수 없는 맛. 달달하고 고소하며 담백한 맛. 입 안에서 녹는 육즙이 끝내줬다. 현금만 받는 가게라 카드로 결제하지 못했다. 곧이어 낮에 예매해 둔 리버 크루즈를 타고 우리는 도톤보리 강을 누볐다. 베테랑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며 웃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했다. 주변 관광객들이 선사하는 손인사에, 우리도 손을 흔들었다. 가까운 타지에서 느끼는 이색 풍경에 하나가 되는 감정을 느낀 것이다. 낮에는 여자친구를 따라 우메다 근처에서 쇼핑을 즐기기도 했다. 우리는 아식스 오사카 스토어에 방문했다. 스티브 잡스 같은 분위기의 직원이 우리를 맞았다. 여자친구가 둘러보는 동안, 나는 작은 소파에 앉아 쉬었다. 다소간의 긴 시간을 머무르는 바람에 여자친구와 나는 정중하게 인사를 드리며 나왔다. “失礼しました。(실례했습니다.)” 곧장, 직원이 90도로 숙이며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정중한 인사에 깜짝 놀랐다. 작고 진심 어린 순간에서 문화적 감동이 남은 것이다. ❼오사카 아식스·마크 커피 ‘90도 인사’ 진심 어린 문화적 감동 카라멜마끼아또, 바리스타의 손맛 ❽큐카츠 토미타·리버 크루즈 직접 구워 먹는 담백하고 고소한 맛 도톤보리 강 유람하는 이색 ‘밤풍경’ ❾소라니와 온천·토리키조쿠 온천물에 담근 설익은 발, 피로가 싹 여자친구와 마신 달달한 맥주 한 잔 감동은 나가자키초(中崎町)에서도 끊이지 않았다. 끝내 다다른 곳 ‘마크 커피 로스터스’에서 우리는 쉴 수 있었다. 나가자키초 카페 거리는 관광 친화적인 동네가 아니었다. 내부 사진 촬영이 어렵거나 현금 결제만 가능한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마크 커피에서 짧은 시간 지친 몸과 마음을 가누었다. 이따금 귀에 들려오는 일본 밴드 음악에 힐링이 되기도 했다. 카페에 머무는 동안, 오사카 시내에 짧은 가랑비가 내렸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우리는 고민했다. 예전부터 생각해온 곳을 예매했다. 벤텐초역(弁天町駅) 근처에 있는 소라니와 온천(空庭温泉)이 끌렸기 때문이다. 소라니와 온천은 다른 의미에서 놀라웠다. 이 가격에 이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여자친구는 일본 여행을 다녀와서도 “그날 숙소의 작은 욕조에 입욕제 넣어서 물 받아 넣고 몸을 담궜으면 평생 후회할 뻔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소라니와 온천은 일본 전통 의상인 유카타(浴衣)를 입고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특히 5층에서 4층으로 내려가면 공중정원에서 족욕을 즐길 수 있는데, 발을 담그면 따뜻함에 온몸의 피로가 풀리는 기분을 경험할 수 있다. 우리는 온천의 다양한 공간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다시 우리 발걸음은 도톤보리로 향했다. 토리키조쿠 도톤보리점(鳥貴族 道頓堀店)에서 꼬치구이와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도톤보리에서 나가호리바시까지 향하는 길목에서 우리는 다채로운 얼굴의 오사카를 보았다. 확실히 교토에 비해 젊은이들의 도시라는 분위기가 강했다. 가출 청소년으로 보이는 아이들, 거리를 쏘다니는 폭주족까지 밝고 친절한 모습만이 아닌, 사회의 이면을 마지막 밤 경험할 수 있었다. 우리는 자정에 가까운 시간까지 짐을 정리해야 했다. 밤 11시가 넘어서야 숙소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 편의점 로손(Law-son)을 들러 생크림이 담긴 빵을 먹었다. 오사카에서 먹는 세 번째 빵이었다. 어느덧 오사카의 밤이 스산해졌다. 그새 가을이 다가온 것이다. 우리의 여행은 예상하지 못한 일들로 9월로 미뤄야 했다. 여자친구와 다행이라는 고백을 주고받았다. 이토록 흐드러진 날씨와 분위기, 꼭 지금이어야 할 여행의 묘미를 만끽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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