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에도, 읽기에도 좋은 도서본문을 설정하는 32가지 방법 윤고선 지음 | 채움북스 | 224쪽 | 2만7000원 어느 정도 책 만들고 신문 제작하다 보면 아래아 한글과 인디자인이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글에선 자간만 줄여주면 되잖으냐 생각할지 모른다. 어절(語節) 사이 띄어쓰기만 조절하고 싶어 질 무렵 깨달음이 찾아온다. ‘인디자인에는 엄청난 기능이 있었구나!’ 균등배치나 그랩(grep)이 그렇다. 이 서평 이 책을 읽고 나면 문장과 문장, 형태소와 형태소 사이 미세한 간격에도 반응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세세하고 체계적인 인디자인 기능을 소개한 사이트가 그리 많지 않다. 어도비 설명서가 있다지만 딱딱한 문체가 눈앞을 가리고, 복합적 문제 앞에
독고솜에게 반하면 허진희 지음 | 문학동네 | 232쪽 | 1만1500원 독고솜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주인공 서율무가 탐정으로 나서게 한 계기였다. 고솜이의 교과서가 사라지고 사진에 구멍이 뚫리자 단태희가 벌였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수사하며 알아낸 정보들은 단 한 사람 단태희만 가리키지 않았고, 단태희 뒤에 서 있는 어른들을 지목한다. 마녀라는 별명을 가진 고솜이가 다시 학교로 돌아오자 알 수 없는 위기감을 느낀 여왕 단태희가 견제하는 내용으로 구성한 소설. 평범한 학교 폭력을 다루면서 아이들 세계라는 폭력 사이의 착시를 탐정인 서율무가 발견한다. 단태희는 서율무의 탐정 수사가 놀이라며 유치하다고 눈짓하지만 율무에게 탐정 활동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보고 지켜주고 싶은 열망이었다. 그 열망은 고솜이와 눈빛을 마주한 순간부터 단 한 번도 꺼지지도 꺼트리지도 않았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걸 수집한다. 아니 수집이 된다. 그렇게 되어서 오해받곤 한다. 고솜이도 이미 알고 있었는지 명탐정이 부르자 함께 병원을 찾는다. 창백한 친구의 얼굴을 바라보던 고솜이의 눈빛을 분위기를 서율무가 목격한다. 어른들의 무책임한 상흔이 드러나던 순간을 발견한 사람들은 권력을 가진 단태희도 권력을 추종하던 경계선 속 아이들이 아니었다. 저자는 선 바깥 경계인이 고독하게 연대하며 바라본 시선을 그려낸다.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 저서는 상당히 예의를 갖춘다. 친절하게 상대 마음을 이해하는 자세가 무엇인지를 말한다. 일러스트 속 독고솜이 매력적일 뿐만 아니라 악역으로 등장한 단태희마저 사랑스럽다. 책이 예뻐서 계속 보게 되고,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 계속해서 종이를 만지작거리게 만든다. 게다가 고양이가 나오는 장면에선 마음까지 푸근해진다. 기억에 남아 강조하고 싶은 장면. 영미의 등 뒤 창문을 통해 열감 없는 가을 햇살이 밀려들어 왔다. 빛무리가
밤을 들려줘 김혜진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68쪽 | 9500원 저서 ‘밤을 들려줘’는 아름답고 멋있게만 포장해온 아이돌 세계의 층위를 다양한 시각으로 그려낸다. 저자는 몇 년 지나면 그 의미가 완전히 바뀌거나 사라질 소재를 피해왔다. 원더걸스와 소녀시대, 핑클과 SES. 이름과 배경은 사람들 기억에서 낡아버려 사라졌지만 이들 바라보는 팬들의 동경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팬덤 기저에 있는 현상을 포착하는데 주력했다. 아이돌 세계는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아이돌이 살아가는 세계와, 그 살아가는 아이돌 세계를 동경하는 사람들의 세계. 두 세계가 다양한 층위를 만들어 팬덤의 다채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이를 테면 뙤약볕 내리쬐는 여름 아래 장충체육관 바깥에서 “~님” “~님” 부르는 괴이함, 하루 약 안 먹어도 버텼다며 좋아하는 익숙한 문법, 특정 멤버 부모님을 부르며 정겨움에 취하던 낯선 인사, 몇 십 장 앨범을 구매해 손깍지를 끼냐 마냐로 논쟁하는 열띤 토론. 이 저서 등장인물도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아이돌 세계를 벗어나거나 아이돌 세계로 달려가는 사람. ◇의찬과 소원: 경향성 가진 아이돌 스포일러 주의 3인조 남자 아이돌 그룹 세타나인 소속사 연습생인 박의찬은 중학생이다. 뼈를 깎는 연습생 생활에도 돌아갈 길이 없는 건지,
23시 30분 1면이 바뀐다 주영훈 지음 | 가디언 | 268쪽 | 1만3500원 새벽 3시 무렵, 조선닷컴에 지면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인터넷 검색에 A1, A25가 뜬다면 지면 기사가 맞다. 새벽 4-5시 사이면 툭하고 던져질 신문을 아침 7시에 보면서 궁금했다. ‘도대체 몇 시에 마감해야 내 손에 들릴까’ 지면에 담기에 신문은 한계라고 생각한다. 옳은 지적이다. 그 한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편집국은 발 빠르게 움직인다. 인터넷 기사는 모니터에 보이는 글자를 바꿔주면 끝나지만 활자는 고칠 수 없어 곤란하다. 그래서 다른 플랫폼과 달리 사실 관계를 엄격히 따져 다루어야 한다. 지면에 실린 내용으로 갑론을박 따지다 보면 정작 지면을 만든 이들 목소리는 묻히고 만다. 중고등학생 학교 신문처럼 지면 제작 후기를 사설 쪽 오피니언에 실을 순 없잖은가(…). 근질근질 말해주곤 싶지만 신문 안에서 말하기 곤란한 내용을 담아 책으로 엮었다. ◇돌고 돌아 하나 돼야 손에 잡는 지면 신문 엄격히 다룰 가장 좋은 방법은 편집국을 넘어 정치부, 사회부, 논설실까지 모든 부서는 하나가 돼야 한다. 인과관계를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제스처와 표정으로 의사소통할 만큼 한 마음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 마음, 구호를 외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1면에 실을 미세먼지 기획 시리즈의 대형 인포그래픽을 포기하고 북한 최고위급이 차량으로 방중한 사진으로 대체하기 위해선 여러 차례 회의가 오가야 한다. 만일 김정은이 아니라 김여정이라면. 아니, 김여정이 아니라 김정은이었다면. 이 둘을 의미하는 ‘북한 최고위급’ 제목을 포기하고 “김정은, 열차타고 訪中한듯”으로 바꾼다면 누구도 신문을 읽지 않을 것이다. 하룻밤 사이 회담을 취소한 트럼프 트위터는 아이돌 그룹 공식 트위터(?)보다 자주 확인해야 할 중요한 루트다. 하필 마감 20분 전 CNN에서 속보를 전달할 때라면 1면과 사설이 통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 짧은 50분 간 “韓美 ‘문대통령 싱가포르 방문’ 이견”에서 “트럼프 ‘김정은과 6·12 정상회담 안하겠다”로 수정했고 그새 논설실과 강인선 워싱턴지국장 손을 거쳐 완성된 기사와 사설을 편집국을 거쳐 완성했다. 부장의 지시, 기자의 첨삭, 편집국의 편집. 오자라도 있을까 충혈 된 눈으로 감시하듯 부장의 손길로 순환하며 자정을 넘겨서야 조선일보는 완성된다. 51판부터 시작하는 지면 신문이 밤 9시 30분 완성되면, 거리가 먼 지역부터 배달한다. 그래선지 조선일보 어플리케이션 상 PDF와 지면 신문 배치가 다른 경우도 많다. ◇익숙한 낱말로 조합된 제목은 재미없어 오퓨런스 빌딩 옥상엔 망원경처럼 길게 뻗친 카메라 렌즈가 서울중앙지검 11층을 향했다. 정신없이 누른 셔터에 담긴 건, 고운호(29) 기자가 찍은 검사 앞에 팔짱낀 우병우다. ‘팔짱 우병우’라기에 짧은 제목을, 2016년 11월 7일자 1면에 이렇게 담았다. “팔짱낀채 웃으며 조사받는 우병우” 팔짱 낀 채 검사 앞에 선 우병우도 우습지만 배꼽에 손 댄 듯 우병우를 대하는 검찰의 자세는 놀랍기까지 하다. 4·3·4·3, 운율도 딱딱 맞아 떨어진다. 사진 제목은 더욱 놀랍다. ‘우병우를 대하는 검찰의 자세.’ 편집국이 밋밋하다 못해 진부한 제목을 임팩트 강한 제목으로 바꿀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 리처드 J. 번스타인 지음 | 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0쪽 | 1만5300원 생각해보면 아렌트는 난민이었다. 미국에서 시민권을 취득하기 전까지 무려 18년 동안 무국적 신분으로 지냈다. 독일계 유대인으로 태어난 아렌트가 나치 전체주의를 피해 난민이 된
지그문트 바우만을 읽는 시간 임지현·기획회의 편집위원회 지음 | 북바이북 | 256쪽 | 1만6000원 ‘유동하는 근대’라는 독특한 용어를 남기고 떠난 지그문트 바우만(1925-2017). 그가 떠나고 만들어진 책. 불안에 떠는 현대인에게 바우만이라면 어떤 말을 건넸을까. 평전으로 시작해 시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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