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190

돌아가는 길 입력 : 2019. 10. 18 | 디지털판  무엇이든 처음이면 두렵고 떨리기 마련이다. 처음 발을 디딘 이곳 세계를 가늠하며 버스에 몸을 실었다. 무겁게 내리 깔은 눈동자는 10시 30분을 가리켰고 이 좆같은 심정은, 버스 안에 탄 우군이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자유를 빼앗긴 시절을 지내온 지금이 더 낫지 않느냐고 묻곤 한다. 그 때 그 시절을 되뇌며 그리워하는 새끼치곤 잘 사는 놈 없다며. 왁자지껄 “지금이 낫지” 말해대는 자유를 박탈당한 한 가운데서 지그문트 바우만 유작 ‘레트로토피아’의 새로운 장을 넘겨댔다. 그 두렵고 떨린 마음도 이젠 몸이 기억한다는 이유로 사라지고 없어졌다. 남은 것은 귀찮음과 불편함뿐이다. 쾌쾌한 냄새로 얼룩진 방탄모와 탄띠는 몸이 기억하는대로 맞춰놓고 .. 2019. 10. 18. 21:31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입력 : 2019. 09. 14 | 디지털판 일조차 중독이 되어버린 현대인에게 무언가를 하지 않는 불안함은 견디기 힘든 지금으로 얼룩지고 말았다.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강박에 카페라도 나서지만, 불안한 마음은 여전할 뿐이다. 무엇을 하고 살아갈 것인가.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 무엇은 무엇인가. 나이 들어 고물이 된 시계를 바라보며 끊임없이 걱정과 고민을 해대지만 달라지는 것 하나 없다. 불안함 속에 드라마 교사가 이렇게 말한다. “인생에 불안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에요. 중요한 것은 그 때문에 자신감을 잃거나 아무런 근거 없는 소문에 휘말리거나 다른 사람을 상처를 입히지 않는 거예요. 예를 들어,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라요. 바르게 살면 천국에 간다거나, 순리를 거스르면 지옥에 떨어진다.. 2019. 9. 14. 10:35
오늘의 빗방울이 말한다 입력 : 2019. 09. 07 | 디지털판  비오는 토요일 오늘도 사무실 한편에 불빛은 꺼지지 않았다(2013. 9. 22). 한바탕 시끌벅적 모임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지는 교회 한쪽 구석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끝나버린 뉴스를 들었고 라디오를 청취하며 밤 12시로 향했다. 홀로 남은, 조용해진 건물은 아무 말도 없이 스스로의 존재가 지닌 역할을 다했는데. 오늘이야 말로 그 역할을 진하게 느끼는 밤이었다. 비가 지면 아래 녹아내려 버리는 광경을 지켜보며 지붕 아래 인간이 홀로 살아감에 경이를 느꼈다. 또 다시 살았으며 살아있고, 살아갈 것임을 다짐하듯 조용히 지면을 적셔 가는 물의 흐름을 반갑게 맞이했다. 언젠가 오늘의 밤이 끝나고 말 테지만, 매일 내일의 불확실함에 온 몸을 맡길 순 없기.. 2019. 9. 7. 00:44
“여름 한 조각” 입력 : 2019. 07. 30 | 수정 : 2019. 07. 30 | 디지털판  잠 못 이루는 밤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아득한 밤의 기온이 25℃를 넘어서다니! 지난 29일 낮 최고기온은 서울 30도, 대구와 포항, 강릉 34도에 달했다. 다행스러운 한 가지가 있다면 작년에 비해 나은 정도라는 전문가의 분석뿐이다.그 무덥던 지난 해. 여름이 다가오기 전에 발표한 ‘여름 한 조각’을 들을 때면 청량감에 잠시간 더운 여름도 가시는 듯하지만. 여전한 열기에 장충체육관에서의 저녁이 떠오른다(2018. 7. 29). 냉기로 가득한 장충체육관 좌석에 앉노라면, 곧 러블리즈를 만날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 러블리즈 부르는 이들의 목소리로 뜨거운 열기에 묻혀도 더운 줄 몰랐다.겨울나라의 러블리즈를 맞이하는 팬들은 .. 2019. 7. 30. 02:29
살아있음을 말해주는 새벽의 여명 입력 : 2019. 07. 02 | 수정 : 2019. 07. 02 | 디지털판  새벽 예배를 위해 교회로 향하는 길목, 누구를 위한 새벽 예배 인지 고민하는 순간이다(2013. 7. 3). 신학 전공자 어깨 위에 지운 짐처럼. 마르틴 루터도, 길선주도 새벽 예배 드렸다는 부담감에 목회자는 전교인 특별 새벽 예배란 행사로 또 다시 짐을 지운다.그러나 예수는 침묵과 조용함 속에서 하느님을 찾았다. 주여 삼창과 같은 떼창과 요란한 새벽 예배를 주님께서는 요구하지도, 바라지도 않으셨다. 네 아버지의 은밀한 곳에서의 기도(마태 6,6)는 무엇인가. 한국 교회는 그러한 기도를 하고 있는가. 침묵 속에서 예수는 죽음으로 향했다. 인간을 만든 신이 인간을 위해 죽는다는 역설적 십자가 속에서 그는 침묵했다. 자신의 존.. 2019. 7. 2. 02:05
그래도 지면 신문을 손에 놓지 않는다: 『23시 30분 1면이 바뀐다』 입력 : 2019. 04. 30 | 수정 : 2019. 06. 01 | 23시 30분 1면이 바뀐다 주영훈 지음 | 가디언 | 268쪽 | 1만3500원 새벽 3시 무렵, 조선닷컴에 지면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인터넷 검색에 A1, A25가 뜬다면 지면 기사가 맞다. 새벽 4-5시 사이면 툭하고 던져질 신문을 아침 7시에 보면서 궁금했다. ‘도대체 몇 시에 마감해야 내 손에 들릴까’ 지면에 담기에 신문은 한계라고 생각한다. 옳은 지적이다. 그 한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편집국은 발 빠르게 움직인다. 인터넷 기사는 모니터에 보이는 글자를 바꿔주면 끝나지만 활자는 고칠 수 없어 곤란하다. 그래서 다른 플랫폼과 달리 사실 관계를 엄격히 따져 다루어야 한다. 지면에 실린 내용으로 갑론을박 따지다 보면 정작 지면.. 2019. 5. 1. 22:27
세월호 참사, 스무 달이 지난 광화문 광장에서 입력 : 2019. 04. 16 | 수정 : 2019. 04. 16 | 디지털판 2019. 4. 16. 12:00
세월호 참사, 다섯 달이 지난 광화문 광장에서 입력 : 2019. 04. 16 | 수정 : 2019. 04. 16 | 디지털판 2019. 4. 16. 07:00
순순히 어둠을 받아들이지 마오: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입력 : 2019. 03. 26 | 수정 : 2019. 04. 02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임세원 지음 | 알키 | 252쪽 | 1만3800원 “나는 통증으로 잠을 못 이뤘고, 신경 차단 주사도 안 먹혔다. 과거에 환자들이 ‘선생님은 이 병을 잘 몰라요’하면, 나는 속으로 ‘내가 잘 아는데 무슨 소리냐’며 발끈했다. 내가 겪으니 그런 게 다 후회됐다. 점점 불안과 우울감에 시달렸다. 거울 속에 비친 폐인(廢人) 같은 내 모습에 견딜 수 없었다.”1 임세원 전문의의 고백이다. 우울증을 향한 선입견은 우울증이 일반적 슬픔과 비슷하다는 오해에서 시작한다. 늘 그렇듯 사람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존재다. 의대 6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을 공부하고 국가에서 공인한 전문의 자격까지 취득했지만 .. 2019. 4. 2. 19:53
사랑의교회를 바라본 아들의 덤덤함은 잇지 못하고: 『왜 Why?』 입력 : 2019. 03. 02 | 수정 : 2019. 03. 02 |  왜 Why? 옥성호 지음 | 은보 | 224쪽 | 1만원 여러모로 한국교회는 살아남을 위기에 처했다. 지난 2017년 학원복음화협의회가 발표한 수치가 단순히 기독교인 대학생 중 20%만이 출석 중이라는 사실만을 가리키지 않기 때문이다. 여전히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에서 신뢰받지 않으며 심지어 시민단체보다 믿지 않는다는 사실엔 그만큼 공적(功績)을 쌓아온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부동산 투기와 목회자 세습, 조세 체계에 미온적 태도를 지니는 데엔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 관념 때문이다. 강박관념이 목회자에게만 머물지 않았다. 교회 내에선 알레고리 해석, 반동성애와 창조과학을 위시한 유사과학을 정론(正論)으로 받아들.. 2019. 3. 2. 23:07